태양광 최전방 산업 핵심기술 완비 … "오늘이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올인"

 

양정열<사진> 이노베이션실리콘 대표는 '폴리실리콘에 미친사람'이 분명했다. '불광불급(不狂不及)'이란 신조어에 빗대 표현해도 무리가 아니다.

 

그는 폴리실리콘이나 원료인 메탈실리콘을 만든다면 러시아로, 중국으로, 중앙아시아의 이름도 생소한 나라로 자비를 털어 한 걸음에 날아갔다.

 

시국이 어지러운 분쟁국에서 목숨을 걸어야 했던적도 여러번이라고 했다. 그런 그를 지켜보는 주위의 시선이 고울 리 없었다.

 

평범한 중소기업의 해외영업 담당 간부자리를 박차고 나 올 땐 '다들 뜯어 말렸다'.

 

자산을 털어 아폴로에너지(이노베이션실리콘의 전신)를 차렸던 2004년만 해도 국내 태양광 시장은 '잉태기'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 와중에 대기업도 손대지 못하는 폴리실리콘에 부나방처럼 달려들었으니, 누가 봐도 그의 꿈은 허황되거나 이상일 뿐이었다.

 

결국 '미친' 그가 모두가 놀랄 만한 일을 해내고야 말았다. "꿈은 (저절로)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꿈꿔야 이루어진다"는 그의 소신이 한국을 폴리실리콘 자체 제조기술 보유국으로 만든 것이다.

 

지난해 6월 산업자원부 차세대신기술개발사업 과제로 선정된 지 불과 1년여만에 아무도 시도하지 못했

던 금속정련 방식으로 99.999% 폴리실리콘 덩어리를 손에 쥔 것이다.

 

양 대표는 앞서 홀로 동분서주했던 시절을 "태양광 소재산업에 대한 믿음만으로 굉장히 정신없이 살았던 때"라고 회고했다.

 

태양광의 실력자가 있다면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찾아가 배웠다고 했다.

 

그의 꿈을 인정하는 이들도 없었고 메이저 제조사가 두른 진입장벽과 폐쇄성에 좌절을 느끼기도 했지만, 그런 시련은 오히려 폴리실리콘처럼 그를 단단하게 단련시켰다.

 

양 대표는 "아무것도 없지만 새로 시작하자, 보다 나은 방법을 찾아보자는 신념으로 도전을 계속했다"면서 "갖은 고초를 겪어야 했지만 태양광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었던 그 시절이 지금도 큰 밑천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여기까지 오는 동안 그의 열정과 신념을 믿고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김준수 지질자원연구원 박사와 정부에게도 감사의 전해달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그의 꿈이 영글고 있는 이노베이션실리콘은 지난해말 중국의 한 규석광산과 인수의향서(LOI)를 체결해

양질의 폴리실리콘 원자재 도입선을 확보했다. 폴리실리콘의 다음 공정인 잉곳설비도 연구소에 들여놨

다.

 

태양광의 최전방 산업 체인인 실리카(SIO2)-메탈실리콘(MG Silicon)-폴리실리콘(Poly Silicon)-잉곳(Ingot)까지의 핵심 노하우와 기술을 섭렵, 본격적인 상업화를 눈앞에 앞두고 있다. 내년 상반기에 안정된 생산라인을 구축하면 태양광 전방산업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확보한 기업으로 거듭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과정을 거쳐 2010까지 전체 폴리실리콘 제조산업에서 약 30%를 점유한다는 야심도 확고하다. 

 

그는 모든 공(功)을 자신을 믿고 따라와 준 직원들의 몫으로 돌렸다. "이 사업은 나 자신의 소유가 아니라 우리 직원 모두의 것"이라며 "하루 빨리 소임을 마치고 평범한 일상의 한 사람의 돌아가는 것이 소망"이라고 말했다.

 

양 대표가 밝힌 '마지막 꿈'은 일 때문에 도중 하차한 대학원 사회복지학 과정을 마무리한 뒤 장학사업과 소외계층을 위한 복지사업을 돕는 일이다.

 

"똑같은 문제가 주어지면 누구에게나 푸는 방식과 결과가 다르지요. 남이 생각하기 어려운 걸 생각해야 최고의 가치가 됩니다. 모든 걸 걸어야 했던 두려움이 없을 순 없었지만 오늘이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덤비는 사람, 날마다 죽는 사람에겐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습니다."

 

'평범하고 순탄한 삶을 포기했던 일을 후회한 적 없느냐'고 묻는 질문에 대한 그의 대답이다.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