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원전 14기 건설계획 발표, 노후원전도 가동 연장
4월 재선출마 공약 발표… 기존 원전축소 정책 뒤집어

[이투뉴스] 임마누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최대 14기 원자로 건설 계획을 발표, 프랑스 원자력 산업의 ‘르네상스’를 선언했다. 2050년까지 탄소 중립국 목표 달성과 화석연료 사용을 중단하기 위해서라고 그는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은 10일 프랑스의 기술 중심지인 벨포트 산업단지에서 “프랑스 원자력 산업의 부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는 4월 대통령 재선에 도전하는 마크롱 대통령은 에너지 가격 인상과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발표, 유권자들의 표심 얻기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석유와 가스 가격 상승은 지구촌 경기 회복과 우크라이나와의 지정학적 긴장 상태로 심화돼 유럽의 높은 해외 에너지 의존도를 반영하고 있다고 비판 받고 있다. 아울러 정부와 기업 뿐만 아니라 일반 가정의 재정부담이 커지면서 에너지 안보 문제가 대선의 큰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원자력에너지는 프랑스 전력의 70% 가량을 공급하고 있으며, 1970년대 이후부터 프랑스 경제의 중심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낡은 원자로를 교체하려는 최근의 시도들은 과도한 비용 등의 문제로 계속 지연됐다. 

보수당 대권 후보자들은 더 많은 원전 건설을 지지하며 전력공급의 자주권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진보당 진영은 비용과 신규 원전 건설의 복잡성을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환경론자들은 방사능 폐기물 처리 등 안전 문제를 이유로 신규 원전 건설을 반대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 원자력 규제자들이 월등한 전문성과 엄격성을 지니고 있으며, 신규 원전 건설 결정은 과학과 기술의 자신감과 앞으로 나아가고자 한 선택이었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그는 신규 원전 건설 뿐만 아니라 기존 원전의 수명도 연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프랑스 국영 에너지공급사 EDF는 높은 부채를 안고 있으며, 신규 원전 사업에 대한 예산 초과로 사업을 진전시키지 못하고 있다. 아울러 56기 원자로 가운데 노후 원전에서 나타나는 문제들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56개 원자로 대부분이 1980년대와 1990년대 건설됐다. 

노후 원전 일부를 교체하기 위해서 EDF는 지난 몇 달 간 최소 6개 원자로 건설 승인을 촉구해왔다. 약 500억 유로 상당의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되는 대규모 사업이다.  하지만 승인 과정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EDF가 건설을 시작하는데 3년이 소요되고 첫 원전을 완공하는데 약 10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가운데 이번 마크롱 대통령의 발표로 2050년까지 EDF가 최소 6기의 원자로를 건설할 수 있게 됐으며, 추가적으로 8기 건설 가능성도 예상된다. 

마크롱 대통령은 임기 초기 에너지 믹스에서 원전 비율을 축소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임기 초에 2035년까지 12개 이상의 원전을 폐쇄할 것을 공약하고, 2020년 2개 노후 원전을 폐쇄하도록 명령한 바 있다. 그러나 프랑스 정치권과 여론의 변화를 인식하며 원전 강화 정책으로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 마크롱 대통령의 이번 결정은 에너지 전환을 진행하는 어려움들에 집중될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그는 태양광발전과 해상풍력 개발 확대에 대해서도 발표했다. 재생에너지 확대에 속도를 내기 위한 자금 지원과 에너지 소비량 축소를 위한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해 원전 만이 아닌 재생에너지 확대도 약속했다.

한편 프랑스 정부는 최근 원자력발전을 ‘청정에너지’로 인정하도록 유럽위원회를 설득하고 있다. 기후친화적 연료원으로서 자금을 모으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사성폐기물 처리장 설치 등의 조건이 붙어 있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조민영 기자 myjo@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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