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사태, 미국 한파, 생산능력 부족, 투자제약 영향
아람코 “유가강세 따른 소비감소 없어, 상류부문 투자미흡”

[이투뉴스] 70달러대였던 국제유가가 한 달 만에 90달러를 넘어서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그리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 미국 한파, 석유생산능력 부족 등 여러 문제가 겹치면서 수요를 생산이 따라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배럴당 140달러를 상회한 2008년과 유사한 사태가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한 달 전인 1월초 브렌트유 선물은 배럴당 78.98달러, 서부텍사스산 중질유 76.08달러, 두바이유 현물은 76.88달러를 기록했다. 하지만 1월 중순부터 지속적으로 상승해 급기야 2월 4일 각각 93.27달러, 92.31달러, 90.22달러로 치솟는 등 2014년 이후 8년 만에 처음으로 90달러를 넘어섰다. 이후 국제유가는 90∼91달러 수준으로 보합세를 보이고 있지만 언제 상승세로 돌아설 지 모르는 형국이다.

국내 주유소 휘발유 판매가격 역시 지난달 첫주 리터당 1622.4원에서 이달 첫주는 1667.6원까지 올라 45.2원 인상되는 등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제유가 상승 원인은 다양하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러시아와 서방의 갈등, 미국 중부 및 북동부 한파, 석유생산능력 부족 및 투자제약 등이 그것이다.

먼저 포문을 연 것은 우크라이나 사태다. 우크라이나의 EU 가입을 둘러싸고 러시아가 강력하게 반발하면서 불거진 지정학적 갈등이 국제유가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접경지대에 대규모 병력을 배치한 이후 미국 정보당국은 이를 침공 가능성으로 규정하고, 유럽 동맹국들은 병력의 해산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과 영국은 우크라이나 주재 대사관 직원 일부와 가족을 철수시켰고, 미 국무장관은 미-러 장관급 전화회담에서 병력철수를 촉구했으나 진전이 없는 상태다.

최근 CNBC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석유가 배럴당 120달러에 도달하고 세계경제가 급격하게 흔들릴 것이라고 예견했다.

또 이달 3일부터 미국 중부와 북동부 지역에 한파가 이어지면서 퍼미안 분지에서 일부 생산이 중단된 일은 국제유가가 90달러를 돌파하는 기점이 됐다. 미국 국립기상청(NWS)는 최소 25개 주, 1억명의 주민이 폭풍 영향권에 있다고 밝혔으며 중서부지역은 교통 마비, 항공편 취소, 휴교 등이 이어졌다. 한파에 따른 막대한 에너지 수요로 미국 원유재고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주요 기관들이 석유생산능력 부족 및 투자제약으로 올해 국제유가가 추가상승할 것을 경고한 점도 유가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전문가들은 각국정부가 경제회복을 위해 2020년 수준의 강력한 봉쇄조치를 재도입하는데 주저하고 있는 점이 유가를 지지하는 요인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달 발간한 보고서에서 세계 경제회복을 이유로 올 하반기 브렌트유 전망을 기존 96달러에서 100달러로 상향했다. 보고서에선 오미크론 변이가 델타 변이보다 석유수요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적으며 가스대체를 위한 석유수요 증가로 세계 석유재고가 계속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또 내년 평균 유가는 105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외환중개업체 오안다는 OPEC+의 증산이 제한받고 있어 1분기 국제유가 100달러 도달 가능성을 배제할 이유가 없다고 평가했다. 라이스태드에너지는 OPEC이 수급을 더욱 조이길 원하고 공급이 축소된다면 유가가 100달러까지 갈 수 있다고 밝혔다.

사우디 아람코는 최근 석유수요가 코로나 전 수준에 근접했고 앞으로도 견고한 수준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 유가강세로 인한 소비감소 신호는 아직 없다고 밝히고, 상류부문 투자미흡이 지속되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로이터는 일부 전문가를 인용해 올해 중반 잉여생산능력이 고갈돼 배럴당 140달러를 상회한 2008년과 유사한 양상을 보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골드만삭스와 에너지애스펙츠 역시 리비아 등에서 생산차질이 발생할 경우 잉여생산능력이 고갈될 위험이 있다고 내다봤다.

김진오 기자 kj123@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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