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대한석탄공사 노동조합은 최근 총파업을 가결했다. 노조는 태백 장성광업소·삼척 도계광업소·전남 화순광업소 동시폐광에도 찬성했다. 3년 말미를 받아 서서히 말라 죽느니 지금 당장 모두 폐광하자는 역설적인 주장이다.

전체조합원 670명 중 1명을 제외한 669명이 참가한 이번 찬반투표에서 찬성률은 총파업 96.4%, 동시폐광은 96.5%를 각각 기록했다는 후문이다. 지난해 기준 직원 732명인 석탄공사이니 사실상 총파업은 노동자 대부분이 동의한 셈이다.

노조는 총파업 돌입 등 앞으로 일정은 비상대책위원회에 위임하기로 했다. 노조는 이르면 15일부터 갱내에서 농성하는 입갱투쟁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입갱투쟁은 파업투쟁 중 가장 난이도가 높다는 평가다. 심도 수백 미터에 이르는 갱내에서 농성하면서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갱내 온도는 30℃를 웃돌고 습도 또한 90%를 넘는 극한환경에 장기간 노출된다. 1999년 전력산업구조개편 당시 탄광노동자들이 무연탄발전소 운영 발전공기업의 매각을 반대하면서 입갱투쟁한 것에서 시작됐다.

이번 파업은 정부가 폐광시기를 앞당기겠다고 해 비롯됐다. 노조 관계자는 향후 3년 생산량에 달하는 100만톤만 채탄하겠다는 사실상 폐광 통보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폐광시기는 예정된 바 없다고 밝혔지만 당사자가 받아들이기엔 다른 셈이다.

또 최근 발표한 6차 석탄산업 장기계획에서 폐광 이후 대책이 없었던 점도 뇌관으로 작용했다. 기능조정 대상기관이기 때문에 인원·시설 투자에 불이익을 받아왔는데 6차 계획에서도 변화가 없다는 사실이 불만을 폭발시켰다.

한편으로는 이번 석탄공사의 파업에 대한 차가운 시선도 있다. 경쟁력을 완전히 잃은 석탄공사에 대한 사실상의 퇴출이 예정돼 있는 만큼 기능조정도 당연한 수순 아니냐는 이유에서다.

기존 석탄공사 직원 및 탄광노동자의 인력유지, 변동하는 에너지시장 및 에너지다양성, 기존 탄광기술 보존 등을 위해 당분간 보존하고 있을 뿐 석탄산업 자체가 사양길인 현 상황에서 총파업을 택했어야만 했냐는 그들의 주장도 충분히 새겨 들어야 한다.

노조가 총파업을 결의했지만 사실상 정책적인 문제로 촉발된 만큼 내부에서 해결책이 나오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경찰공무원으로 평생을 살다가 지난해 11월 석탄공사로 온 원경환 사장이 얼마나 노조를 이해하고 달래줄 지도 의문이다.

대통령 선거를 얼마 남기지 않고 일어난 파업이니 만큼 커다란 이슈에 매몰될 가능성이 있다. 우선 급한 불만 끄자는 식의 봉합도 언제든지 나올 수 있는 카드다.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 없이 빠르게 진화하는 것에만 급급했다간 뇌관은 언젠가 재폭발할 것이 분명하다. 석탄산업 구조조정도 필요하지만, 오랫동안 막장에서 일해 온 노동자들도 보듬는 정책을 기대한다.

김진오 기자 kj123@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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