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RE100, 국내 기업들은 왜 어려울까
[칼럼] RE100, 국내 기업들은 왜 어려울까
  • 권효재
  • 승인 2022.02.2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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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효재 COR Energy Insight 페이스북 지식그룹 대표
▲권효재 COR Energy Insight 페이스북 지식그룹 대표
권효재
COR Energy Ins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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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투뉴스 칼럼 / 권효재] 대선 기간 화제가 되고 있는 ‘RE100’은 2014년 Climate Group과 CDP가 공동으로 시작한 글로벌 캠페인을 지칭하는 것으로 정식 명칭은 RE100 initiative(이하 ‘RE100 이니셔티브’)다. Climate Group은 ‘기후대응 가속화’를 목표로 2003년 영국에서 설립된 비영리단체로 기업, 정부, 시민사회 등과 협력하고 있다. CDP는 국제 비영리단체로서 기업과 도시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공개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환경 보고 및 위험관리를 비즈니스 표준으로 만들고 지속 가능한 경제 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한다. 

RE100 이니셔티브는 자발적인 민간 캠페인으로서 초기 투자 부담이 큰 재생발전 시스템의 보급을 확대하기 위해 시작됐다. RE100 이니셔티브에 동참하는 기업들은 늦어도 2050년까지는 기업에서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바이오매스, 지열, 태양열·태양광, 수력, 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원(이하 ‘재생전원’)을 통해 조달할 것을 공개적으로 선언하고 매년 이행 실적을 대외 공개해야 한다. 선언만 하고 실제 이행에 필요한 행위들이 미진할 수 있으므로 늦어도 2030년까지는 사용 전력의 60%를 재생전원에서 조달할 것을 Climate Group은 권고하고 있다. 국제적으로 이름이 알려져 있거나 (포춘 1,000 리스트 포함)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 (연간 전력 소비량 100GWh 이상)이면 가입이 가능하다. 2021년 12월말 기준 한국 기업 10곳을 포함, 세계적으로 총 349개의 기업들이 RE100 이니셔티브에 동참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 중 미래에셋증권이 2025년까지, LG 에너지솔루션과 아모레퍼시픽 등이 2030년까지 RE100 달성을 목표로 지정했으며 나머지 기업들은 2040년 이후를 RE100 달성 시점으로 지정했다. 

RE100 이니셔티브를 이행하기 위해서는 CDP에서 지정한 양식에 따라 매년 사용한 전력량을 집계하고, 그 중 재생전원에서 조달한 전력량을 확인하여 인증을 받아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RE100 이니셔티브가 이슈가 되기 시작한 것은 2018년부터인데 애플, BMW 등이 자신들의 직접적인 기업 활동 범위를 넘어서서 공급망을 구성하는 납품, 협력 업체들도 RE100 이니셔티브에 동참하거나 동일한 목표 달성 - 사용 전력량의 100%를 재생전원에서 조달 - 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유럽과 미국의 소비자들이 기업들이 기후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도록 요구하면서, RE100 이니셔티브에 동참하는 것은 기업 가치를 높이고 글로벌 공급망에서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한 일종의 자격 시험으로 받아들여 지고 있다.

RE100 이니셔티브의 핵심은 사용 전력을 재생전원을 통해 조달하는 것인데, 이를 위해서는 스스로 필요한 전기를 만들어 쓰거나 재생전원 발전소와 직접 계약을 하거나, 재생전기 인증서를 구매하는 방법 등이 활용된다. 스스로 발전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글로벌 기업들도 95% 이상이 발전소와 직접 계약을 하거나, 재생전기 인증서를 구매하는 방식을 이용한다. 우리나라는 제도상 2020년까지는 전기 소비 기업이 발전소와 직접 계약을 할 수도, 재생 전기 인증서를 구매할 수도 없었으나, 2021년부터 전력시장 제도가 개편되어 이제는 적어도 제도상의 문제는 없다. 그렇다면, 국내 기업들이 RE100 이니셔티브에 동참하는데 있어 어려움은 어떤 것이 있을까?

기업들이 토로하는 가장 큰 어려움은 역시 재생전원으로의 전환에 따른 추가 비용이다. 국내 산업용 전기 요금은 KWh 당 110원, 일반용 전기 요금은 130원 수준이며 이중 송배전 비용은 14원 정도이므로 만약 재생전원 발전소들이 KWh 당 96원 이하로 전기를 도매시장에 판매할 수 있다면 이야기는 간단하다. 그러나 전력망에 접속하는 비용까지 포함, 육상 태양광 발전사업자들이 사업을 진행하는데 필요한 발전단가는 KWh 당 140원 이상이다. 작년 하반기 태양광 발전 고정가격 입찰 결과 전체 평균가격이 KWh 당 143원으로 된 것에서도 이 점을 확인할 수 있다. 풍력의 경우 태양광과 같은 고정가격을 공개적으로 확인하기 어려우나 업계에서는 대규모 해상 풍력의 경우 최소 필요 단가를 KWh 당 200원 이상으로 보고 있어 RE100 이니셔티브 잠재 수요자와 발전 사업자와의 간극이 크다. 설문 조사에서도 국내 기업들이 기대하는 재생전원 전환의 추가 비용은 KWh 당 2원 수준으로 나타나며, 해외의 유사한 조사에서도 비슷한 수준으로 확인된다. 글로벌 자본주의 체계에서 경쟁하는 한, 자발적 캠페인에 동참하는 명분도 중요하지만 매일매일의 치열한 원가 경쟁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두 번째 어려움은 재생전원 구매를 장기간 고정가로 확약해야 하는 부담에서 발생한다. RE100 이니셔티브 가입 조건 자체가 연간 100GWh 이상의 전력 사용량이며, 이 정도 전력량은 국내 태양광 발전소 60MW의 연간 발전량과 유사하다. 연간 100GWh의 전력을 사용하는 국내 제조업체가 RE100 이니셔티브에 동참했고, 목표 달성을 위해 20MW 태양광 발전소 3곳과 계약을 추진한다고 가정해 보자. 발전 사업자는 사업 진행을 위해서 금융 조달이 필수이므로 최소 15년 이상의 고정가 매입 계약을 요구하게 된다. 이러한 장기 고정가 전력 매입 계약은 제조업체에 두 가지 리스크를 발생시킨다. 첫째는 산업용 전기 요금보다 KWh 당 30원만큼의 추가 비용을 RE100 이니셔티브에 가입하지 않은 경쟁사보다 더 부담해야 한다는 점이다. 한국 6대 제조업의 2020년 평균 영업 이익률이 5.4% 인 상황에서 이는 결코 작은 부담이 아니다. 둘째로 만약 가까운 시일 내에 재생전원 발전 단가가 하락한다면, 지금 이 시점에서 장기 고정가로 계약을 하는 것은 손해라는 점이다. 재생에너지를 옹호하는 단체들이 주장하듯이 기하급수적으로 재생전원 발전 단가가 하락한다면 역설적으로 지금 더 비싼 비용을 지불하고 고정가 장기 계약을 할 필요가 없게 된다.

세 번째 어려움은 국내에는 기업들이 안정적으로 공급을 받을 수 있는 재생전원 발전 사업들이 부족하다는데 있다. 위의 두 가지 어려움을 다 감수하기로 대규모 제조 업체가 결심했다고 가정해 보자. 즉 이 기업은 충분히 높은 수익을 내고 있어서 재생전원 전환에 따른 추가 비용을 감수할 수 있고, 15년 이상의 장기 고정가 전력 계약도 받아들이기로 한 셈이다. 이 정도 기업이면 규모가 크고, 전력 사용량도 상당히 커서, 500MW 재생전원 발전소와 계약을 해야 한다고 가정해 보자. 이 정도 대규모 재생전원 프로젝트는 국내에 거의 없으며, 추가 송전망 부설 등 발전 사업자가 통제할 수 없는 이슈들이 해결돼야만 사업 추진 가능하므로 수요 기업 입장에서는 안정적으로 계획을 세우기가 어렵다. 소규모 발전소들 다수와 계약을 하거나 인증서를 사모으는 방법 등도 현재의 시장 규모를 감안하면 실질적으로 비용을 부담할 수 있는 기업들에게는 맞지 않다.

정리하면, 현 상황에서는 여건이 되는 기업이나 여건이 안 되는 기업이나 모두 RE100 이니셔티브에 동참하기는 쉽지 않다. 전력비용이 기업의 총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은 서비스업이 아닌, 수출 대기업들이 직면한 국제경쟁을 고려할 때, 이들에게 간단히 “왜 RE100 이니셔티브에 동참하지 않는가?”라고 몰아세울 일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 경제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수출 제조 대기업들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는 현실에서, 재생전원으로의 전환 비용이 높고, 장기 고정가 계약이 필요하며, 대규모 프로젝트가 부족한 점은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재생전원의 발전단가를 1원이라도 더 낮추기 위한 업계의 혁신 노력과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또한 기후위기 대응의 대의를 위해 비용과 리스크를 부담한 기업들을 지원하려는 소비자들의 성원도 필요하다. RE100 이니셔티브에 동참한 기업의 제품이 경쟁사 대비 조금 비싸더라도 그 제품을 사주는 것이 결국 모두에게 이득이 된다는 확신과 행동이 필요하다. 다 같이 부담하지 않는다면, 누군가 시작하지 않는다면, 결국 어느 누구도 움직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2014년 Climate Group에서 RE100 이니셔티브를 시작한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누구도 하지 않으려는 현실에서 비록 손해를 보더라도 선구적으로 시작하려는 기업들이 있으니 최소한 이들을 인정하고 지지하자는 것이다. 어려운 여건이지만 RE100 이니셔티브에 동참하는 한국 기업들이 더 많이 나올 수 있도록 지혜를 모으고 함께 노력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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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민 2022-02-21 17:49:43
RE100 이니셔티브에 동참한 기업의 제품이 경쟁사 대비 조금 비싸더라도 그 제품을 사주는 것이 결국 모두에게 이득이 된다는 확신과 행동이 필요하다...는 지당한 주장이지만, 전력시장의 구조적 문제와 독점폐해를 거론하지 않고는 허구헛날 얘기해봐야 달라지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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