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탄소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탄소중립’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세계 각국의 핵심정책이다. 한국도 지난해 10월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2050년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확정했다.

오는 2030년 NDC 40% 감축 목표를 이루기 위한 일환으로 ‘도시가스+수소’ 혼입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산업통상자원부가 R&D 과제수행과 실증을 통해 수소 호환성 및 안전성을 검증한 후 2026년 도시가스사업법을 개정해 ‘도시가스+수소 20% 혼입’을 제도화한다는 로드맵을 내놓은 것이다.

전국을 환상망으로 연결한 5만km 길이의 도시가스 배관을 이용해 온실가스 저감에 기여하는 것은 물론이고 수소를 손쉽게 국민생활에 공급해 수소경제 활성화에 일조하겠다는 의도다. 우리나라의 천연가스 사용량은 연간 4000만톤으로, 수소를 10vol% 혼입하면 연간 129만톤의 천연가스 사용이 줄고, 이를 통해 연간 355만톤의 이산화탄소 감축이 기대된다.

이 같은 혼입이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도시가스 배관망 및 사용기기에 대한 수소 호환성 및 안전성 검증이 반드시 필요하다. 크기가 작고 가벼운 수소의 특성으로 인해 수소가 금속 내부로 확산되어 금속을 파괴시키는 현상인 수소취성을 비롯해 수소 누출, 도시가스와 수소의 분리 현상 등 해결과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도시가스+수소’ 혼입은 가스업계에 또 하나의 기회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이번 로드맵을 바라보는 현장의 시선은 그리 밝지 않다. 앞으로 4년 내 모든 것을 이룬다는 목표만 내건 보고용(?) 장밋빛 청사진이라는 우려다. 유럽이나 북미 등 해외에서도 수소혼입 프로젝트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나 아직 그 결과가 미흡하다. 국제표준도 마련되지 않아 국가별, 용도별로 혼입 허용량도 제각각이다.

소비자 수용도 넘어야 할 산이다. 실증을 위한 ‘도시가스+수소’ 공급을 선뜻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또 혼입 20%의 상용화가 이뤄질 경우 요금은 비싸질 수밖에 없다. 대량의 ‘그린수소’는 해외에서 들여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주무부처가 시한을 정하고 참여기관·기업에게 프로젝트 수행을 강제할 게 아니라 인센티브 등을 통한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고, 중장기 차원에서 국민들의 수소에 대한 인식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갖는 이유다.  
 
정책 로드맵은 요즘 쏟아지는 ‘되면 좋고, 아니면 말고’의 정치권 공약(空約)처럼 깃털 같은 가벼움이 아니라 일낙천금(一諾千金)과 같이 무거워야 한다.

채제용 기자 top27@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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