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에너지의존도 불구 LNG수송관 건설 중단
화석연료 줄이고 재생에너지 확대 전망도 나와

[이투뉴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독일이 러시아와 유럽 사이를 연결하는 천연가스 수송관 '노르트 스트림2' 건설 승인을 전격 중단했다.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즉각 대응 차원이지만, 천연가스 수급불안은 자국 몫이 됐다. 

독일은 러시아산 에너지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이번 결정은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독일은 천연가스 소비량의 절반 가량을 러시아에서 수입해 온다. 유럽 전체로는 약 40%가 러시아산이다. 

유럽내 최대 경제국가인 독일은 탈원전을 추진하면서도 최근까지 러시아 정부에 완강히 맞서는데 다른국가들보다 주저했다. 

그러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현실화되자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노르트 스트림2' 건설 승인을 즉각 중단 조치했다. 천연가스 수출길이 막힌 러시아로서는 이번 제재로 경제적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한 러시아 정부의 반응은 아직 불분명하며, 독일도 언제까지 이 입장을 계속 유지할지는 미지수다. 일각에서는 러시아가 중국과 손을 잡고 다른 루트의 가스 수출길을 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독일의 로버트 하벡 부총리는 러시아의 침공에 대해 ‘완전히 비논리적인 행위’라고 맹비난했다. 아울러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산 석탄과 석유, 가스수입을 중단하는 주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벡 부총리는 "이번 위기가 러시아산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추고 재생에너지원을 늘리면서 에너지독립을 추진하는 동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합리적인 시각에서 봤을 때 이번 일은 완전히 비논리적”이라며 “서방국가들은 러시아에 등을 질 것”이라고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는 “향후 러시아산 에너지를 과거만큼 사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은 천연가스 뿐만 아니라 석탄과 석유 소비량 절반 정도를 러시아에서 수입하고 있다. 미국 등 동맹국들은 이같은 자원의존이 전략적으로 위험하다고 오래전부터 경고해 왔다.

최근까지도 독일 정부 관계자들은 "러시아가 안정적인 공급처임을 스스로 입증했으며, 발틱해를 통하는 신규 천연가스관 건설을 다시 착수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러시아가 유럽을 상대로 에너지패권을 휘두르자 독일이 입장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하벡 부총리는 “현재 상황은 독일과 유럽에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도울 것으로 보고 있다”며 “국민들은 이 문제를 기후 문제 뿐만 아니라 국가 안보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폐쇄가 예정된 기존 원전 3기의 운영연장은 고려하지 않을 것이며, LNG 터미널 건설은 수년이 더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독일은 단기부족 물량을 채우기 위해 카타르 등 또다른 LNG 공급처를 물색하고 있다. 

다만 하벡 부총리는 외교적으로 독일이 러시아 정부와의 대화에 실패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는 “독일 입장에서 외교를 위해 대화 연결선을 열어두려고 노력했다”며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전달하지 않기로 한 결정은 잘한 일이라고 보고 있다. 그렇게 했을 경우 대화 가능성이 더 적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경제 제재 압박도 러시아의 침공을 막지 못했다”면서 “푸틴 대통령과 그의 사람들을 압박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러시아와의 추후 대화에 대해서는 회의적 입장을 내비쳤다. 

이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국가 안보와 에너지안보 사이의 불가분한 관련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보도에서 "오늘날 러시아가 에너지 권력을 휘두르는 것처럼 다음은 중국 차례가 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이 청정에너지 미래의 열쇠인 원자재를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컨설팅 회사 로란드 버거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중국 회사들은 세계 리튬과 니켈 정제량의 60%이상을, 코발트 정제량의 70%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이는 전기차에 장착되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주요 원자재들이다.

반면 미국 회사들은 리튬의 4%, 니켈 1%, 코발트 0%를 보유하고 있다. 

중국 회사들은 전기차 배터리에 사용되는 음극재의 41%, 양극재의 71%를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211개 주요 배터리 공장이 계획되거나 건설 중인데, 이 중 12곳이 미국에, 156 곳이 중국에 각각 소재 한 것으로 집계됐다. 

러시아 사례에서 보여준 것처럼 에너지위기를 피하려면 미국은 현재 중국이 장악한 시스템에서 벗어나 공급처 다양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조민영 기자 myjo@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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