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가격하락 리스크에 일부주유소 구매 꺼려
“석유공사·대리점 비축 풀어 가격 안정화 해야"

[이투뉴스] 석유제품 가격 상승과 동절기 시즌 마감으로 일부 주유소사업자들이 등유를 애물단지로 취급하고 있다. 휘발유와 경유는 연중 판매가 가능하지만, 등유는 농업용(면세유)이나 난방용으로 겨울철에 한정해 판매해야 하므로 자칫 재고가 손실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유소업계에 따르면 주유소 평균 등유가격은 리터당 1월 첫주 1086.79원, 둘째주 1087.54원, 셋째주 1094.97원, 넷째주 1111.22원, 2월 첫주 1125.49원, 같은달 둘째주 1149.51원, 셋째주 1175.96원, 넷째주 1196.33원 순으로 급등하고 있다. 두달 새 110원 가까이 뛰었다. 

면세 등유가격도 마찬가지다. 1월 첫주 934.51원으로 출발해 이달 넷째주에는 1018.31원으로 1000원 고지를 넘어섰다. 현재 농업용 면세등유는 부가가치세, 개별소비세, 교통세, 자동차세 등을 감면해 지방 소재 주유소의 경우 판매를 포기하기 어려운 매력적인 상품이다. 

그럼에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유가가 장중 100달러를 기록하는 가운데 그 여파가 국내 유가로 반영되기까지 2개월여가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추가 인상여지는 충분하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이 때문에 최근 일선 주유소들은 등유가격 급등에 따른 손실을 우려해 등유 재고확보를 꺼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유가가 안정화 될 경우 비싼값에서 사서 싼 값에 판매해야 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는 계산이다.

한 주유소 사업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유가가 더 오를 것을 대비 등유를 사서 저장해두긴 하지만, 저장분이 떨어지면 다시 구입하진 않을 계획”이라며 “최고가에 구입했다가 여름동안 우크라이나 위기가 진정되고 저유가 사이클에 돌입하기라도 하면 아찔해진다”고 말했다.

이 사업자는 “주유소 입장에서는 경유가 가장 높은 수익을 차지하지만 마진 측면에서는 등유가 더 높은데 이를 포기해야 한다”면서 “기후위기와 강대국의 횡포가 서민에게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석유 유통업계 관계자는 “등유가격이 떨어지더라도 정유사는 항공유 등으로 전용할 수 있기 때문에 손해보지 않는 구조”라며 “이럴 때일수록 석유공사나 대리점 등이 비축물량을 풀어 석유제품 가격안정을 끌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진오 기자 kj123@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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