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착상태 85∼100, 긴장지속 100∼125, 공급중단 125∼150$
석탄발전 상향검토 및 유가상승분 에너지가격에 반영 필요

[이투뉴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국제유가가 선물, 현물 가리지 않고 110달러를 넘어서는 등 고공행진하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유가가 15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 기존 전망에 더해 고유가가 지속될 경우 에너지가격 상승분을 전기요금에 반영할 것을 제언하는 등 보다 강한 어조의 보고서를 공개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3일 ‘대(對)러시아 경제·금융제재 확대의 국내 에너지수급 영향 대비’ 보고서를 통해 고유가 상황이 지속될 것에 대비해 에너지세제·수급관리 조치를 유지하거나 그 이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에경연은 보고서를 통해 러시아 에너지부문 제재 예외조치에도 불구하고 송금제재 영향으로 국제 에너지시장에서의 러시아산(産) 에너지수입 기피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BP, 쉘 등의 글로벌 에너지기업이 러시아사업 철수를 선언한 가운데 SG, ING 등 주요 에너지 거래은행들도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러시아산 원유와 천연가스 거래를 위한 신용장 발급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산 원유 공급차질에 대한 시장의 불확실성 확대로 인해 선물, 현물 모두 러시아의 크림반도 점령 시기인 2014년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110달러를 넘어서는 고가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에경연은 ▶러시아 에너지 공급중단 ▶교착상태 지속 ▶현 긴장 지속이라는 세 가지 시나리오를 가정하고 유가를 전망했다. 만약 송금제재에 에너지가 포함되거나 시장의 러시아산 원유·석유제품 거래 기피현상이 심화될 경우 러시아의 대응에 따라 국제유가(두바이유 기준)는 일시적으로 배럴당 125달러에서 150달러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군사충돌이 지속되거나 서방의 대(對)러시아 경제제재 강화로 러시아산 석유·가스 공급이 위축되는 등 긴장상태가 지속되는 경우 고유가 상황이 계속돼 100달러에서 125달러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평화협상이 진전되거나 군사충돌이 소강상태에 이르고, 서방의 경제제재 효과 역시 미진할 경우 유가는 하향안정화돼 85달러에서 100달러 사이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에경연은 러시아와의 무역차질로 국내 경제와 에너지수급에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국제 에너지가격 급등에 따른 무역수지 악화, 물가상승, 에너지수급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고유가 상황이 지속되면 국내 에너지가격 인상압력이 가중돼 국내 물가상승을 유발하리라고 내다봤다. 국내 LNG 수입분의 80%가 유가에 연동된 장기계약 형태가 수입되기 때문에 고유가가 지속될 경우 국내 전기요금(LNG발전)과 도시가스가격 상승압력이 심화될 수 있다는 의미다.

에경연은 고유가가 지속될 경우 국내 내수경제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4월까지로 예정된 유류세 인하와 LNG 관세 면제 정책을 위기가 해소될 때까지 연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현재 원전 가동률은 90% 수준으로 추가 증발여력이 제한적이므로 국내 에너지수급 안정화 차원에서 석탄발전기를 중심으로 한 다른 발전원의 발전량을 제한적으로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만약 고유가 상황이 1분기 이상 지속될 경우 국제 에너지가격 상승분을 전기요금에 반영해 에너지수요의 전력집중 현상을 차단할 필요가 있다고도 덧붙였다.

이상열 에경연 미래전략연구팀장은 “국내 에너지수급 안정화와 내수경제 영향 최소화를 위해서는 현재 단행 중인 유류세 인하 및 할당관세 및 유예조치를 연장해야 한다”며 “또 석탄발전소 가동률 상향, 고유가 지속시 전기요금 인상폭 확대 등 정책 추진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진오 기자 kj123@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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