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안녕하세요. 대한민국 제20대 대통령으로 선출된 OOO 대통령님. 먼저 축하드립니다. 덜 비호감인 사람을 뽑는 선거라는 비아냥부터 시작해 배우자 논란, 후보단일화까지 정말 험난한 선거전을 치렀네요. 과정이야 어쨌든 이번 대선의 승리자가 되신 만큼 국민통합과 경제발전에 앞장서주길 바랍니다.

흔히 우리나라 대통령은 승자독식의 제왕적 권한을 가지는 구조라고 말하죠. 어마어마한 권력을 쟁취하신 만큼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더 나은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더욱 노력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저는 사실 정치나 경제는 잘 알지 못합니다. 또 굳이 제가 나서지 않아도 주변에 많은 전문가들께서 포진해 있는 만큼 잘 챙겨주시리라 믿습니다. 다만 저에게 조금은 익숙한 에너지 문제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우리나라는 에너지 극빈국입니다. 단 한 방울의 석유도 나지 않아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그나마 산유국 소리를 들었던 동해가스전도 병아리 눈물만큼의 천연가스를 내어주고 작년 말 생산을 멈췄죠. 한반도라는 공간적 제약과 남과 북으로 단절된 정치상황도 우리 에너지사정을 약화시키는 요인 중 하나였습니다.

물론 어려운 상황 속에서 지금까지 아주 잘 꾸려온 것은 칭찬받아 마땅합니다. 3차례에 걸친 석유파동을 비롯해 수많은 에너지 위기 속에서도 안정적인 에너지 수급을 유지했습니다. 우리나라가 세계 8위권 무역규모를 갖춘 국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굳건하게 뒤를 받쳐주고, 국민생활 편의를 크게 개선한 것도 에너지가 큰 역할을 했고요. 에너지다소비구조인 산업을 지금까지 지원·보조해 준 공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갈수록 에너지 문제가 시끄러워지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에너지담당부처에서만 논란이 이는 구조였으나 갈수록 정당과 시민사회는 물론 대통령까지 나서야 하는 전략적인 이슈로 변해가고 있답니다. 여기에 정권이 바뀌면 에너지정책도 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시그널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선거 때마다 자칭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이 캠프, 저 캠프로 옮겨 다닙니다.

당리당략에 따라 수시로 바뀌는 정치·경제 구도가 에너지 문제로까지 확산된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담당부처는 물론 연구기관, 에너지기업까지 청와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도록 만들고 있거든요. 지속가능은 고사하고 예측가능한 정책조차 쉽게 찾아볼 수 없습니다. 에너지가격과 원자력 정책이 대표적이죠.

더 이상 이런 혼란은 없어야 합니다. 정권 바뀔 때마다 에너지시스템 바뀔까 걱정해서는 제대로 된 정책이 나올 리 없기 때문이죠. 지속가능한 에너지정책은 무엇보다 충분한 국민의견 수렴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에너지를 산업과 제조업의 보조역할로 이해해선 안됩니다. 에너지믹스를 둘러싼 원간 밥그릇 싸움도 특정업계 편들기보다 중립적인 위치에서 살펴야 합니다. 말로만 시장원리를 떠벌릴 것이 아니라 관치를 최소화해야 합니다. 제대로 된 전문가에게 자리와 역할을 맡기는 것도 중요하죠.

전 세계는 기후변화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 이 구도를 어떻게 자국의 미래와 이익에 도움이 되도록 할 것인지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피할 수도 없고, 또 피해서도 안됩니다. 정확한 상황 분석과 흔들림 없는 대응이 필요하죠. 이번에 대통령이 되신 OOO님께 제대로 된 에너지정책 프로세스를 만들어 줄 것을 건의드립니다. 소모적인 에너지 논쟁은 국가 에너지정책을 병들게 합니다. 더는 번지지 않도록 반드시 끊어내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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