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산 시 러시아와 대결구도 불가피…OPEC+ 조심스런 행보
이란 핵합의 및 전략비축유 방출 등 유가하락 가능성 상존

[이투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고유가가 지속되는 가운데 OPEC+가 기존 증산안을 유지하기로 결정하면서 원유 수급차질은 물론 유가 추가상승까지 우려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OPEC+ 회원국들이 러시아와의 대립구도를 피하기 위해 증산을 반대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주요산유국 간 협의체인 OPEC+는 2일 열린  제26차 회의에서 현재의 증산정책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참가국들은 앞선 제19차 회의에서 현행 감산이 모두 종료될 때까지 매월 하루 40만배럴의 증산(감산 완화)하기로 결정한 바 있으며, 매월 회의를 통해 다음달 생산물량을 확정하고 있다.

이번 회의에서 참가국들은 기초 경제여건 측면에서 석유시장의 균형에는 문제가 없으며, 현재의 높은 가격 변동성은 경제여건의 변화보다는 지정학적 요인에 기인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러시아의 알렉산더 노박 부총리는 “현재의 가격 변동성은 1개월 내에 진정될 수 있다”며 추가증산에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수급차질 우려에도 OPEC+가 추가 증산에 나서지 않자 국제유가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국제유가 선물시장(브렌트유 기준)은 회의 전까지 급등세를 보이다 회의 후 차익실현 매물 출회로 다소 하락했으나 다시 반등해 배럴당 112.93달러로 마감했다.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러시아산 원유 수급에 차질이 발생할 경우 공급부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이 유가강세를 유발했다고 해석했다. 시장참여자들은 서방의 대(對) 러시아 제재, 러시아의 보복조치 등으로 원유수급에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정치적 복잡성, 이란 핵협상 타결 가능성,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전략 비축유 방출 등으로 OPEC+가 기존 증산계획을 유지한 것으로 분석했다. 주요참여국인 러시아와 대결구도를 피하는 한편 고유가로 산유국들의 이익이 극대화되는 상황에서 증산카드를 꺼내들 필요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OPEC+가 추가증산에 나서 유가가 떨어질 경우 서방이 인플레이션 부담없이 러시아 에너지 부문에 대한 제재에 나설 수 있어 러시아는 추가증산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실제로 UAE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는 유엔결의안 표결에서 기권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UAE 정도가 급격한 생산량 증대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도 걸림돌로 제기된다. 현재 아프리카계 산유국과 러시아에 이어 이라크 등은 생산목표를 달성하기는커녕 오히려 생산량이 미달하면서 향후 잉여생산능력 부족이 우려되고 있다.

정유업계 전문가는 “아직 유가하락의 단초는 있다”며 “이란 핵협상 관련 주요당사국들이 상당부분 의견접근을 이룬 것으로 알려져 핵합의가 복원되면 막대한 양의 원유생산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는 “국제에너지기구(IEA)도 최근 6000만배럴의 전략비축유 방출에 합의해 미국이나 우리나라도 참여하게 됐다”며 “우리나라는 106일치의 비축유를 보유하고 있어 어지간한 수준에서 감당할 수 있을 것”라고 덧붙였다.

김진오 기자 kj123@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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