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도 따라오지 못하는 우리 기술수준, 외국서도 높은 관심 가져
생산서 나오는 오염 없어…차세대 사업, 후진적이라 치부 말아야

▲서동진 연구원.
▲서동진 한국바이오연료포럼 부회장

[이투뉴스] 최근 일각에서 석유가 뿜어내는 온실가스보다 바이오디젤이 3배나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등의 문제로 EU가 바이오디젤을 퇴출하기로 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하지만 40여년간 화학공학 분야에서 연구를 한 전문가의 시선에서 보면 이는 대부분 사실이 아니다.

헛소문의 골자는 이렇다. 2020년 EU는 식용으로 1만9000톤, 바이오연료용으로 60만톤의 팜유를 수입한 바 있으나 이를 대부분 식용가능한 것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EU가 수입한 바이오디젤 원료 대부분은 팜 부산물은 비식용이며, 이 중 PAO(Palm Acid Oil)와 POME(Palm-oil mill effluent) 같은 원료는 EU에서도 온실가스 감축을 인정해 인센티브(더블 카운팅 제도)를 인정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유럽에서는 바이오연료 원료로 사용하고 싶어도 기술력이 부족해 사용하지 못하는 팜 부산물을 사용할 정도로 기술력이 높다. 인도네시아 팜유생산자협회는 팜유 생산과정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가 인도네시아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의 5%에 불과하며 팜나무 한 그루가 연 161톤의 탄소를 흡수하는 동시에 18.7톤의 산소를 배출하는데도 EU가 이를 외면한다고 설명한다.

팜유기반 바이오디젤의 유해성을 주장하는 이들은 팜유의 온실가스 배출이 경유의 3배라고 주장하지만 UN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IPCC: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은 바이오연료 작물도 성장과정에서 온실가스를 흡수해 전주기적으로 온실가스 감축효과가 있는 탄소중립(Carbon Neutral)으로 인정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세계가 바이오디젤을 보급, 확대하고 있는 것이며 팜유도 적합한 원료로 인정되고 있다.

또 전주기 분석을 통해 경유 1㎘를 바이오디젤로 대체하면 2.61CO2톤이 감축된다고 국제적인 인정을 받고 있기 때문에 바이오디젤의 경유보다 3배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의 팜 농장개발 실상을 모르는 사람들을 호도하는 점도 문제다. 실제로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의 팜 농장개발 실상을 모를 경우, 팜 농장개발 초기인 수십년 전 삼림파괴 논란이 아직도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현재 이들 팜유 생산국가는 지속가능한 형태의 팜유생산을 위해 관련기업들과 삼림벌채나 불법화전을 하지 않고 팜유 재배면적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아울러 생산과 공급의 투명성을 높여 지속가능한 방식의 팜유산업으로의 전환을 진행하고 있다. 이처럼 대두유, 유채유를 비롯해 팜유까지 세계적으로 식물성 유지산업이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전환되고 있으나 오로지 팜유에만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팜유생산 국가에서는 국제 친환경 팜유인증제도(Roundtable for Sustainable Palm Oil: RSPO) 등 친환경 팜유 정책의 도입을 확대하는 추세에 있다. RSPO는 투명성, 천연자원 및 생물다양성 보존 등 환경적인 책임, 신규농장의 개발에 대한 책임, 지속적인 개선에 대한 노력 등 8가지 원칙 안에서 팜유 생산기업 및 판유를 사용하는 제조기업까지 인증을 부여하는 것으로 국제적으로 사용되는 환경인증제도다.

관련기업들도 NDPE(No Deforestation, No Peat and No Exploitation)와 같은 환경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NDPE는 산림 및 이탄지역의 파괴와 원주민의 노동착취가 없는 팜유생산을 지향하는 정책으로 산림파괴 금지정책 중 가장 높은 수준을 갖췄다.

국내 바이오에너지 생산기업들은 이러한 정책에 따라 팜유수입을 점차 확대하고 있으며 생산국가에서도 해당제도를 정착시켜 향후 원료 대부분을 수출하게 될 것이다.

인도네시아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정부차원에서 친환경 팜유 정책(Indonesian Sustainable Palm Oil : ISPO) 인증제도를 도입해 자국 내 팜유 생산기업에 ISPO 인증을 의무화하고 있다. 이러한 그들의 친환경 농법과 팜유생산을 통해 넷제로를 이행하려는 사실을 외면하는 것은 우리나라 바이오에너지 산업 발전에 위해를 줄 수 있는 것이다.

◆팜, 가장 경제적인 식물성 오일
팜유 생산량 증가를 삼림파괴 확대로 보는 경향도 있으나 이는 크게 잘못 알고 있는 것이다. 세계 식물성 오일 소비량은 2000~2001년 8700만톤에서 2020~2021년 2억800만톤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팜유는 다른 식물성 오일 작물과 달리 기름 추출률이 매우 높다. 대두유의 4배에 달하는 추출률에 비해 필요한 토지는 8분의 1에 불과하다. 세계 식물성 오일 작물 재배면적 중 팜은 6%를 차지하지만 생산량은 30%를 웃돌고 있다. 게다가 팜은 다년생 작물로 한 번 수확하면 끝나는 다른 식물과 달리 20~30년 동안 기름을 생산할 수 있다.

2016년 세계 4대 식물성 오일 생산농장(팜, 대두, 해바라기, 유채)의 면적은 2억헥타르이며 이 중 대두농장의 규모는 전체의 61%를 차지하지만 5300만톤의 오일만을 생산해 전체의 33%만을 차지할 뿐이다.

특히 팜유는 세계 식량 및 바이오산업에서 활용분야가 다양해 생산량이 줄어들면 다른 기름으로 대체가 어려워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또 다른 기름으로 대체하려고 해도 동일한 양을 생산하려면 최대 10배나 많은 토지가 필요하므로 팜유 생산 산업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관련 전문가 대다수의 의견이다.

EU가 바이오디젤에 대한 조세혜택을 줘왔다는 문제제기도 눈에 띈다. 그러나 세계 어느 국가나 재생에너지 보급 초기에는 이를 도입, 확대하기 위해 조세혜택, 인센티브 부여 등 다양한 혜택을 주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2년 월드컵 당시 대기질을 개선하고 지구온난화 방지에 참여코자 바이오디젤을 보급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여타 국가와 마찬가지로 이를 사용하는 기업에세 세제혜택을 제공했다.

이를 통해 얻은 결과는 상상을 초월하는 성과를 이뤄냈는데, 그것이 바로 폐식용유 수거체계 구축을 통한 폐식용유의 완벽한 수거 및 재활용이다. 바이오디젤 보급 이전에는 국내에서 배출되는 폐식용유가 대부분 하수구로 방류돼 심각한 환경을 파괴하는 애물단지였다. 그러나 바이오디젤이 보급되면서 국내산 원료 확보를 위한 업계의 노력으로 현재 가정에서 배출되는 일부 폐식용유 이외에는 대부분 바이오디젤 원료로 재사용되고 있다.

국내에서 바이오디젤 원료로 사용되는 폐식용유 물량은 18만톤으로 이는 소양강댐(29억톤) 23개(우리나라 연 식수량 13배)의 수질을 개선하는 효과를 가져다 준다. 또 폐식용유 재활용에 따른 오염물질 처리비용은 연 3000억원에 달하며 2006년부터 2020년까지 바이오디젤 원료로 재활용된 폐식용유는 171만톤으로 2조9600억원에 달하는 오염물질 처리비용이 절감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폐식용유 수거 및 재활용 실적은 세계에서도 보기드문 친환경 재생에너지 사업으로, 외국에서도 높은 관심을 두고 있는 모범적인 체계다. 국내 바이오디젤 업계의 노력을 통해 국내에서 배출되는 폐식용유 전량이 친환경 수송용 연료로 탈바꿈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바이오디젤 혼합비율이 증가하면서 국내에서 더 이상의 추가원료 수급이 불가능한 것 또한 사실이다.

수입원료의 경우 식용보다 비식용의 비중이 높은 편이며 우리나라가 수입하는 원료는 특히 EU도 사용하지 못할 정도로 우리나라 바이오연료 기술의 수준은 매우 높다. 바이오디젤 업체들의 노력으로 장기간 시범사업을 거쳐 국내에 보급하고 있는 발전용 바이오중유의 경우 세계최초이며 아직도 우리나라에만 보급되고 있는 것으로 우리나라의 우수한 기술수준을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국내 바이오디젤 보급의 역사는 수난의 역사다. 바이오디젤의 경우 2006년 하반기부터 상용화돼 2010년 2.0%, 2012년 3.0%로 증가시켜 5.0%를 지향하는 목표가 최초 설정됐다. 그러나 정유업계와의 이해관계문제로 바이오디젤 혼합비율은 2015년 하반기 2.5%, 2018년부터 3.0%로 매우 느리게 상승했다. 혼합비율의 더딘 상승으로 2010년 23개에 달하던 바이오디젤 생산업체는 경영악화를 견디지 못해 대부분 폐업하거나 도산하고 현재 7곳만이 남은 실정이다.
 

◆몇몇 시민단체가 왜곡된 사실 퍼트려
바이오디젤 생산공정이 오염도 높은 화학공정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우리나라 바이오디젤 제조공정에 투입되는 메탄올은 거의 대부분 회수돼 재사용되고 있으며 부산물로 발생하는 피치는 발전용 바이오중유의 핵심원료로 100% 투입된다. 투입된 원료는 대부분 바이오디젤로 전환되고 일부 생산되는 글리세린의 경우 매우 중요한 원자재로 사용돼 바이오디젤 생산공정으로 인한 환경피해는 없다고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재생에너지의 보급, 이용이다. 지구 온난화 방지는 세계적인 흐름이며 참여운동이다. 팜유 생산지의 실상은 상상과는 매우 다르다. 왜곡된 사실에 기반을 둔 몇몇 시민단체의 편파적인 발언이 국내 5000명에 달하는 관련산업 종사자들에게 위해를 가해서도, 국가 재생에너지 보급정책에 걸림돌이 돼서도 안 된다.

재생에너지 보급 초기단계 이후 세계는 지속가능성을 연구하고 평가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팜유생산국가나 바이오디젤을 생산하는 우리나라 등에 이를 적극지원하는 것이 사실이다. 삼림파괴 등을 운운하고 전주기 평가를 통한 차세대 재생에너지 산업을 구축하는 모든 기업을 후진적인 형태의 사업자로 치부하는 일은 국가산업 발전과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운동에 전혀 도움되지 않는다.

그동안 폐식용유를 처리하며 바이오디젤 산업 육성을 위해 십여년간 각고의 노력으로 생존하고 사업을 키워온 생산업체들에게 악영향을 초래할 수 있는 악의적인 소문들은 합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WHO] 서동진 한국바이오연료포럼 부회장·운영위원장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청정기술연구센터 센터장·청정에너지연구센터 센터장 ▶한국청정기술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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