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산 자원 수입 보이콧 요청에 고심
후쿠시마 이후 원전 54기 중 6기만 가동

[이투뉴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일본이 러시아산 석유와 액화천연가스(LNG) 외교적 보이콧 요청에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일본은 1차에너지의 대부분을 원유에서 얻고 있으며, 90%이상을 중동에서 수입하고 있다.

LNG는 전체 에너지믹스의 24%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전력생산에서 LNG가 차지하는 점유율은 36%에 달한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대부분 원자력 발전시설이 가동을 중단하면서 LNG 발전량이 늘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일본은 지난해 중국이 추월하기전까지 전체시장의 22%를 점유하는 세계 최대 LNG 수입국이었다. LNG는 주로 전력생산과 가정용 난방 등으로 소비된다. 

지난해 일본은 전체 LNG 수입량의 36%를 호주에서 들여왔다. 나머지 14%는 말레이시아, 9%는 미국과 러시아에서 각각 수입했다. 러시아가 일본 LNG 수입량의 10%이하를 차지하므로 공급처를 바꾸는 건 어렵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그러나 비(非)러시아산 가스수요가 늘면서 세계 LNG 가격이 급등하자 결정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아시아 LNG 현물가는 백만Btu당 59달러를 기록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3달러 이하로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천양지차다.

지난해 12월 기준 일본은 240일분 상당(4억8000만 배럴)의 원유를 비축하고 있다. 그러나 LNG의 경우 비축량이 2~3주분에 불과하다. 유럽에서 흔한 지하 저장시설을 갖추고 있지 않기 때문에 장기 저장이 어렵다.

LNG 수급 차질은 일반 가정의 전기료 상승 등 일본 도처에서 감지되고 있다. 에너지가격 상승은 인플레이션 압박을 더 가중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은행 쿠로다 하루히코 총재는 이러한 물가 상승을 조절하기 위해 긴축 통화 정책을 배제하기로 했다. 

제임스 브라운 템플대 정치학과 교수는 기시다 후미오 총리에게 에너지가격 상승은 올 여름 일본의 상원 선거에도 영향을 미칠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일본 정부와 민간기업들은 러시아 LNG 사업에 대규모로 투자해 왔다. 

무역상사 미쓰이사와 미쓰비씨는 러시아 동부에서 진행되고 있는 사할린-2 프로젝트에 투자했다. 미쓰이는 210억 달러 상당의 아틱 LNG2 프로젝트에도 투자했다. 이토츠사와 마루베니사의 컨소시엄 회사인 사할린 석유와 가스 개발(SODECO)는 사할린-1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일본 정부도 이 기업들에게 수십억 달러를 대출해 개입한 상태다. 

그런데 영국 에너지 대기업 셸이 러시아의 가즈프롬과의 합작 LNG 사업에서 철수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이 사업에 참여한 일본 기업들이 사업 지속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 

LNG 수급 차질이 예고되면서 일본은 원자력 발전소 재가동도 고려하고 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일본은 원자력 발전량을 크게 줄여 2014년께는 거의 가동을 하지 않았다. 지금도 전체 에너지 생산의 약 3%를 맡고 있다. 원전 사고 이전 가동하던 54기의 원자로 중 6기만을 운영하고 있다. 

일부 시장 전문가들은 실행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지만, 일본 정부는 2030년 원전 비율을 20~22%로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한참 더 엄격해진 안전 기준을 통과해 재허가를 거쳐야 한다.  

오노데라 이츠노리 의원은 최근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원전 재가동에 속도를 내는 것이 연료 부족을 채울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최근 일본 정부는 3월 11일 원전 사고 공식 추모행사를 처음 열지 않았다. 원전 재가동 추진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조민영 기자 myjo@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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