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풍선의 한쪽을 누르면 그만큼 반대쪽이 튀어나온다. 밀거나 누르는만큼 변화나 반발이 일어나는 게 작용과 반작용의 법칙이자 세상사다. 그래서 변화를 꾀하려면 힘조절을 잘해야 한다. 빙판 위 컬링선수를 보자. 방향과 속도, 마찰력과 회전력, 표적의 반작용까지 미리 계산해 섬세하게 스톤을 밀어 던진다. 

그런 관점으로 역대 대통령들(17~19대)의 에너지정책을 복기해 보면, 하나같이 서툴다. 이명박정부는 애초 힘조절이 안되는 돌격형이다. 원전이든 녹색성장이든 밀어붙이면 그만이다. 반작용이 클 수밖에 없다. 신규 원전과 송전탑 반대여론이 극에 달했고, 위조부품을 단 원전이 무더기로 멈춰섰다.

바통을 이어받은 박근혜정부는 방향부터 헤맸다. 시장개방과 에너지신산업이란 수사를 동원했지만, 원전을 더 늘리고 ‘무늬만 신산업’을 창조하느라 임기를 소진했다. 

촛불 민심의 기대를 받고 출발한 문재인정부는 어땠나. 에너지정책의 패러다임 대전환을 공언했지만, 불필요한 기합과 엄포로 기득권의 적개심과 키웠다. 친여인사로 기관장을 바꾸고 재생에너지 비중만 높이면 에너지전환이 저절로 되는 줄 알았던 모양이다. 임기 대부분을 보수언론과 노회한 관료들에게 끌려다녔다. 태양광·풍력은 시간과 정성이 필요한 에너지민주화의 씨앗이다. 의욕만 앞서면 되레 토양을 망가뜨리고 부의 양극화를 조장한다.

이제 우리 앞에 펼쳐지는 결말은 눈뜨고 못 볼 정도다. 현 정부가 임명한 두 사정기관장(최재형 감사원장, 윤석열 검찰총장)이 총구를 뒤집어 겨누는 섬뜩한 장면으로 엔딩크레딧이 올라가고 있다. 그런 와중에 원전 건설재개나 소형모듈원전(SMR)을 운운하던 여당 당대표의 행보는 비극을 극대화하는 요소다.

엊그제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인 신분이 된 “문재인정부의 검찰총장”(작년 1월 18일 청와대 신년 기자회견서 文대통령 발언)이 “탈원전을 백지화하고 원전 최강국을 건설하겠다”고 한다. 강한 기시감이 든다. 5년 전 문재인 당선인도 그렇게 의기양양했다. 하지만 결론은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와 신한울 3,4호기 기사회생으로 귀결되고 있다. 설계수명대로만 가동하고 폐지하기로 했던 노후원전 수명연장 카드까지 검토할 기세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갈등과 좌초비용을 국민이 치러야할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문재인정부의 ‘탈원전’과 차기정부가 내건 ‘탈원전 백지화’는 이제 뫼비우스의 띠처럼 안팎이 따로 없어졌다. 강골로 소문난 윤석열 당선인에게 힘조절을 기대해야 할 처지다. 작용보다 큰 반작용이 우려된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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