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친원전 극적 변화, 전기요금 인상 첫번째 숙제
2050 탄소중립 및 재생에너지 정책은 속도조절 가능성

[이투뉴스] ‘탈원전이냐 감원전이냐’를 놓고 말들이 무성했지만 결국 ‘친원전’으로 극적인 변화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정부가 지난해 말 약속한 전기요금 인상안도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대한민국 제20대 대통령에 당선됨에 따라 기후·에너지 정책이 대대적으로 개편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윤석열 당선인은 선거운동 과정에서 현 정부의 기후·에너지정책과 여러모로 다른 메시지를 던져 왔다. 공약집이나 세부적인 형태로 나온 것은 드물지만 신한울 원자력발전소에 찾아가 ‘세계 최고의 K-원전’을 외치기도 했다. 따라서 대통령에 취임하면 현 정부의 기후에너지정책과는 결이 다른 정책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가장 극적인 변화가 예고되는 분야는 원자력이다.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와 함께 가동원전의 계속운전 등 기저전원으로서 원자력 발전비중을 30%대로 유지하겠다고 천명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소형모듈원전(SMR)과 마이크로모듈원전(MMR)을 비롯한 차세대 기술원전 및 원자력 수소기술 개발도 내세웠다.

윤 당선인 측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기조로 고사된 원자력 산업계를 살리는 한편 세계 최고의 원전기술력을 재입증해 원전 수출의 발판 마련하겠다는 각오다. 실제 당선된 지 이틀 만에 윤 당선인의 에너지공약을 주도한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규정을 위배하지 않는 범위에서 신한울 3·4호기의 연내 건설 재개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재개가 기정사실화된 신한울 3·4호기 문제 외에도 원전역할 확대공약에 따른 에너지믹스 역시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인 목표시기를 밝히지 않았으나 원전비중 30%대 유지를 약속한 만큼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의 대대적인 수정도 필요하다. 문 정부는 2050년 기준 원전비중을 6∼7%로 설정한 바 있다.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에 있어선 향후 속도조절론이 본격 대두될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문재인 정부가 재생에너지 확대를 중심으로 한 탄소중립 정책을 펼쳐 왔다면, 윤 당선인은 재생에너지와 원자력을 조화한 탄소중립을 외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철회하거나 변경하겠다는 명시적인 언급은 없지만, 재생에너지 보급목표 하향조정을 비롯해 무게중심이 원자력으로 옮겨 갈 가능성이 크다. 더불어 RE100 등 재생에너지 보급을 둘러싼 다양한 현안도 우선순위에서 밀려날 것이란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윤 당선인은 탄소중립을 비롯해 기후 및 환경정책에 대해선 구체적인 공약을 내놓지 않았다. 에너지공약을 발표하면서 ‘인구, 산업, 에너지원, 국토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탄소중립계획 수립’이라는 다소 애매한 발표에 그쳤다. 이후 RE100을 아는지 여부가 논란이 된 후 '실효적인 온실가스 감축과 탄소중립 적응대책 추진' '지원-규제-협력으로 기후위기를 기회로 전환' 등을 추가로 제시했을 뿐이다.

하지만 여러 차례의 간담회와 기업을 방문한 자리에서 현 정부가 내놓은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가 산업계 현실을 반영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과도한 감축계획으로 산업계에 큰 부담을 주고 있는 만큼 당선되면 재설계를 통해 기업부담을 낮추겠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다만 2050 탄소중립 정책을 비롯한 기후위기 대응책은 UN 등 국제사회에 이미 공표한 정책이라는 점에서 쉽사리 바꾸지 못할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후보자일 때의 공약과 달리 실제 대통령직을 수행하면서 바라보는 시야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글로벌 차원에서 기후대응을 선도해 나간 현 정부와 달리 소극적인 감축정책으로 정책기조가 바뀔 개연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윤석열 차기정부의 첫 번째 과제는 4월과 10월 예정된 전기요금 인상이 될 전망이다. 정부가 인상을 예고했으나, 윤 당선인이 나서 전기요금 인상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전기요금 인상이 탈원전 정책으로 촉발된 만큼 국민에게 이를 떠넘기지 않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제유가 및 글로벌 천연가스 가격 상승으로 수십조원의 손실을 떠안고 있는 한전의 현실을 마냥 외면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당장 4월은 취임 전인만큼 개입이 어렵지만 그 이후가 고비다.

기후에너지 관련 다양한 정책 및 계획 수립에 있어서도 분위기가 확 변할 가능성이 커졌다. 우선 현재 기초작업이 진행 중인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1∼2036년)이 먼저 수정대상으로 떠오를 것이 분명해 보인다. 원전 신설 및 가동원전 계속운전, 에너지원별 전원믹스 변화를 위해 최우선적인 개편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어 에너지기본계획을 필두로 신재생에너지기본계획 등 에너지 전반은 물론 원별 기본계획도 적잖은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여기에 탄소중립 시나리오,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 그린뉴딜 프로젝트 등 여러 정책과 계획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또 신정부가 과감하고 대대적인 정책변화를 꾀할 경우 ‘탄소중립 및 녹색성장 기본법’까지 개정 소요가 있을 수 있다.

이번에 대통령뿐 아니라 집권세력까지 바뀌는 만큼 상당한 규모의 정책변화는 불가피하다. 그러나 기후에너지 관련 국가전략이나 장기계획까지 모조리 뜯어고치는 식의 개편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에너지정책이 급격하게 변해선 100년을 내다보는 에너지 대계(大計)를 세울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윤석열 정부의 기후에너지정책과 관련 익명을 요구한 한 에너지전문가는 “제대로 된 국민의견 수렴절차와 동의를 거치지 않고 선거과정에서의 공약으로 대체하는 에너지정책 변화는 자칫 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5년 단위로 에너지정책과 계획이 바뀐다면 누가 정부정책의 연속성을 믿겠느냐. 전략과 전술은 반드시 구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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