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훈 교수 “원가상승 민간은 버티기 힘들어, 해법 찾아야”
이태의 박사 “시장서 원가회수 못 하는 요금구조 개선 시급”

특별좌담회 / 글로벌 천연가스가격 상승 따른 집단에너지사업의 위기

[이투뉴스] 국내 집단에너지사업자들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더이상 참기 어렵다며 머리띠를 둘러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전과 가스공사처럼 충격을 줄여주는 매개체가 없는 상황에서 글로벌 천연가스가격 급등의 직격탄을 온전히 떠안고 있기 때문이다. 중소규모의 민간사업자는 벌써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고, 최근 들어선 한국지역난방공사를 비롯한 대형 사업자까지 이대론 안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실제 Gcal당 7만원 수준으로 소비자에 팔고 있는 지역난방 열요금 원가가 연료비 상승으로 2배 가까운 12만∼15만원에 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팔면 팔수록 오히려 손해를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수요감소 등 내부적인 요인 때문이 아니다. 가스공사 발전용(집단에너지) 천연가스 가격이 1년 동안 170% 상승한 여파다. 사업자는 죽겠다며 목소리를 높이지만 정부는 열요금이 도시가스 민수용 요금에 연동돼 있다는 핑계로 꼼짝하지 않고 있다.

집단에너지 분야 전문가인 유승훈 서울과기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책임교수와 이태의 에너지경제연구원 집단에너지연구팀장을 만나 글로벌 천연가스가격 상승에 따른 국내 집단에너지사업의 위기 상황을 진단하고, 해법을 모색해 본다.

◆채덕종 이투뉴스 국장 : 글로벌 천연가스 가격이 국제유가보다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이태의 에너지경제연구원 박사
: 유럽에 대한 러시아 가스공급이 원활치 않아서 유럽을 중심으로 가스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작년 MMBtu당 7달러 수준에서 최근 60달러까지 치솟는 등 무려 8배가 올랐다. 새로운 가스관(러시아-독일 간 ‘노드스트림2’)을 건설하면서 이 라인의 사용량을 늘리기 위해 전략적으로 가스공급을 줄이면서 상승세가 시작됐다. 여기에 유럽과 아시아 간 LNG 쟁탈전까지 전개되고 있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교수 : 겨울철 미세먼지 계절관리제로 인해 석탄발전 가동은 줄고 가스발전이 증가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우리나라와 중국 등에서 천연가스 수요가 늘었다. 유럽의 경우 풍력 발전량이 안 나오면서 가스수요가 급격하게 증가한 측면이 있다. 현재 러시아가 유럽 가스수요의 40% 가량을 공급하고 있다. 여기에 새로운 가스관 가동까지 문제가 생기면서 쉽게 해결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유가를 비롯한 글로벌 에너지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이에 대한 전망은?

▲이승훈 서울과기대 교수
▲이승훈 서울과기대 교수

◇유승훈 교수 : 러시아는 세계 석유공급의 13%, 석탄공급의 17%를 책임지고 있다. 유럽지역 석유만을 보면 25%를 차지한다. 하지만 현재 바이어들이 계약을 회피하면서 국제유가가 150달러에 도달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천연가스 장기계약물량은 유가에 연동된다. 현물이 오르는 만큼 인상되는 것은 당연하다. 심지어 석탄과 우라늄 가격까지 상승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에너지 전반에 걸친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모든 에너지가 위기에 처한 상황이다.
◇이태의 박사 : 연구원은 국제유가가 우크라이나 사태가 국지적 문제에 그치면 배럴당 100∼120달러, 유럽 가스관까지 막히면 150달러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천연가스의 경우 최근 전력부문의 겨울철 추가발전으로 가스공사가 원가를 발전용에 더 부과하는 상황이다. 추가발전으로 비싼 스팟물량이 들여오는 만큼 이런 조치가 불가피하다. 이런 것들이 발전사와 집단에너지업체의 원가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반면 시장에서 원가를 회수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이로 인한 문제가 쌓이고 있다. 나중에는 소매시장까지 문제가 누적될 것이다.

◆글로벌 에너지가격이 급등하면서 국내에도 영향이 크다. 문제점과 대처방안은?
◇유승훈 교수
: 한전 매출이 60조 가량인데 올해 20조∼25조원의 적자가 얘기되고 있다. SMP도 얼마전 210원까지 올라갔다. 재작년에 50원 수준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전으로선 발전사업자와 열병합사업자를 쥐어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가스공사도 손실이 크지만 미수금이라는 제도에 따라 작년에 1조원의 흑자가 났다. 한전과 가스공사는 대형 공기업으로 버틸 수 있는 여력이 있다. 여기에 도시가스사업자는 가스공사 공급가격에 마진만 붙이면 돼 고통분담에서 빠져 있다.
가장 타격이 큰 것이 집단에너지사업자다. 그나마 대형사업자인 한국지역난방공사를 비롯해 LNG 직도입을 하는 GS파워나 나래에너지서비스는 버틸 여력이 있다고 본다. 이 상황이 계속될 경우 대부분의 집단에너지사업자는 고난의 행군이 불가피하다. 회계처리를 미루고 감가상각 등으로 적자규모를 줄이는 것도 결국 한계가 있다.
◇이태의 박사 : 전기와 가스 모두 가격인상 압박 등 영향이 크다. 전력의 경우 발전사업자는 입찰가(SMP)를 받는 만큼 손실이 크진 않지만 한전이 이를 모두 떠안아 엄청난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가스 분야 역시 도입가격과 판매가격 차이가 크지만 가스공사가 미수금으로 처리하고 있다. 전력과 가스는 공기업이 충격을 막아줘 버틸 수 있다. 하지만 집단에너지는 손실 및 미수금 처리가 안된다. 지역난방의 경우 한난만 있는 게 아니다. 민간사가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 걱정이다.

◆왜 우리나라는 에너지시장은 외부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나?

▲이태의 에너지경제연구원 집단에너지연구팀장
▲이태의 에너지경제연구원 집단에너지연구팀장

◇이태의 박사 : 우리나라는 대표적인 에너지 부족국가다. 석유파동 이후에 에너지안보를 강조해왔다. 에너지안보를 합리적인 가격과 안정적인 공급으로 정의했다. 안정적 공급을 안보 이슈로 접근한 셈이다. 하지만 현재 국지적으로 수급이 불안하고, 가격 불안정성이 큰 것은 세계 공통으로 발생하는 것이다. 안보측면이 아닌 경제적인 흐름으로 봐야 하고 우리나라 경제도 이제 충분히 적응할 수 있다. 결국 산업이 글로벌 경제흐름에 따라갈 수 있도록 가격이 연동돼야만 산업체는 물론 최종소비자까지 여기에 대응하는 소비가 이뤄진다. 경제논리가 아닌 정치논리 개입이 문제다.
◇유승훈 교수 : 발전용과 도시가스용 천연가스 사이에는 교차보조가 있으며, 이에 따른 요금정책이 문제다. 가스공사는 교차보조가 없다고 강조하지만 영국이나 일본을 보면 도시가스 가격이 발전용보다 2∼3배 더 비싸다. 하지만 우리는 일상적으로 봤을 때 도시가스용이 평균 1.1배 수준이다. 교차보조를 강하게 의심할 수밖에 없다. 효율적인 에너지공급을 위한 집단에너지의 원가가 높을 수밖에 없는 구조도 교차보조시스템 영향을 받는다. 교차보조에 대한 사회적인 검증을 한 후 이를 없애야 한다. 또 정치논리에서 탈피해 글로벌 가격이 오르면 국내가격도 올려 명확한 시그널을 줘야 한다.

◆가격연동제 등 정치논리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안은 없나?
◇유승훈 교수 : 석유제품은 자유화가 됐지만 소비자들이 문제제기 안한다. 전기-가스-열은 정부가 지나치게 간섭하고 있어 해소할 수 없는 상황이다. 독일은 별도의 요금 및 규제위원회가 전기-가스-열 요금 따져서 조정한다. 물가당국이 문제제기를 해도 재심의에 나서지만 거부도 가능하다. 반면 우리는 산업부가 에너지요금 정하지만, 물가당국인 기재부와 협의하도록 돼 있다. 국회와 청와대가 빈번하게 개입한다. 홀수로 구성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처럼 정치권과 국회로부터 독립적인 에너지규제위원회가 설립돼야만 해결이 가능하다.
◇이태의 박사 : 전적으로 공감한다. IEA(국제에너지기구)가 연구원과 공동으로 우리나라의 넷제로 달성을 위한 전력시장 구조개편안 연구를 하는 과정에서 무엇보다 거버넌스가 개선돼야 한다고 짚어주더라. 시스템 내에서 전력위원회가 독립적으로 나와서 가격을 결정해야 한다는 의미다. 해외에서도 우리나라가 전기 등 에너지요금 결정에 있어 독자적으로 판단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위기에 빠진 집단에너지사업의 원인과 문제점에 대한 의견을 들려달라
◇이태의 박사 : 고정된 요금에서 연료가격 급등은 에너지 판매기업에게는 손실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공기업인 한전과 가스공사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손실을 회수할 수 있어 요금을 안정적으로 이끌어가고 있다. 하지만 집단에너지는 한난 이외에 다양한 사업자들로 구성되어 있고, 안정적인 도시가스를 기반으로 하는 개별난방과도 경쟁하는 구조다. 집단에너지 사업은 원료비 변동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문제를 갖고 있다.
또 가스공사처럼 미수금이라는 형태로 회계처리도 불가능해 원료비 상승이 직접 손익으로 연결된다. 도시가스 민수용 요금과 연동으로 원료비 변동에 대한 반영도 제대로 안된다. 원료비 정산제도가 있지만 1년에 한 번으로 현재와 같이 원료비 급등상황에선 한계가 있다. 소규모 사업자는 운영 자체가 안될 수도 있다. 손실에 대한 보상방안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유승훈 교수 : 국내 집단에너자사업은 소규모 사업자가 많은데다 CHP 규모별로도 원가구조 차이가 크다. 사업자 간 이익 및 손실 규모에 극명한 차이가 있고, 최근에는 발전사로부터 열을 받는 집단에너지사업자 경영상태가 특히 어렵다고 들었다. 원가구조 차이 및 원료비 반영이 안돼 사업규모가 작을수록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다. 구역전기사업(CES)가 제일 문제다. 미래에 우리가 가야 할 분산화·분권화의 최적모델인 CES가 사생아처럼 돼 있다. 분산에너지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해 분산에너지 특구로 지정, 재정적이고 현실적인 지원이 이뤄지는 것이 유일한 생존방안이다.

◆열요금제도 개선 및 정부지원방안 등 대안은
◇유승훈 교수 : 열요금 110% 상한을 풀자는 사업자 요구가 있으나 쉽지 않다. 경제학적으로는 사업자 원가구조에 맞춰서 요금을 산정하는 것이 합리적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주민반발을 고려하는 한편 개별난방과의 경쟁력도 감안해야 한다. 지역·사업자별 요금 역시 정부·국민·정치권이 동의할지 모르겠다. 원료비 연동제를 제대로 하면 되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변동성과 안정성을 같이 가기가 힘들다. 공공은 가능한데 민간이라는 것이 문제다. 한전이나 가스공사와 달리 집단에너지사업자는 주주들이 눈을 부릅뜬 채 보고 있다.
현재 수치상으로 봤을 때 사업자들이 엄살을 부리진 않는 것 같다. 자칫 공급안정성이 우려될 정도로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적자가 아닌 미수금으로 처리하는 등 원가회수 방안을 정부가 나서 해줘야 할 상황이다. 모든 것이 여의치 않다면 개별소비세부터 한시적으로 면제해줘야 한다. 지역자원시설세 역시 감경 내지 한시적으로 면제해야 한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분산에너지특별법이 하루빨리 통과돼야 한다. 이를 통해 전기부문에 대한 분산편익 보상이 이뤄져야 하고, 열부문에 대한 제도개선도 필요하다.
◇이태의 박사 : 지금의 급격한 원료가격 상승은 미수금 처리 등이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소규모 집단에너지 사업자의 현금흐름을 개선할 수 없다. 기업 운영이 어려운 상황이 발생해 열 공급 자체가 문제가 될 상황이 발생하지는 않을까 우려될 정도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를 일시적이라도 완화하기 위해서는 세제 및 재정적인 지원이 시급하다. 특히 급격한 연료비 변동 시기에 연동제를 유보하거나 한시적으로 적용하는 방안도 있다. 원료비 반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만큼 열요금제도 개선도 필요하다. 정부 기금도 해법이 될 수 있다. 소비자 수용성 확보는 물론 정부 재원조달이 가능할 것인지가 문제다.

◆국내 집단에너지사업의 지속가능한 발전방안은?
◇이태의 박사 : 집단에너지도 전력 분야와 같이 화석연료 기반의 열공급에서 탈피할 필요가 있다. 탄소중립이라는 장기적인 추세, 그리고 우크라이나 사태 등의 단기적인 사건 등은 열병합의 연료믹스에 대한 적정포트폴리오를 만들어가야 함을 시사한다. 장기적으로는 저온난방이라고 불리는 4세대 지역난방 도입을 통해 P2H(Power to heat), 재생에너지 활용 등의 새로운 열원의 확보가 필요하다. 다만 탄소중립이 전력과 산업에 치중돼 열에너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성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천연가스 기반에서 탄소중립적인 열공급체계 구성으로 지속가능한 발전방안을 모색할 시기다.
◇유승훈 교수 :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서 집단에너지도 바뀌어야 할 부분이 많다. 열요금제도에 대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개선방안 마련에 정부와 사업자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저가열원 확보 노력과 함게 사업자 간 열연계 확대도 중요하다. 다양한 저가열원 개발을 위해 열거래소(SO) 신설을 고려할 수 있다. 초기에는 공기업인 한난에서 그 역할을 담당하다가 장기적으로 분리(ISO)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영국의 경우 전력 소매사업자들이 대규모로 파산했다. 발전소를 가지고 있는 발판통합업체는 망하지 않았으나 판매는 다 망했다. 중계판매 역할로는 버티기 어렵다. 국내 집단에너지사업도 규모의 경제 실현과 원가경쟁력 확보를 위해선 M&A(인수·합병)가 불가피한 만큼 이를 촉진하기 위해 일정기간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대형 CHP를 갖춘 기업이 중심이 돼 인근업체를 통합하는 형태다. 지역별 소규모 한계사업자의 경우 공기업인 한난이 인수 또는 위탁경영하는 것도 고려할 만 하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