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공급비용 산정기준 개정 5년만에 산업부에 재차 건의
가산투자율로 선투자 유도…안전관리 투자 유인 및 의무 부여

▲30년 이상 장기사용으로 노후된 도시가스배관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 공급비용 산정기준에 투자보수가산제를 활용하는 방안이 지자체에서 제기돼 제도정비 여부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30년 이상 장기사용으로 노후된 도시가스배관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 공급비용 산정기준에 투자보수가산제를 활용하는 방안이 지자체에서 제기돼 제도정비 여부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이투뉴스] 그동안 시급성이 강조되면서도 투자보수에 대한 유인책이 마련되지 않아 안전 확보에 어려움을 겪던 노후 도시가스배관에 대한 제도정비가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서울시가 산업통상자원부에 도시가스 공급비용 산정 시 가산투자율을 적용해 도시가스사의 선투자를 이끌어내는 내용을 담은 공급비용 산정기준 개정을 공식 요청했다. 지난 2018년 11월 7일 장기사용 배관 증가에 따른 안전관리 투자 확대가 절실하다며 기존 공급시설의 안전관리 투자에도 가산투자보수를 확대 적용해달라고 건의한데 이은 5년 만의 재요청이다.

서울시가 산업통상자원부장관에게 ‘안전투자를 위한 도시가스회사 공급비용 산정기준’ 개정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서울지역 도시가스보급률은 97.8%로 포화상태에 도달하였고, 도시가스사 전체 배관 중 30년 이상 장기사용배관이 차지하는 비율이 25.6%로 높은데 비해 공식적인 내구연한 기준이 없고 투자 대비 비용회수가 미미해 장기사용 배관 교체 등 안전조치 이행에 어려움이 있는 실정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지침 제14조의 미공급지역 보급 확대와 같이 장기사용배관을 교체하는 경우 공급비용을 산정할 때 가산투자율을 적용토록 해 달라는 것이다.

개정안은 도시가스회사 공급비용 산정기준에 제18조(시민의 안전을 위한 장기사용 도시가스 배관 교체 투자 확대)를 신설해 사업자가 시민의 안전을 위하여 30년 이상 장기사용 도시가스 배관을 선교체 하려는 경우에 공사계획을 시·도지사에게 제출하고 시·도지사는 사업자 공사계획을 검토하여 시·도 가스공급시설 공사계획에 포함시킬 수 있도록 했다. 이와 함께 이 규정에 의하여 시민의 안전을 위해 30년 이상 장기사용 도시가스 배관을 선교체한 사업자에 대하여 시·도지사는 공급비용 산정 시 제12조 요금기저에 따른 요금기저에 최대 3%의 범위 내에서 적정투자보수를 가산하여 인정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안전을 위한 도시가스사의 선투자를 유도하겠다는 의도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서울시가 산업부에 보낸 공급비용 산정기준 개정안이 2018년 당시 ‘건의’에서 이번에는 ‘요청’으로 바뀐 점이다. 절박한 상황에 대한 온도차가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만큼 장기사용 배관 증가에 따른 안전관리가 시급하고 절실하다는 방증인 셈이다. 

여기에는 올해 1월 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면서 안전사고 예방에 대해 크게 달라진 사회적 관심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018년 말 고양시를 시작으로 목동과 안산에서 온수관 파열사고가 잇따르고, 그 원인이 노후화된 배관의 관리 소홀에 기인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데 이어 매설된 가스배관은 사고발생 시 막대한 피해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장기사용으로 노후된 가스배관이 대형 인명피해의 가능성이 큰 광역시급에 많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사회적 관심 커져

▲전국 도시가스 공급배관 현황(단위 km)
▲전국 도시가스 공급배관 현황(단위 km)

한국도시가스협회 통계에 따르면 전국에 매설된 도시가스 공급배관은 본관 1만4468㎞ 및 공급관 3만6018㎞로 총 5만487㎞이며, 노후화가 빠른 수도권의 경우 본관 5756㎞ 및 공급관 1만6222㎞로 총 2만1979㎞에 이른다. 이 가운데 전국의 30년 이상 된 배관은 약 4.4%이며, 이중 노후화가 심각한 PLP(폴리에틸렌 피복강관) 배관은 98.5%로 장기사용배관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도시가스 보급 초기에는 PLP관을 주로 설치했으나 최근에는 PE관(폴리에틸렌관)을 주로 설치하고 있다.

서울시를 비롯한 수도권뿐만 아니라 전국의 도시가스사가 처한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코원에너지서비스가 1979년 최초로 허가를 득하면서 전국 34개 도시가스사업자 중 20개 사업자의 사업력이 30년 이상이며, 29개사가 20년 이상 사업을 영위해왔다. 

도시가스 안전관리 수준은 비교적 높은 수준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으나 사업력이 30년을 경과하면서 배관 등 설비도 장기간 사용됨에 따라 부식이나 배관 내 압력에 따른 기체의 흐름으로 배관두께가 얇아지는 감육 등 노후화가 불가피하다. 특히 PLP관은 철강파이프로 피복 훼손 시 부식에 따른 안전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공급설비의 노후화가 시작돼 체계적인 관리 및 교체가 필요하고, 설비의 노후화는 특정 시·도에 해당하는 것이 아닌 전국 모든 시·도에서 발생하는 만큼 중앙정부의 관리·감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현재 도시가스 미공급지역 보급을 위한 융자, 투자재원 등의 보급 확대 정책을 운영 중이나 장기사용 설비관리를 위한 제도는 부재한 실정이다. 도시가스업계에 따르면 30년 이상 장기사용 설비 교체투자비는 시설분담금이나 보조금 대상이 아니어서 사업자가 전액을 투자해야하는 만큼 향후 10년간 교체가 진행될 경우 기존 투자비 대비 15.2%를 추가 투자해야 한다. 투자기간이 짧아질수록 투자규모는 증가한다.

▲도시가스 공급·안전설비 투자 대비 장기사용설비 투자 추정액(단위:백만원)
▲도시가스 공급·안전설비 투자 대비 장기사용설비 투자 추정액(단위:백만원)

하지만 현행 세액공제와 융자제도로는 효과가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안전설비투자 세액공제는 장기사용설비 교체 대상이 아닌데다 안전관리사업 융자제도는 차입금으로 사업자의 상환의무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효과가 떨어진다. 사업자가 안전성 확보 측면에서 노후설비 교체에 중점을 둘 수 있도록 정책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이에 따라 유인책으로 제도정비 측면에서 제시된 게 투자보수율 가산제다. 도시가스 미공급지역 보급 확대를 위해 요금기저의 3% 이내에서 시·도지사가 보수율을 가산할 수 있고 사업자는 가산 받은 보수의 1.5배를 미공급지역에 투자토록 하는 제도를 활용하자는 것이다. 투자의무가 미공급지역 배관투자에 한정되어 있으나 제도를 정비하여 장기사용설비 교체까지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이다.

이 같은 투자보수율 가산제는 투자유인과 함께 투자의무가 발생한다는 점에서 가장 효과적이라는 평가다. 요금기저와 감가상각비에 포함되어 투자보수가 발생해 사업자 유인제도로서 효과가 크고, 투자보수율을 가산 받을 경우 의무도 가중돼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사업자의 패널티 부담이 엄청나다.

지난 1980년 수도권에 나프타로 도시가스 공급이 시작돼 1987년부터 LNG로 전환하며 고속성장을 이어온 도시가스산업이 그동안 성장을 위해 보급 확대에 주력하였다면 이제는 소비자 안전 측면에서 장기사용설비의 관리에도 중점을 둬야 한다. 국민연료로 평가받는 도시가스가 경제성·편의성과 함께 안정성 높은 에너지원으로 그 위상을 이어갈 수 있도록 제도정비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채제용 기자 top27@e2news.com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