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이러다 자칫 호미로 막을 수 있는 것을 가래로 막는 우를 범할까 걱정스럽다”“전국 보급률이 85%를 넘은 만큼 이젠 보급 확대에 비중을 두기보다 유지·관리에 초점을 맞춘 제도가 시행돼야 한다” 공급권역 내에 20~30년 이상 오래 사용한 배관망을 구축하고 있는 도시가스사 실무진이 토로하는 고민이다. 

국민연료로 자리매김한 도시가스가 40년의 역사를 넘기면서 장기사용으로 인한 노후 배관의 안전관리가 시급한 숙제로 떠올랐다. 지난 1979년 최초로 허가를 득하면서 태동한 도시가스산업은 전국 34개 도시가스사업자 중 20개 사업자의 사업력이 30년 이상, 29개사가 20년 이상이다.

우리나라의 도시가스 안전관리 수준은 세계적으로도 우수하다는 평가다. 하지만 사업력이 30년을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부식이나 감육 등으로 인한 노후 배관의 교체·보수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전국에 매설된 도시가스 공급배관은 총 5만487㎞. 이 가운데 30년 이상 된 배관은 약 4.4% 정도다. 특히 보급 초기에 주로 설치된 PLP(폴리에틸렌 피복강관) 배관이 대부분을 차지하며 노후화가 심각한 실정이다. 
  
문제는 30년 이상 장기사용 설비 교체투자비는 시설분담금이나 보조금 대상이 아니어서 사업자가 전액을 투자해야하는데 잠정 추산되는 금액만 수천억원 규모다. 개별 민간기업으로서는 한계가 있는데다, 안전설비투자 세액공제는 장기사용설비 교체 대상이 아니고 안전관리사업 융자제도는 차입금으로 사업자의 상환의무가 존재한다.

전국 도시가스보급률은 85%를 넘고, 노후화가 빠른 서울시권역은 98.5%에 이른다. 장기사용에 따른 노후 배관의 체계적인 관리·교체가 일부 시·도가 아닌 중앙정부 차원의 정책·제도적 측면에서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갖는 이유다.

서울시가 2018년 건의에 이어 5년 만에 또 다시 산업통상자원부에 도시가스 공급비용 산정 시 가산투자율을 적용해 도시가스사의 선투자를 이끌어내는 내용을 담은 공급비용 산정기준 개정을 요청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그만큼 절실하고 시급하다는 방증인 셈이다.

올해 1월 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면서 안전사고 예방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크다. 성숙기를 지난 정체기에 들어선 도시가스산업이 장기사용 노후 배관에 대한 안전성을 확보해 소비자로부터 사랑받는 국민연료로서 위상을 이어갈 수 있도록 제도정비가 이뤄질지 눈여겨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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