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솔루션, 에너지소비 및 공급망 재생에너지 중심 재편 강조
주요기업 98TWh 소비…재생에너지 전력공급 21.5TWh에 그쳐

▲영국의 에너지연구기관 엠버가 분석한 국내 11개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 현황.
▲영국의 에너지연구기관 엠버가 분석한 국내 11개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 현황.

[이투뉴스] 전세계 기업들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에너지 소비와 공급망을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재편하는 등 자발적으로 RE100에 참여하는 가운데 국내 재생에너지 공급 부족이 한국 기업들의 경쟁력을 잃게 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기후솔루션은 영국 에너지연구기관 엠버(EMBER)가 분석한 국내 재생에너지발전 현황과 탄소집약적인 주요 11개기업의 에너지소비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조사는 국내 풍력·태양광 발전량과 철강, 전자, 반도체 등 온실가스 배출이 가장 많은 상위 11개 기업 전력수요를 비교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현대제철, 동국제강, 세아베스틸, 현대모터스, 삼성에스디아이, DB메탈, 포스코, LG전자 등 11개 기업은 2020년 기준 98TWh의 전력을 소비했다. 같은해 21.5TWh에 불과한 한국의 풍력·태양광 발전량보다 4.5배 많은 전력 소비량이다.

엠버는 수출에 크게 의존하는 국내 산업계가 저조한 재생에너지 발전으로부터 발목 잡힐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애플, 구글, BMW 등 국내 기업의 글로벌 경쟁사이자 고객사들은 일찌감치 RE100에 합류해 재생에너지를 사용하지 않는 기업과는 거래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이에 적극 동참하지 않으면 수출경제에 큰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지난해 한국개발연구원(KDI) 정책대학원과 에너지경제연구원도 2030년까지 국내 산업계가 RE100 달성에 실패한다면 자동차, 반도체, 디스플레이에서 수출이 각각 15%, 31%, 40%가량 감소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기후솔루션은 EU 회원국의 탄소국경세 도입에 가속이 붙으면서 재생에너지가 수출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주요 기업들의 RE100 동참이 불가피한 가운데 충분치 않은 재생에너지 공급이 기업들의 적극적인 RE100 참여를 어렵게 할 장애물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어 세계가 재생에너지로 빠르게 전환하는 움직임과 비교해 국내 재생에너지 보급은 평균에 크게 뒤처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엠버가 공개한 ‘국제 전력리뷰 2022’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태양광과 풍력발전 비중은 4.7%에 불과했다. 아시아 주변 국가인 일본, 중국, 몽골, 베트남을 비롯해 세계 풍력·태양광발전 비중이 처음으로 평균 10%를 넘어선 것에 비해 한국은 절반도 되지 않았다.

기후솔루션은 한국은 전체 발전량 64%를 화석연료에 의존하며 기후 리스크에 크게 노출돼 있다고 비판했다. 충분한 재생에너지 공급뿐만 아니라 기업이 합리적인 가격으로 재생에너지를 구매할 수 있도록 전력계통과 정책의 개선 역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비용과 시간을 더 소비하도록 하면서 재생에너지 보급을 억제하는 역할을 하는 복잡한 인허가절차를 간소화하고, 재생에너지 판매와 구매가 좀 더 유연하고 탄력적일 수 있도록 전력시장이 재생에너지 친화적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저스틴 홈스 기후솔루션 전력시장계통팀 프로젝트 매니저는 “한국의 과도한 화석연료 의존은 기후에도 위협적일 뿐만 아니라 기업의 글로벌 시장경쟁력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며 "재생에너지를 위한 공정하고 유연한 전력시장을 마련하고, 재생에너지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선 불필요한 이격거리 규제를 없애고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경남 기자 jin07@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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