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 재료 대신 암반과정 돌가루로 메워
“업체 대부분 부실공사…관리감독 구멍"

▲지열에너지 시공업체가 지열관을 땅 속에 넣기 위해 천공작업을 하고 있다.(기사내용과 무관)
▲지열에너지 시공업체가 지열관을 땅 속에 넣기 위해 천공작업을 하고 있다.(기사내용과 무관)

[이투뉴스] 지열에너지 시공업체들이 지중열교환기 설치 과정에 그라우팅 작업을 기준대로 하지않는 등 부실공사가 횡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정부 보조금 지원사업 참여기업으로 선정된 업체들 사이에 이런 행태가 만연해 산업통상자원부와 에너지관리공단의 관리감독에 구멍이 뚫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5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지열에너지설비를 시공하는 업체 중 대다수는 지중열교환기 그라우팅 시공기준을 준수하지 않음으로써 결과적으로 부당이득을 취하고 있다. 지열에너지업계에 따르면 지열에너지 냉·난방은 대부분 정부 보조지원사업을 통해 설치하는데, 제대로만 시공하면 기름보일러 대비 난방비 부담을 60~70% 절약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에너지공단은 매년 심사를 통해 지열부분 지원사업 참여기업을 선정하고 시공기준 준수를 포함한 약정까지 맺는다. 하지만 공공기관과의 이런 약속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으면서 그 피해는 소비자인 국민과 국고손실로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지열업체들에 의하면 수직밀폐형시스템은 땅속에 있는 열을 이용하기 위해 수직으로 땅에 구멍을 파는 천공작업을 거쳐 두 개의 PE관을 밴드로 연결한 지열관을 홀 속에 삽입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후 지열관 내부에 물을 주입하고 순환시켜 히트펌프로 건물 냉난방시스템을 가동한다. 

수직밀폐형시스템에 설치하는 지중열교환기는 지중열전도를 높이고 효율을 향상시키기 위해 반드시 설치해야 한다. 이 과정에 그라우팅이라는 공정을 통해 열전도율을 높이면 열효율을 안정적으로 가져갈 수 있다. 지중열교환기의 물을 식혀주기 위해 구멍 최하단부까지 벤토나이트나 시멘트를 주입해 홀의 틈새를 없애는 작업이다.

그라우팅 작업은 순수 벤토나이트나 시멘트를 사용하거나 신재생에너지설비에 관한 지침에서 정한 혼합비율을 준수한 벤토나이트·시멘트 혼합물을 주입해야 한다. 하지만 대다수 지열시공업체는 이 그라우팅 기준을 준수하지 않고 돌가루를 넣는 등 부실시공을 일삼고 있다는 게 업계 내부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이렇게 시공된 지열은 열전도가 온전하지 않아 주택 냉난방시스템 효율이 크게 떨어진다. 정부 보조금을 받아 지열에너지설비를 설치하고도 원만하게 냉난방이 되지 않아 일부 소비자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업계의 의하면 이러한 부실 그라우팅 작업은 업계의 비밀아닌 비밀이다. 업체들이 이윤을 더 남기려고 땅속까지 확인이 쉽지 않은 그라우팅 작업을 의도적으로 배제한다는 것이다.

에너지공단 보조지원사업 참여기업이라는 명목으로 사업을 수행하면서 부실시공을 통해 부당이익을 취하고 있는 셈이다.

이를 지켜보는 일부 양심업체들은 "부실시공 업체가 에너지공단 참여기업에 포함돼 국민의 세금으로 자신들의 배를 불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A사 관계자는 "산업통상자원부와 에너지공단이 지열에너지 시공기준을 제대로 준수하고 있는지, 그라우팅 재료를 직접 구매해 작업을 하고 있는지 실태를 철저히 조사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 지열업계 관계자는 “그라우팅 작업은 열전도율을 향상시키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오염된 물이 지하수를 따라 집안으로 흘러 들어가지 않도록 하는 역할도 한다”면서 “지열에너지설비 시공기준으로도 그라우팅을 어떻게 하고 무슨 재료를 넣어야 하는지 분명히 명시하고 있는데 이를 지키지 않는 것은 작은 이득에 눈이 먼 행태”라고 말했다.

시공업체들은 업체들이 단가를 무조건 낮추다보니 정상적으로 그라우팅작업을 요청하는 경우가 없다고 비판한다. 이렇다보니 그라우팅 시공과정에서 에너지공단이 명시한 벤토나이트나 시멘트 대신 암반과정에 나온 돌가루로 메꾸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이대로 부실시공이 지속될 경우 지열에너지 산업 전반의 신뢰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지열에너지 시공사 관계자는 “그라우팅을 하면 지반을 깊숙이 파서 재료를 넣는 과정 때문에 관리감독이 어려운데, 이를 역이용해 재료를 대충 넣는 근시안적인 행태가 빈번하게 나온다”며 “영구적으로 쓸 수 있는 지열에너지가 몇년 되지 않아 효율이 크게 떨어지고, 부실공사로 지반이 침하돼 지하수까지 오염되는 등 장기적으로 지열산업 붕괴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진경남 기자 jin07@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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