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태양과 지구의 거리는 절묘하다. 너무 가깝지도, 너무 멀지도 않다. 그 덕에 수많은 생명이 지구에서 나고 소멸한다. “빛이 있으라”하고, 그 결과에 흡족해 했다는 신의 오차 없는 설계가 주효했다.

사달은 문명사회가 다량의 화석에너지를 땅속에서 꺼내 쓰면서 시작됐다. 막대한 양의 석탄·석유‧가스를 연소시키며 배출한 온실가스가 지구의 체온조절 장애를 유발했다. 1000년에 1℃ 오를까말까 했던 평균기온이 지난 100년간 1.1℃나 올랐다. 사람으로 치면 체온이 36.5℃에서 37.7℃로 뛴 셈이다. 

전 세계 과학자들은 파국적인 기후변화를 피하려면 금세기내 추가 상승폭을 0.4℃ 이내로 제한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여야 달성 가능한 목표다. 사회·경제·산업 전 분야의 대전환이 아니면 이루기 어렵다. 2050 탄소중립 목표 설정과 2030 NDC(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 상향조치가 나온 배경이다. 

내달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의 생각은 좀 달라 보인다. 인수위원회 일성은 "탄소중립 목표는 이어가되 정책믹스는 대대적 정책전환이 불가피하다"이다. 석탄화력과 원전 비중을 줄이고 재생에너지를 늘리는 정책이 온실가스 증가와 전기요금 인상만 초래했다는 이유에서다.

인수위는 실현가능한 탄소중립을 위해 ▶재생에너지와 원전의 조화 ▶SMR(소형모듈원전)을 포함한 녹색기술 R&D ▶탄소배출권 제3자 시장 확대 및 ESG 연계 ▶미국 등 주요국과의 기후에너지 동맹 강화 ▶탄소중립-녹색성장 거버넌스 재구성 등을 당면과제로 제시했다. 

물론 국내 전력소비량의 각각 30%를 공급하는 석탄과 원전 비중은 이전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고, 재생에너지 비중 역시 여전히 OECD 36개국 꼴찌 수준이다. 지금도 GW급 신규석탄과 원전이 각각 7기, 4기씩 건설되고 있다. 전기료 인상의 직접적 원인은 러시아-우크라이나발 에너지가격 앙등이다.

전방위 방향 전환을 예고한 것처럼 보이지만, 인수위 결론은 전력믹스에서 원전 비중을 높이고 그만큼 재생에너지 목표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차기 당·정은 노후원전 수명연장을 상수로 신한울 3,4호기 이외 백지화 원전의 부활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고 한다. 

신규 원전 건설은 지역사회 반발을 무릅쓰고 부지를 확보한다해도 완공까지 최소 10년 이상이 걸린다. 게다가 대용량 전력망 추가 건설없이 대형원전 계통연계가 가능한 부지는 전국에 단 한 곳도 없다. 원전보다 건설이 어렵다는 게 송전탑과 송전선로다. 여기에 출력조절이 어려운 원전은 전력계통의 변동성이 증가하는 만큼 빈번하게 부분감발이나 정지를 요구받게 될 처지다. 기후위기가 워낙 다급해 처치곤란 핵폐기물과 이상기후에 더 취약한 원전안전 문제 등은 차치한다 해도 그렇다.

인수위 말마따나 "실현가능한 탄소중립"은 "기술중립 원칙"에 입각해 각 전원이 주어진 여건아래 자유롭게 경쟁해 스스로 우열을 가리도록 하는 일이다. 재생에너지와 원전간 인위적 비중 조정은 현 정부 실책을 반복하는 일이다. 이제라도 전력시장의 경쟁 원칙을 바로 세우고 '국민참여형 탄소중립'을 위해 소매시장을 열어야 한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