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럴당 150달러에 육박하던 국제유가(WTI 기준)가 110달러까지 떨어졌다. 유가하락세는 큰 추세인지, 아니면 일시적인지에 관해서는 국제적인 전문가들 마저 혼선을 빚고 있다. 그만큼 미래 기름값을 예측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한쪽에서는 중국과 인도 등의 수요가 꾸준히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대세하락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다른 한쪽은 국제유가가 100달러 이하까지 떨어질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앞으로 국제유가는 지켜봐야 할 일이지만 배럴당 100달러는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니다. 특히 석유수입이 세계 6번째인 우리로서는 간과할수 없는 금액이다. 자동차와 반도체를 수출해서 벌어들이는 외화보다 원유를 사들이는 달러가 더 많다.

 

지난해와 비교하더라도 요즘 유가 수준은 거의 배에 이르고 있다. 유가가 떨어지고 했다고 해서 방심할수 없는 큰 이유이다. 올해 기름값이 이처럼 천정부지로 뛰었는데도 유독 우리나라는 휘발유 소비가 늘어난 것으로 최근 지식경제부 발표가 나왔다. 미국을 비롯해서 일본 및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모두가 기름 소비가 주는데도 우리나라만 증가한 것은 무슨 이유로 설명해야 할까?

 

멀게는 철도와 버스 등 대중교통 수단보다는 승용차 위주의 도로 교통정책도 무시할수 없다. 이런 정책은 국민이 자전거를 이용하려 해도 도로체계가 불편하게 되어 있는 점과 일맥상통한다. 법령과 제도 자체가 어쩔수 없이 승용차를 이용하도록 만들고 있는 것이다.

 

가깝게는 가격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의 급격한 상승세로 가격 기능이 약간 살아난 측면도 있었다. 하지만 크게 보면 다른 물가 등을 감안해서 볼때 아직도 휘발유 값이 큰 부담이 되지 않고 전기료가 동결되는 등 가격이 시장의 왜곡을 가중시키기고 있는 것이다.

 

본지는 에너지의 가격체계가 효율적인 자원배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일부에서 주장하는 유류세 인하만 해도 그렇다. 유류세 인하는 저소득층에게는 혜택이 적은 것이다. 오히려 차를 두대 세대씩 갖고 있는 부유층에게만 상대적으로 많은 혜택이 돌아간다. 때문에 우리는 유류세 인하에 강력히 반대하는 것이다.


특히 정부가 고유가 위기에 대비하기 위해서 내놓은 각종 정책들은 하나도 고삐가 늦춰져서는 안된다. 오히려 고삐를 더욱 죄어야 한다. 냄비 근성으로 기름값이 폭등하니까 하는 척 하다가 유야무야 해서는 안된다. 이미 일본과 독일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과거 1, 2차에 걸친 석유파동을 교훈 삼아 에너지 정책을 확실하게 추진해 왔기 때문에 근년의 고유가에도 큰 타격을 입지 않고 있다. 반면교사로 삼지 않으면 우리는 영원히 추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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