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수 한국교통대학교 안전공학과 교수

수소경제 가속화 현실적 방안…호환성·안전성 실증 선결과제
파일럿 테스트, 품질기준 등 관련법령 정비 및 상세기준 필요

▲보다 효율적으로 수소를 손쉽게 국민 생활에 공급하기 위한 방안으로 모색되는 도시가스 수소혼입 프로젝트가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서는 호환성과 안전성에 대한 실증을 통한 검증이 선결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보다 효율적으로 수소를 손쉽게 국민 생활에 공급하기 위한 방안으로 모색되는 도시가스 수소혼입 프로젝트가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서는 호환성과 안전성에 대한 실증을 통한 검증이 선결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의수 한국교통대 안전공학과 교수
▲김의수 한국교통대 안전공학과 교수

[이투뉴스] 정부는 최근 제4차 수소경제위원회에서 ‘제1차 수소경제 이행 기본계획’을 통해 수소 선도국가 비전의 실현을 위한 ‘청정 수소경제 선도국가’로의 도약을 목표로 세웠다. 향후 수소는 2020년 최대 에너지원인 석유를 제치고 2050년에는 단일에너지원으로써는 최대에너지원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에서는 수소 생산, 수소 저장·운송, 수소 수송수단, 수소 발전, 수소 전 주기 안전·환경·인프라 등 크게 5가지 분야에 대하여 기술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2030 NDC(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 및 2050 탄소중립을 위한 혁신방안으로 도시가스 수소혼입 방안이 제1차 수소경제 이행 기본계획에 포함되어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도시가스 수소혼입이란 도시가스 공급배관에 수소(H2)를 도시가스와 혼입하여 공급하는 것으로, 가스도매사업자나 일반도시가스사업자의 정압시설에 수소혼입시설을 설치, 도시가스 배관망을 통해 ‘수소+천연가스’를 사용자에게 공급하는 방식이다.  국내 구석구석까지 연결된 5만㎞ 길이의 도시가스 배관을 이용해 수소 전용배관망이 갖춰지기 전에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해 전국적이면서 효율적으로 수소를 손쉽게 국민 생활에 공급하기 위한 방안이다. <그림1 참조> 

국내 연간 천연가스 사용량은 4000만톤인데, 수소를 10vol% 혼입해도 연간 129만톤의 천연가스 사용을 줄일 수 있고, 이를 통해 연간 355만톤의 이산화탄소 감축이 기대된다. 정부의 탄소중립 목표(‘30년 NDC 40% 감축)에 대응하기 위한 획기적인 정책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배관·부속설비의 설계 및 상태 따라 수소혼합 농도 한계 상이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크기가 작고 가벼운 수소의 특성으로 인해 수소취성 수소 누출, 도시가스와 수소의 분리 현상 등이 발생할 수 있어 도시가스 배관망 및 사용기기에 대한 수소 호환성과 안전성 검증이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배관 및 설비의 재질에 따라 수소가 0.1% 초과하면 배관이 수소취성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알려져 있고, 수소혼합 농도의 한계가 배관 및 부속설비의 설계 및 상태에 따라 상이해 이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 <그래프1 참조>

또한 수소혼입이 상용화되면 가정용 가스보일러 및 가스레인지와 산업용 보일러, CNG 버스는 물론 발전용 가스터빈 등 도시가스를 사용하는 모든 가스기기에 수소를 함께 사용하게 된다. 국내 도시가스 배관망은 2020년 기준 2012만개의 수요시설에 연결되어 국민생활 안전과 직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안전성 검증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정부는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앞두고 도심지 대기환경을 개선할 목적으로 CNG자동차를 보급하기 시작했다. 전국에서 운행 중인 CNG자동차는 약 4만대에 이르고 천연가스자동차충전소 또한 전국적으로 87개소 247개의 충전기가 현재 가동 중이다. 천연가스자동차의 도입으로 대도시 대기오염의 주원인이었던 대기환경이 눈에 띄게 개선되었던 점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이런 긍정적인 효과와는 달리 2005년 이후 10차례 이상 발생한 CNG버스 사고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대다수 시민의 우려를 자아냈다. 2007년 12월 경기도 구리시 인창동 북부 간선도로 위에서 발생한 용기 폭발사고를 계기로 2005년 3월 용기제조공정 개선 이전에 유통된 용기 9808개를 모두 수거하는 등 비용적 손실도 막대하다. 

또한 2010년 8월 9일 발생한 서울 행당동 CNG버스 내압용기 파열사고 직후 관계부처 합동 긴급안전대책의 일환으로 하절기 CNG용기의 사용압력 20.7㎫ 보다 10% 감압된 18.6㎫로 충전하는 감압충전이 현재까지도 불편함을 감수하고 이어지고 있다. <표1 참조>

당시 관련사고 조사에 모두 참여했던 필자 기억을 돌이켜 보면, 결국 사고의 주요 원인은 정부 의도는 매우 좋았으나 안전보다는 CNG차량 보급에 초점을 맞춘 탓에 제대로 된 실증연구와 검증이 완료되지 않은 용기를 급히 보여주기 식으로 생산·공급을 밀어붙여 결국 막대한 피해와 불편함을 가져온 것으로 판단된다. 

◆보여주기 식 밀어붙이기식 정책은 한계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도시가스 수소혼입 방안은 이와는 다른 형태로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보여주기 식 밀어붙이기식 정부의 정책이 어떠한 결과를 가져왔는지를 반드시 교훈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도입 시기가 다소 늦어지더라도 안전이 완전히 담보될 수 있을 때까진 수많은 연구와 실증, 발생할 수 있는 사고 시나리오 도출 및 사전대책 수립 등의 체계적인 안전연구시스템 실행이 절실하다. 

첫째, 국내 도시가스배관은 지하매설 배관으로 PLP관과 PE관을 각각 50%씩 사용 중인데 배관 재질 및 용접부의 수소취성이 우려돼 수소혼입을 위한 실증연구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수소취성 평가, 수명예측 및 사용기기의 안전성 검증을 수행해야 하며 해외 실증사례 분석, 파일럿 설비 구축, 수소혼입 실증 및 운영기술 개발 등이 뒷받침 되어져야 한다.

둘째, 수소의 특성을 고려한 도시가스 공급·사용시설 및 설비에 대한 안전성 및 호환성 확보는 당연히 필수적이다. 아울러 가정용 가스보일러 및 가스레인지와 산업용 보일러, CNG 버스는 물론 발전용 가스터빈 등 도시가스를 사용하는 모든 가스기기에 대해서도 수소혼입 제한량과 호환성 검증이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 <표2 참조>

셋째, 해외 선진 동향과 정책 분석을 통해 국내 환경을 고려한 독창적인 수소혼입 방식을 제안할 필요가 있다. 미국, 영국, 독일 등 해외도 도시가스 수소혼입 추진을 위한 실증이 활발히 진행 중이다. 미국은 ‘HyBlend 프로젝트’를 통해 2020년 말부터 천연가스 배관의 수소 호환성, 수명 분석 등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으로 최대 수소 20% 혼입을 목표로 실증이 이뤄지고 있다. 영국은 ‘HyDeploy 프로젝트’를 통해 도시가스에 수소 20% 혼입을 목표로 2019년부터 배관 및 사용기기에 대한 안전성 실증이 진행되고 있으며, 독일 전력기업인 E.ON은 2021년 10월부터 천연가스 배관에 단계적으로 수소를 20%까지 혼입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넷째, 연구 검증결과를 바탕으로 배관 재질, 배관망 형태 및 주민수용성 등을 고려하여 제한된 구역에서 실제 도시가스 배관망에 수소혼입 실증을 추진하고, 수소가 혼입된 가스에 대한 안전성·호환성 시험 및 파일럿 테스트, 규제특례 추진, 품질기준 등 관련법령 정비 및 상세기준 마련도 필요하다.

도시가스 수소혼입은 온실가스를 감축할 뿐만 아니라, 수소 공급의 경제성 제고와 수소경제를 가속화 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이다. 수소가 수송용 연료뿐만 아니라 가정과 산업시설을 위한 주요 에너지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데 큰 의미를 갖는다. 

정부가 세운 ‘2026년 도시가스 수소 20% 혼입 상용화’라는 목표를 차질 없이 실현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실수를 교훈 삼아 수소 호환성 및 안전성 확보에 대한 실증 연구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2030 NDC 및 2050 탄소중립을 위한 혁신방안으로 추진되는 도시가스 수소혼입 프로젝트가 실효적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수많은 실증을 통해 호환성 및 안전성이 충분히 담보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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