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완식 석유관리원 미래기술연구소장
석유소비가 줄면 존폐기로 설 수 있어…한 단계 더 나아가야

▲김완식 석유관리원 미래기술연구소장.
▲김완식 석유관리원 미래기술연구소장.

[이투뉴스] 한국석유관리원은 친환경에너지 전환, 안전관리 강화 등 대내외 경영환경 변화에 역량을 결집하기 위해 조직개편을 단행하고 석유기술연구소의 명칭도 미래기술연구소로 바꿨다. 또 선박용 석유대체연료 시험시설을 구축하고 관련예산을 책정하는 등 R&D에 대한 투자도 한창이다.

이투뉴스는 김완식 석유관리원 미래기술연구소장을 찾아 어떻게 변화했는지, 또 앞으로 어떤 길을 걸어나갈지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김 소장은 “아시다시피 석유산업에 발전의 여지가 많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털어놓았다. 탄소중립이 글로벌 화두로 떠오르면서 정체는 커녕 하향산업으로 치부되고 있는 것이 작금의 석유산업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석유관리원 역시 전기·수소차 얘기가 계속 나오는데에 큰 위기의식을 가지고 있다”며 “만약 전기·수소차가 계속 활성화 되면 우리 석유관리원의 먹거리가 언젠가 사라져 버리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현재 석유관리원의 재정 절반은 석유제품 검사수수료에서 충당하고 있다. 석유제품 소비가 줄어들면 석유관리원의 존재의의는 물론이고 존폐기로에 설 수 있다는 것.

김 소장은 “그런 의미에서 석유기술연구소가 미래기술연구소로 단순히 명칭만 바뀌었다고 봐선 안 된다”며 “미래에너지에 대한 시험연구를 강화하고 정부의 탄소중립이라는 에너지전환 정책에 일조하면서 에너지시장을 관리하는 핵심기관으로 한 단계 더 발전하려는 명백한 의지”라고 설명했다.

단순히 도로, 해상, 항공 등 수송분야에 국한한 석유관련 기술만이 아니라 저탄소연료 확대보급 등 인프라와 정유, 석유화학, 시멘트 등 온실가스 다배출 사업의 CCU(Carbon Capture Utilization) 기술개발까지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포부다.

그는 “기존 조직을 개편해 자동차와 해운분야까지 연구할 수 있도록 연비배출가스기술센터를 출범했다”며 “자동차 분야에서 프론티어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기 위해 유럽 차기 배출가스 규제 유로7에 대한 신속한 대응과 더불어 재생합성연료(e-fuel) 국내 도입을 위한 기술개발 연구 등 국내 자동차 산업의 국제 경쟁력 강화 및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에 이바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래기술연구소 연비배출가스기술센터에서는 차량용 엔진을 소형, 중형, 중대형 등으로 나눠 배출가스 시험에 한창이었다. 미래기술연구소는 2005년부터 가짜석유 폐해성 규명을 시작으로 자동차연료 친환경성 강화를 위한 품질기준 제·개정, 친환경 자동차 연구, 배출가스저감장치 개발 등 자동차 분야 연구개발 능력을 확장해 왔다. 현재는 선박분야까지 그 기능을 확장하려는 중이다.

우리나라는 석유관리원, 발전사와의 협업으로 세계최초로 2019년 발전용 바이오중유를 상용화하는데 성공했다. 바이오선박유는 발전용 바이오중유의 품질기준 항목을 선박엔진에 적합하게 조정해 선박용 연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제조한 것이다. 미래기술연구소는 소형선박엔진을 활용한 파일렛 테스트를 마쳤고 바이오에너지협회 및 국내 해운사 등 민간분야에서도 육상·해상 파일럿 테스트를 완료했다.

김 소장은 “최근 석유관리원은 정부, 생산업체 및 해운업체가 참여하는 바이오선박유 협의체를 구성해 바이오선박유 상용화를 위해서도 힘쓰기로 했다”며 “이런 움직임 덕분에 국제해사기구(IMO)는 우리나라를 바이오선박유 상용화의 글로벌 리더로 인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정부는 바이오선박유 상용화를 위해 석유관리원에 탄소중립형 선박용 석유대체연료 보급기반 구축사업을 지원했고 올해부터 2024년까지 94억원을 투입해 중속, 고속 선박용 엔진동력계 1기와 배출가스 분석기 등 시험기기를 포함한 시험시설을 구축하기로 했다. 이미 미래기술연구소는 연비배출가스기술센터 옆에는 선박용 석유대체연료 시험시설 예정부지까지 마련해 구축에 들어간 상황이다. 본격적인 바이오선박유 상용화 연구는 중속 선박엔진 시험장비의 구축이 끝나면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연비배출가스기술센터 차대동력계시스템을 이용해 차량배출가스를 시험하고 있다.
▲연비배출가스기술센터 차대동력계시스템을 이용해 차량배출가스를 시험하고 있다.

◆연료 R&D·분석이라는 쌍두마차
김 소장은 미래기술연구소가 앞으로 두 가지 부문에서 우리나라의 에너지 산업계를 이끌 것이라고 자신했다. 연료R&D부문과 분석·시험부문이다.

김 소장은 “전기·수소선박 관련 개발의 한계, 인프라 부족 등의 어려움으로 인해 전기·수소 에너지로의 완전전환은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그렇기 떄문에 해운과 항공부문에는 다양한 석유대체연료의 발굴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탄소배출을 저감할 수 있는 다양한 대체연료와 에너지안보를 고려한 에너지원 다변화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바이오 연료의 고도화 및 다원화,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등 폐자원의 재자원화, CCU 기반 재생합성연료(e-fuel) 등 활발한 연구개발로 미래기술연구소가 탄소중립사회로 가는 과도기에서 중심적 역할을 맡게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 진입장벽이 높아 시장으로 진입하지 못하는 국내 중소기업을 돕기 위해 연구분석장비를 국산화하고, 기술지원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사회적 가치실현 및 의뢰시험 운영 공공성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석유관리원 검사원이 고속도로휴게소에서 품질점검서비스를 위해 차량연료를 채취하고 있다.
▲석유관리원 검사원이 고속도로휴게소에서 품질점검서비스를 위해 차량연료를 채취하고 있다.

◆“적은 인원에도 국민 부담 덜도록 노력할 것”
다만 김 소장은 석유관리원이 가지고 있는 한계도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예를 들어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불량 요소수 문제다. 당시 실무를 담당했던 미래기술연구소인 만큼 최근 돌고 있는 불량 요소수 문제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아 보였다. 지난해 하반기 우리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요소수 품귀 사태에서 석유관리원은 빠르게 요소수 신속검사 체제를 구축하고, 석유화학 관련 기관들에 요소수 검사방법을 전파하는 등 선도 역할을 자처했다.

김 소장은 “당시에는 힘들었지만 그만큼 자부심도 느낀다”며 “국가적인 비상사태에서 우리 석유관리원이 쌓아온 노하우가 빛을 발해 사회적가치에 기여한 대표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최근 미래기술연구소의 고민은 인원 부족이다. 사회적으로 안전에 대한 경각심과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수소 품질점검 서비스 등 업무를 늘려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이 안전하게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것이지만 한편으로는 과중한 업무로 인한 실수가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다.

김 소장은 “사회적 수요에 따라 실제로 분석할 일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며 “하지만 한정적인 인원을 효율적으로 교대할 수 있도록 노력한 덕분에 지난해부터는 LPG 정량검사 확대, 석유화학분야 시험분석 활성화 등 업무영역을 확대할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이투뉴스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묻는 질문에 김완식 소장은 “국민실생활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는 석유분야는 특히 탄소중립 사회로의 진입과 지속가능한 에너지 보급을 위해서도 중요하다”며 “우리 연구소도 다양한 R&D사업을 수행하는 것으로 가짜석유제품을 적발하고 코로나19로 지친 국민들의 부담을 덜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김진오 기자 kj123@e2news.com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