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가는 아파트가 온실가스 줄인다
100년 가는 아파트가 온실가스 줄인다
  • 김진오 기자
  • 승인 2022.05.0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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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백경진 한국산림토석협회 회장
30년도 못 채우는 우리나라 아파트 수명, 영국 4분의 1 수준
육상·바다 골재 소멸에 산림골재 부상 “협회의 역할 더 커져”
▲백경진 산림토석협회 회장.
▲백경진 산림토석협회 회장.

[이투뉴스] 한국산림토석협회는 산림 내에서 토석채취허가를 받은 사업자들의 모임으로 토석산업 육성 및 발전을 위해 힘쓰고 있다. 골재란 자갈, 모래 등을 뜻한다. 일반적으로는 골재채취법에 따라 국토교통부가 건축용 재료로 쓰이는 골재 전반에 대해서 담당하지만 산지에서 채취하는 토석의 경우 산지관리법에 따라 산림청이 담당한다.

국내 회원사는 100여곳으로 규모가 작은 곳은 연 수익 50억원, 큰 곳은 1000억원에 맞먹는다. 정확한 수치를 확인할 수는 없지만 2016년 총 생산액 8조3378억원의 33%인 2조7370억원이 토석류 생산액으로 나타나는 점을 감안하면 무시할 수 없는 규모다.

게다가 골재의 경우 생산하는 지역에 따라 품질의 편차가 크고 단가가 1루베당 1만원 정도의 저가다 보니 수입이 어려워 역설적으로 더 중요한 품목이다.

백경진 산림토석협회 회장은 “겨우 골재라고 하지만 겨우 골재가 건축업계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아쉬운 점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굴재산업의 가치를 올바르게 인정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백 회장은 골재에 대한 일반의 인식이 너무 나쁘다고 설명했다. 아무데서나 쉽게 구할 수 있는 순환골재(폐기물을 중간처리해서 만들어진 골재)를 자연에서 채취한 골재와 마찬가지로 생각하니 우리나라 콘크리트 구조물의 내구성이 외국의 5분의 1 수준 밖에 안 된다는 점도 덧붙였다.

◆“재개발·재건축이 서민 궁핍하게 만들어”
요즘 그가 붙잡고 있는 화두는 재개발·재건축이다. 그는 “우리나라는 재개발·재건축이 너무나 활성화돼서 서민을 궁핍하게 만든다”며 “과도한 재건축은 아파트 가격에 격차를 만든드는데, 그렇게 만든 아파트조차 너무 호화롭게 짓는다”고 우리나라 건축문화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그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우리나라 아파트가 재건축에 들어가는 시간은 26.9년으로 30년을 채우지 못했다. 반면 일본은 54.3년, 미국은 71.9년, 프랑스는 80.2년, 독일은 121.3년, 영국은 128.0년으로 나타나 다른 선진국 아파트들의 수명이 월등히 긴 것으로 나타났다.

백경진 회장은 “서민은 아파트를 투자의 수단으로 착각하기 마련”이라며 “하지만 감가상각은 비싼 아파트는 피해가고 싼 아파트에는 면도날처럼 적용돼 언젠가 폭락한다”고 말했다. 그는 재개발·재건축을 반대하는 사람이 아니다. 무분별한 재개발·재건축을 줄이고 건축시장을 차분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재건축을 오히려 반기는 사람도 있지 않냐는 질문에 백 회장은 고개를 저었다. 재건축을 자주해서 국가경제를 활성화 시킨다는 구상은 결국 윗돌 괴어 아랫돌 채워넣기나 마찬가지라는 설명이다. 서민·청년 주거환경을 무시하면 국민경제의 폐해가 안 보이는 곳에 조금씩 쌓이는 것이라고 백 회장은 말했다.

그는 “재건축도 막무가내로 부수고 새로 짓는 것이 아니다”라며 “결국 안전진단에서 불안한 점이 나왔기 때문에 부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나는 일반서민으로서 외국처럼 100년 이상 가는 아파트를 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우리나라 시멘트는 미국재료시험협회(ASTM) 시험을 통과할 정도로 우수한데도 골재 때문에 아파트 수명이 짧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채석장에서 골재를 채취하고 있다.
▲채석장에서 골재를 채취하고 있다.


백 회장은 “골재는 대체품목도 없는데 다들 너무 쉽게만 생각한다”며 “싸구려 골재가 일반국민의 주거환경에 굉장한 폐악을 끼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집도 매뉴얼대로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오래된 건물에는 그 이유가 다 있다”며 “좋은 품질의 자갈이 사용됐고, 매뉴얼대로 시멘트도 정량대로 투입해서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그런 면에서 백 회장은 가슴을 떳떳하게 펴고 살 만한 인생을 살아왔다고 자신했다. 어떤 외압이 있더라도 고품질의, 정량의 재료로 공사납기를 맞춰왔다는 것. “2001년에 개장한 대구스타디움이 내가 참여한 작품”이라며 그는 웃었다.

물론 골재업계라고 저품위골재 문제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현재 골재업계는 ‘인공모래’ 개발에 열과 성을 쏟고 있다. 인공모래는 채취과정에서 폐수 등 환경문제가 생기자 발달한 기술이다. 자연에서 골재를 채취하지 않기 때문에 습지훼손, 강물흐름 방해, 어장 파괴 등 환경문제에서 자유롭다고 할 수 있다. 백 회장은 1990년대부터 모자라는 모래를 인공모래생산시설(sand plant)에서 생산해 충당하고 있다.

인공모래 매출에 대해 묻는 기자에게 백 회장은 “인공모래의 매출은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며 “품질을 강조하면 무조건 좋지만 가격경쟁력에서는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있다”고 쓴 웃음을 지었다.

그는 골재산업 선진화를 위해서는 콘크리트 품질의 80%를 차지하는 골재에 정부가 더 관심을 갖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골재가 산업으로 정당하게 인정 받을 때 골재산업이 다시금 성장하리라는 설명이다.

▲국내 지질분포도를 가리키며 설명하는 백 회장.
▲국내 지질분포도를 가리키며 설명하는 백 회장.

◆“석진법 제정으로 초점 맞춰, 이제 도수 맞출 차례”
2020년 석재산업진흥법이 제정된 이후 업계에 변화는 없었는지 묻자 백 회장은 “산업현장의 목소리가 반영이 덜 된 것 같아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그는 “골재 관련 업무를 나누던 당시에는 골재를 바다, 육상에서 채취하다보니 산림 골재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었다”며 “하지만 환경오염을 이유로 양대골재가 거의 소멸해버린 상태가 되니 산림골재가 아주 크게 부상해버렸다”고 현 상황을 정리했다. 덕분에 산림토석협회의 역할도 더 중요해지고 의무도 무거워진 셈이다.

하지만 그는 현 상황이 희망적이라고 설명했다. 어렵게나마 석재산업진흥법이 제정되고, 석재종합 5개년 계획이 수립됐다. 지난해부터는 관련 보조금도 일부 지원되는 상황이다. 이전과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라는 것.

백 회장은 “국토의 70%가 산지이며 전국서 우량골재가 생산되는 우리나라가 골재에 대해 무관심했던 것은 산업의 존재를 알고 있음에도 초점이 맞춰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석재산업진흥법의 제정으로 초점맞추기가 끝났으니 더 잘 볼 수 있도록 이제는 도수맞추기 들어가겠다”고 안경에 비유했다.

또 “끊임없는 R&D를 통해 우량골재를 생산할 수 있는 대량생산체제를 갖추고 골재의 품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제도개혁을 추진할 것”이라며 “운송거리가 가까운 대도시 인근에서 골재 대량생산 체제를 갖출 수 있다면, 그리고 그렇게 지은 아파트가 100년을 간다면 지구촌을 위한 온실가스 저감에도 큰 도움이 되리라고 본다”고 미래를 그렸다.

김진오 기자 kj123@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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