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알뜰 폐지론에 주유소 상생기금 조성까지, 개혁안 ‘봇물’
알뜰주유소업계, 협동조합 설립 준비…알뜰협회는 못마땅해

▲석유공사는 2011년부터 석유제품 가격안정 및 경쟁촉진을 위해 알뜰주유소를 지원하고 있다. 사진은 석유공사 육상 석유비축시설.
▲석유공사는 2011년부터 석유제품 가격안정 및 경쟁촉진을 위해 알뜰주유소를 지원하고 있다. 사진은 석유공사 육상 석유비축시설.

[이투뉴스] 한국주유소협회가 최근 윤석열 당선인 인수위원회에 알뜰주유소 문제에 대한 정책개선 건의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시장경제를 바로세우겠다”는 윤석열 당선인의 공약에 기대를 걸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민간사업자인 자영알뜰주유소업계는 알뜰주유소 정책 확대를 위해 협동조합 발족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알뜰주유소는 2011년 이명박 정부 당시 국내 석유제품 가격안정 및 경쟁촉진을 위해 정책을 도입했다. 현재 전체 주유소 1만1094개소 중 알뜰주유소는 1264개소로 점유율 11.4%를 차지한다. 이 중 자영알뜰주유소는 420개소, 고속도로알뜰주유소는 188개소, 농협알뜰주유소는 656개소다.

주유소협회를 위시한 석유유통업계는 알뜰주유소 제도가 도입된 이후 일반주유소의 경영난이 심화되고 휴폐업이 증가한다며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또 한국석유공사를 통해 석유제품을 싸게 공급받는 알뜰주유소 제도가 민간시장에 대한 직접적인 정부개입이라며 불공정경쟁과 시장교란이 발생한다는 입장이다.

주유소협회는 2012년 기준 전국 주유소 석유제품 판매량이 업소당 평균 1015드럼에서 2018년 1287드럼으로 26.8%(272드럼) 증가했으나, 일반주유소는 1000드럼에서 1194드럼으로 19%(194드럼) 증가하는데 그쳤다고 설명했다. 반면 알뜰주유소는 1234드럼에서 2128드럼으로 72%(894드럼) 늘어 일반주유소보다 가파르게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5월 석유공사 앞에서 알뜰주유소를 통한 시장개입 중단을 주장하는 주유소협회 회원들.
▲지난해 5월 석유공사 앞에서 알뜰주유소를 통한 시장개입 중단을 주장하는 주유소협회 회원들.

◆일반주유소 영업이익률 낮은데 알뜰만 편애
주유소협회는 인수위에 알뜰주유소의 문제점으로 ▶공급가격 차별 ▶알뜰주유소 편중지원 ▶주유소 경영환경 악화를 들었다. 석유공사가 알뜰주유소에 공급할 석유제품 물량을 공동구매 방식으로 저렴하게 구매한 뒤, 일반주유소에 비해 리터당 40~100원 정도 싼 가격에 공급하는 것은 일반주유소에 대한 차별이며 ‘동일한 물건은 하나의 가격으로 거래돼야 한다’는 일물일가(一物二價·Law of one price) 법칙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주유소협회는 이런 공급가격 차별로 석유유통시장에 알뜰주유소와 일반주유소 간 불공정경쟁이 조장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시장경제원리에 반하는 정부의 과도한 직접개입으로 석유유통시장에 구조적 왜곡을 일으키고 있다는 입장이다.

알뜰주유소에 대한 편중지원도 문제로 삼았다. 석유공사는 일반주유소가 알뜰주유소로 전환할 경우 간판, 캐노피 판넬, 폴싸인 등을 알뜰주유소로 바꾸도록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또 석유제품 가격 급등 시, 시장안정화를 위해 평균가격보다 가격을 완만하게 올리면 그 차액만큼 인센티브를 지급한다. 석유공사는 ‘일반주유소에서도 통상적으로 이뤄지는 판촉활동인 가격 인센티브’라는 입장이지만 석유유통업계는 경영난으로 휴·폐업에 내몰리는 일반주유소는 외면하면서 알뜰주유소만 편파지원한다며 곱지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주유소 경영환경이 악화일로를 거듭하고 있는 점도 이에 박차를 가한다. 통계청에 의하면 주유소업종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2018~2019년 기준 1.8~2.5% 수준으로 전체 도소매업종 중 최하위로 나타났다. 도소매업 평균 영업이익률이 3.9~4.0%인 점을 감안하면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주유소협회는 2년 동안의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석유수요 감소가 경영난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2011년부터 2022년까지 일반주유소는 1807개소 줄었고 향후 에너지 전환 정책에 따라 사회적 비용이 급증할 것이라는 점도 우려했다.

주유소협회는 알뜰주유소 공급기준을 현행 국제제품 가격에서 주유소 평균판매가격 등으로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석유공사가 정유사와 알뜰주유소 공급계약을 체결할 때 국제제품가격(싱가포르 현물가)을 기준으로 설정하기 때문에 일반주유소와 공급가격에서 큰 괴리가 발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로 인해 알뜰주유소와 일반주유소의 공급가격 격차가 최대 리터당 150원 이상 차이나는 경우도 발생하며, 알뜰주유소가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가격보다 일반주유소가 정유사로부터 사들이는 가격이 더 비쌀 때마저 있다는 것.

아울러 석유공사의 알뜰주유소 사업철수 및 민영화를 주장했다. 자영알뜰주유소를 석유공사에서 독립된 경영체로 분리시켜 시장참여자들과 합의해 민영화하는 등 정부의 석유유통시장 직접개입을 완전 폐지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주유소협회는 산업통상자원부에도 강도 높은 알뜰주유소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알뜰주유소 사업에서 발생한 이익을 주유소업계 상생기금으로 활용하자는 안이다.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정유사로부터 제품을 공급받는 일반주유소와는 달리 알뜰주유소는 석유공사의 ‘수익 Zero화 정책’에 따라 차별적 혜택을 제공 받고 있으니 양측이 상생할 수 있도록 기금을 만들자는 주장이다.

또 알뜰주유소에 정부 예산이 지원되는 것은 형평성을 저해하는 정책이라며 알뜰주유소 확대를 위한 예산지원을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석유공사, 한국석유관리원, 주유소협회 등이 민관합동 단속반을 운영해 알뜰주유소의 착지변경, 미보고 수평거래 등 부정유통행위를 근절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이 같은 주유소협회의 개선방안에 대해 한 주유소 사업자는 “알뜰주유소로 인해 인근 일반주유소의 수익이 떨어지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하지만 주유소사업이 사양산업인 점은 이미 많은 사업자들이 인지하고 있는 문제인 만큼 알뜰주유소에만 책임을 돌리기 보다는 더 적극적으로 석유유통업계 개혁방안을 생각해 볼 때”라고 꼬집었다. 더불어 “국민들의 많은 지지를 받는 알뜰주유소 정책을 폐지하는 것은 어렵다는 것이 주지의 사실”이라며 “주유소 상생기금은 알뜰주유소 정책을 통해 일반주유소 업계를 곤경에 빠트린 정부의 결자해지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알뜰주유소를 점검하는 석유공사 및 석유관리원 직원들.
▲알뜰주유소를 점검하는 석유공사 및 석유관리원 직원들.

◆“알뜰 협동조합 설립으로 전환 돕겠다”
알뜰주유소에 대한 적극적인 공세에 나선 일반주유소에 아랑곳 않고 달리 알뜰주유소업계에서는 알뜰주유소를 늘리기 위한 새 단체가 태동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주유소의 알뜰주유소 전환 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한국알뜰주유소협동조합이 그것이다.

알뜰주유소협동조합은 알뜰주유소 사업자이거나 알뜰주유소 전환을 희망하는 주유소 사업자라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 이달 24일 여의도 국회의사당 한국거래소에서 창립총회를 열 예정이다. 전국단위 활동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중소기업협동조합법에 따라 70명 이상의 발기인을 이미 모집해뒀으며 가입이 예정된 조합원만 100명을 넘어섰다. 조합원 대다수는 알뜰주유소 사업자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농협·고속도로알뜰주유소를 제외한 자영알뜰주유소가 420개소라는 점을 감안하면 24%에 달하는 규모다.

알뜰주유소협동조합은 일반주유소가 알뜰주유소로 전환하는 것을 조력하는데 목적이 있다. 또 알뜰주유소로 전환하지 못한 조합원을 위한 자체적인 석유제품 공동구매도 계획 중이다.

정찬종 알뜰주유소협동조합 이사장은 “우리 조합 이름에 들어가는 알뜰은 단순히 알뜰주유소만을 뜻하는 단어가 아니다”며 “궁극적으로는 모든 자영주유소를 끌어안아 저가주유소로 만들겠다는 포부가 담겼다”고 뜻을 풀이했다. 이에 더해 “알뜰주유소가 매입 측면에서 일반주유소보다 이점을 가지고 있다면 그 점을 인정해야 한다”며 “매입이 공정해야 경쟁의 가치도 빛나는 법이다. 공정의 토대를 일반 주유소까지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소기업청에서 하는 공동구매 프로그램을 이용해 여신을 지원 받는다는 구상도 하고 있다”며 “없던 것을 만드는 게 아니라 기존에 있는 시스템을 이용하는 만큼 큰 걸림돌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영알뜰주유소협회는 알뜰주유소협동조합이 마음에 들지 않는 눈치다.

자영알뜰주유소협회 관계자는 알뜰주유소협동조합 설립을 두고 “자영알뜰주유소 사업자 중에서도 신규참여해 아직 적응하지 못한 사람, 현 집행부에 불만이 있는 사람 등을 그러모아 내홍을 일으키려는 것”이라며 “협회차원에서 알뜰주유소협동조합 가입자는 우리협회 회원이 될 수 없다는 공지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새 정부의 알뜰주유소 정책에 대해서는 “인수위에 건의할 자영알뜰주유소 개선방안에 대해서는 다른 협회가 지적할 것 없이 우리 나름의 구상이 있다”며 “다만 더 많은 의견을 취합하기 위해 전체 임원회의를 준비하고 있다”고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김진오 기자 kj123@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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