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정부는 물가안정을 위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4월까지 유류세 20% 인하조치를 단행했다. 이에 따라 휘발유 유류세를 리터당 164원, 경유 유류세는 116원 내렸다. 또 일선 정유사 및 주유소에 낮춘 유류세를 기반으로 석유제품 가격인하 협조를 당부하기도 했다.

이에 정유업계는 인하된 유류세가 적용되지 않은 재고가 많이 남았음에도 국가정책에 부응하기 위해 손실을 감수하고 낮추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같은 발표에도 지난 5개월 동안 유류세 인하를 통해 국민에게 돌아간 혜택보다 정유·석유업계가 벌어들인 이득이 더 많은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유류세 인하 뒤에 잠시 국내 휘발유·경유 가격이 떨어져 정책이 달성된 것처럼 보였지만, 이후 국제유가가 더 오르면서 유류세 인하가 무색할 정도로 기름값이 다시 치솟자 불만을 제기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회에서조차 휘발유 유류세 164원 인하에도 소비자가는 평균 68원만 반영됐고, 경유 역시 116원 인하에도 55원만 내렸다는 조사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물론 석유제품 유통시장 전체에 해당되는 것인 만큼 모든 것을 정유사 탓으로 돌리기엔 한계가 있다.

공교롭게도 4대 정유사의 경우 올 1분기 역대급인 3조원대 영업이익이 유력한 상황이다. 전반적으로 정유사의 엄청난 영업이익이 유류세 인하 때문으로 보기는 무리가 있다. 유가인상에 따른 재고가치 상승, 높은 정제마진, 항공유 등 석유제품 수출증가 등 다양한 요인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공기업도 아니고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사기업에게 돈을 벌지 말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다만 그 시기가 교묘하게 맞아 떨어지면서 여러 뒷얘기가 나오고 있다. 유류세 덕을 본 것도 초유의 영업이익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란 부정적인 시각을 내비친다. 물론 명백한 증거가 없는 만큼 합리적 의구심이라기 보다 억지스러움이 묻어난다. '오얏나무 아래에서 갓끈 매지 말라'는 속담이 생각나는 이유다. 

정부의 대응도 이를 부추긴 측면도 크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민관 시장점검단을 편성해 유류세 인하현장을 점검하고 가격이 안정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평가분석 방법이 정립되지 않아 카르텔 여부를 점검하는데 그쳤을 뿐 제대로 된 사후관리는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최근 영국에서는 메이저 석유기업들이 에너지위기를 통해 큰 이익을 창출했기 때문에 더 많은 세금을 거둬야 한다는 ‘횡재세(windfall tax)’ 부과 요구가 나오고 있다.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이미 에너지기업을 대상으로 법인세를 추가로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로 인한 재정악화가 그닥 크지 않았던 한국에선 횡재세 얘기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하지만 "고유가 시기에 정유사만 배 불리고 있다"는 말에는 많은 이들이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손님이 짜다면 짠 것이다. 정유사의 고민과 반성, 지혜가 필요한 대목이다.

김진오 기자 kj123@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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