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 100% 전력망의 열쇠 ‘그리드포밍’
재생에너지 100% 전력망의 열쇠 ‘그리드포밍’
  • 이상복 기자
  • 승인 2022.05.02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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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그리드포밍, 전력거래소 1호 사내벤처로 첫 포문
강지성 대표 "RE100보다 RE100계통의 안정이 중요"
▲강지성 한국그리드포밍 대표가 연세대 공학원 부설연구소 고속전자기과도시뮬레이터 앞에서 인버터자원 중심의 계통 영향을 설명하고 있다.
▲강지성 한국그리드포밍 대표가 연세대 공학원 부설연구소 고속전자기과도시뮬레이터 앞에서 인버터자원 중심의 계통 영향을 설명하고 있다.

[이투뉴스] “전력망은 단 1초라도 불안정하면 안 됩니다. 제주도의 RE100(재생에너지 비중100%), 그건 아주 먼 미래의 이야기이고, 그것보다 중요한 건 RE100이 되었을 때 전력계통이 견딜 수 있느냐, 없느냐 입니다.”

‘재생에너지 100% 전력망은 가능한가?’란 질문에 대한 강지성 한국그리드포밍 대표의 ‘우문현답’이다. 계통 관점에서 연평균 재생에너지 100%를 논하기는 아직 이르고, 관건은 순시라도 100%가 됐을 때 그 전력망이 안정상태를 유지할 수 있느냐의 여부란 의미다. 

서울 연세대 공학원내 한국그리드포밍 부설연구소에서 강 대표를 만났다. 이태 전 전력거래소에서 계통보호 업무를 수행하던 낯익은 얼굴이다. 2000년말 ‘전력거래소 1호 사내벤처’ 공모에 선발돼 이듬해 10월 창업했다. “재생에너지 출력제한이 빈번한 제주도가 곧 육상의 미래가 될 것이므로, 하루 빨리 기술을 개발해 산업을 키워야겠다는 욕심이 났다”고 한다. 박사과정 때 관련특허를 출원한 것도 동기가 됐다.

강 대표의 전기공학 강좌를 들어보면, 그리드포밍은 ‘인버터가 스스로 전압을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다. ‘전기=전압×전류’란 도식에서 전압은 주로 석탄, 원전, 수력 등의 동기발전기(전압형성자원)가 공급한다. 전기를 수레로 비유하면, 앞에서 수레를 이끌어 전기의 방향성을 만들어 준다. 압력이므로 계통의 강건성을 유지해주는 역할을 한다.

이와 달리 인버터를 쓰는 태양광·풍력은 수레를 뒤에서 밀듯 전기수송을 돕는 ‘전류주입식자원’이다. 미는 힘이라 방향성은 없다. 우스갯소리로 '계통에 재생에너지 자원만 있다면, 전기가 산으로 갈 수 있다'고 한다.

▲전압형성자원과 전류주입식 자원의 차이 이해 ⓒ한국그리드포밍
▲전압형성자원과 전류주입식 자원의 차이 이해 ⓒ한국그리드포밍

문제는 재생에너지가 늘수록 전압형성자원은 감소해 계통의 전압·주파수가 민감하게 변동하는 ‘Weak Grid’ 이슈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2017년 미국 텍사스주 GW 풍력단지 전압진동 사건과 작년 8월 같은 원인으로 발생한 스코틀랜드 대규모 풍력 출력제한이 대표 사례다.

이런 난제의 해결책으로 주목받고 있는 그리드포밍은 인버터를 전압형성 방식으로 제어, 계통 안정성을 높여준다. 기존 인버터가 연계계통의 외부전압을 읽어와 구동하는 그리드팔로잉(Grid Following) 방식이라면, 그리드포밍 인버터는 그런 과정 없이 발전기처럼 스스로 전압과 위상을 만들어 공급한다.

특히 기존 동기발전기가 제공하던 계통의 강건성과 안정화, 관성, 조속기반응은 물론 단독계통운전과 블랙스타트(자체기동)까지 가능하다. 기존 동기발전기가 회전체의 속도변화로 기계적 관성을 제공했다면, 그리드포밍은 인버터로 합성관성을 만들어 같은 기능을 수행한다. 전류자원(인버터자원)만으로 구성된 100% 재생에너지 전력망 구축의 이론적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이 기술과 경쟁하는 전통기술은 동기조상기다. 노후발전소 등에 플라이휠처럼 육중한 회전체를 달아 계통의 강건성을 높여준다. MW당 설치비가 최대 4억2000만원 수준이며, 물리적 대형기계여서 유지보수가 필요하다. 주로 발전기를 만드는 업체들의 외산기술에 의존하고 있다.

여기에 대항하는 그리드포밍은 소형인버터들의 집합자원으로 MW당 설치비가 2억원 이내다. 동기조상기와 달리 전력판매가 가능하고 국산화 시 산업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기술 상용화 연혁은 10년 안팎으로 짧지만 성장 잠재력은 크다. 한국그리드포밍이 추정한 국내 그리드포밍 인버터 시장규모는 2024년 737억원, 2030년 2967억원, 2034년 5180억원이다.  

▲해외에서는 그리드포밍 기술을 이용해 풍력발전단지의 블랙스타트(첫 기동전력 공급) 운전에 성공했다.
▲해외에서는 그리드포밍 기술을 이용해 풍력발전단지의 블랙스타트(첫 기동전력 공급) 운전에 성공했다. 사진은 창죽풍력단지

강지성 대표는 "인버터가 포뮬러1이나 페라리라면, 발전기는 육중한 덤프트럭이다. 제어하기에 따라 엄청 날렵하게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면서 "계통안정성과 탄소감축을 동시에 충족시켜 재생에너지가 전력생산의 주인으로 변화하는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시장의 기술경쟁은 이미 총성이 울렸다. 미국전력연구원(EPRI)과 국립재생에너지연구소(NREL)는 자국내 40개사와 2500만달러 규모의 그리드포밍 기술연구에 착수했다. 또 영국은 지멘스-가메사와 2020년 풍력단지 블랙스타트에 성공했고, 계통운영기관인 내셔날그리드를 통해 그리드코드 규정을 만든 뒤 사업자 진입을 유도하고 있다. 

이밖에 ESCRI-SA는 호주에서 히타치 및 ABB와 외부계통과 완전 분리된 망에서 30MW, 8MWh 배터리ESS 운용실증을 마쳤고, 유럽 OSMOSE는 배터리ESS와 슈퍼캐퍼시터를 연계해 그리드포밍의 관성 성능을 확인하고 있다. 한국그리드포밍의 경우 재생에너지 출력제한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제주에서 연내 3MW급 실증을 수행해 성능을 입증한 뒤 향후 100MW규모로 그 규모를 키우는 게 목표다.

강 대표는 "미래 전력망은 줄어드는 동기발전기를 대체할 인버터 자원을 필요로 하는데, 우리나라도 관성자원이나 초고속응답예비력 시장이 생길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세계 최고 수준 그리드포밍 제어기술과 알고리즘으로 국내외 시장을 선점하고, 재생에너지전환과 탄소중립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강지성 한국그리드포밍 대표가 자사 그리드포밍 인버터에 장착되는 메인모드를 들어보이고 있다.
▲강지성 한국그리드포밍 대표가 자사 그리드포밍 인버터에 장착되는 메인모드를 들어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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