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Eye] 에너지위기로 다시 불지피는 석탄
[글로벌Eye] 에너지위기로 다시 불지피는 석탄
  • 조민영 기자
  • 승인 2022.05.03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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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이탈리아, 해체 발전소 재가동 준비

[이투뉴스] 세계 각국이 코로나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발생한 에너지 공급 위기를 겪으면서 탄소중립보다 에너지확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천연가스 가격 급등과 공급불안정으로 여러 국가가 석탄화력발전소를 다시 가동하면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던 석탄화력이 부활하고 있는 모양새다. 

독일과 이탈리아는 이미 해체한 석탄화력발전소들을 재개할 준비를 하고 있다. 남아프리카에서는 더 많은 석탄을 실은 선박들이 유럽으로 향하는 것으로 관측됐다. 미국에서도 석탄화력이 10여년만에 활황이며 중국은 폐쇄한 탄광을 다시 열거나 신규 탄광 개장을 계획하고 있다. 기후변화의 주범으로 조만간 퇴출 될 것으로 여겨졌던 석탄은 현재 그 어느 때보다도 강한 수요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지난해 천연가스 부족으로 석탄 수요는 본격적인 상승세를 탔다. 코로나 팬데믹 봉쇄가 풀린 이후 전력 소비가 늘었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천연가스 수급이 불안정해지자 석탄 산업이 반사 이익을 봤다. 발전사들은 앞다퉈 석탄 쟁탈전을 벌였고, 경쟁이 심화되자 석탄가는 기록적인 수준으로 치솟았다. 

최근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석탄이 여전히 비교적 저렴한 연료라고 말하고 있다. <블름버그> 통신은 세계 곳곳의 전력회사들이 석탄을 주문량을 늘리자 석탄 채굴사들은 석탄 생산을 맞추는데 고군분투 중이라고 전했다. 시장조사기관 리스태드 에너지의 석탄시장부 스티브 휼튼 부회장은 “탈탄소화와 에너지안보 사이에서 어느 쪽이 승리할 지는 분명하다”며 “전기공급을 우선 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는 세계가 그 어느 때보다도 가장 많은 전력을 석탄으로 생산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석탄발전량이 전년보다 9% 상승했으며, 올해 전체 석탄소비(발전용, 철강생산과 기타 산업용)는 약 2% 상승한 80억톤 이상으로 이 추세가 최소 2024년까지 유지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IEA는 “모든 지표들은 기후 목표를 달성하고자 하는 각국의 정치적 야심과 현재 에너지 시스템의 현실 사이의 괴리감이 크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며 “2024년 석탄소비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은 2050년까지 넷 제로를 달성하기 위한 시나리오 보다 최소 약 30억 톤 더 많을 것”으로 추산했다. 

◆유럽 에너지 위기로 석탄 '컴백' 

세계적으로 작년 중반부터 코로나 봉쇄 조치들이 완화되면서 전력 수요가 증가했다. 상점과 공장들이 문을 다시 열고 일상이 회복되면서다. 그러나 석탄 퇴출에 가장 앞장섰던 유럽이 전례없는 전력 부족 사태에 직면하고 있다. 가스 가격이 지나치게 치솟으면서 에너지 위기론이 득세했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가 이달 1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석탄은 백만Btu당 15달러 정도로 아직 저렴해 에너지 수급 위기 속에서 갑작스러운 인기를 얻을 수 있었다. 석유는 25달러, 천연가스는 35달러로 이와 비교하면 상당히 저렴한 수준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야심찬 기후 목표를 내세우고 있는 유럽연합(EU)에서 석탄 소비량은 지난해 전년 보다 12% 상승했으며 2017년 이래 첫 상승세였다. 미국에서도 석탄 소비량은 17% 증가했고 아시아와 아프리카, 남미에서도 상승세가 나타났다. 세계 석탄 물량을 장악하고 있는 인도와 중국도 세계 수요를 높이는 주요국이었다. 

불과 몇 달 전만해도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COP26 기후회의에서 전 세계는 ‘석탄을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하겠다고 결의하는 듯 했다. 그러나 기후변화 회의는 석탄 소비에 대한 언어가 다소 희석되며 끝났다.

세계 최대 배출국인 중국과 미국, 인도는 배출 제로를 약속했으나 석탄 소비에 대해서는 불분명한 입장을 취했다. 미국은 더 약한 입장을 받아들이는 역할을 자처해 '석탄 소비를 줄인다'는 단기적 약속에 대한 의문을 높였다. 에너지시장에서 석탄이 인기를 끌기 전에 일어났던 일이다. 

한편 IEA는 작년 12월 연간 에너지 수요 전망치를 발표했으나 전쟁의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 7월 수정안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석탄 수요는 12월 전망치보다 높을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이 세계 에너지 시장에서 석탄이 주목되는 환경을 조성시킨 것으로 보인다. 

◆석탄 퇴출 앞장선 EU, 석탄소비 되레 늘려

유럽은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EU는 러시아산 석탄 수입을 금지하는 방향으로 가면서도 러시아산 천연가스 소비를 즉각적으로 낮추기 위해 석탄의 전반적인 소비를 늘리고 있다. 유럽은 비 러시아산 석탄 공급사에게 다른 구매자들보다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할 의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세계 석탄가격을 끌어올리고 있으며, 개발도상국들이 수급 경쟁에서 밀릴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해 세계 발전소들에게 수출한 석탄량은 1억8700만 톤으로 세계 발전용 석탄 거래량의 18%에 달한다. 겨울철 에너지 시장 안정화를 위해 독일 정부는 폐쇄된 석탄화력발전소들을 재가동하고, 현재 가동 중인 시설의 폐쇄 날짜를 연기하기 위해 REW AG와 협업을 준비하고 있다. 

덴마크에서 오스테드 A/S는 바이오매스 대신 석탄 공급을 늘리고 있다. 탄소 중립 나무 팰릿 공급이 전쟁으로 끊기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은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기 위해 드랙스 그룹 전력사의 석탄 발전소들을 계속 가동하기로 했다. 유럽이 다시 석탄을 선택하기 전부터 석탄 공급사들은 이미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독일에서 한 발전소는 지난 해 석탄 공급이 끊겨 문을 닫아야 했다. 세계 석탄 소비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는 인도와 중국에서도 석탄 부족으로 정전이 여러 차례 발생했다. 

◆석탄가격은 최고가 '경신'

석탄은 최근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호주산 기준 석탄 선물가는 톤당 100달러 돌파가 그간 매우 드물었으나, 지난 10월 280달러까지 치솟았다. 발전사들의 주문량이 폭증하면서다. 북반구에서 겨울철 온도가 비교적 온화하면서 전력 소비가 완만해 가격이 소폭 하락했으나 다시 상승하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때 연료 공급에 대한 우려로 톤당 440달러로 치솟아 2008년 이래 최고가를 경신했다. 유럽과 미국에서 같은 양상을 보였고, 이달 1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랐다. S&P글로벌의 시저우 주 세계전력·재생에너지 디렉터는 “석탄 공급망은 이러한 쇼크에 준비되지 않았을 뿐이다”고 말했다. 

석탄의 중요성이 증가하고 있지만 공급사들이 생산량을 확보할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석탄 생산사들이 장기적인 수요 전망을 부정적으로 보면서다. 특히 UN이 세계가 석탄을 퇴출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하고 있으며,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도 지구 기온 1.5도씨 상승을 막으려면 2050년께 석탄 화력 발전량이 제로가 되어야 한다는 보고서를 발간하며 각국을 압박하고 있다. 

블룸버그NEF의 이던 진들러 연구원은 “장기적으로 사라질 연료의 단기적인 수요를 맞추기 위해 공급망을 확충하는데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석탄 공급망도 여전히 '빠듯'

그러나 석탄 생산량은 코로나 팬데믹 전 수준으로 회복되지 않고 있어 공급이 계속해 빠듯할 것으로 보인다. 탄광들은 날씨와 인력 부족, 수송 문제, 새로운 생산을 위한 투자 부족 등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발전용 석탄 최대 수출국인 인도네시아는 자국내 공급량 확보를 위해 올해 석탄 수출을 중단했다. 또다른 주요 석탄 수출국인 호주의 생산자들은 생산량을 늘리는데 한계를 느낀다고 밝혔다. 

세계 최대 채굴사인 주정부 소유 코얼 인디아(Coal India Ltd.)는 자국내 정전을 피하기 위해 발전소에 석탄 물량의 우선권을 주고, 산업 소비자들에게는 수출을 제한하고 있다. 남아프리카의 리차드 베이 석탄 터미널에서 수출량은 25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인 2021년 5870만 톤으로 하락했다. 

중국에서 화석연료 생산 붐이 한창이다. 석탄 생산 증가는 연료 부족으로 수 차례 정전이 발생하자 정부 주도로 진행됐다. 이미 세계 석탄의 절반을 캐내고 있는 중국에서 생산량이 늘고 있지만 증가세가 지속가능한 것인지 불확실하다. 산업의 한 최고관계자는 최근 밀어부치기식 생산이 한계치에 도달했다고 밝히면서다. 

우드 맥킨지의 셜리 장 전문가는 “올해 세계 해상 수송의 석탄 시장은 매우 치열하다”며 “높은 가격과는 상관 없이 대체 조달처를 찾는게 매우 어려운 일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구촌 석탄 공급이 빠듯해지자 석탄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신흥국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 이미 에너지 부족 문제로 골치가 아픈 파키스탄과 스리랑카, 방글라데시 등 재정난에 처한 남아시아 국가들은 석탄가격 쇼크에 노출돼 있다. 

일각에서는 석탄 가격 상승이 장기적으로 석탄을 끊어내고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게 하는 주요 동력이 될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러시아로 인해 발생한 지정학적 긴장이 전기 자동차 확대와 재생에너지 설치 등 에너지 독립을 촉진시킬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그럼에도 단기적으로 전력 부족 사태를 피하기 위한 석탄 확보 경쟁이 또다른 에너지 위기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아울러 석탄의 부활로 각국의 탄소 중립 선언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조민영 기자 myjo@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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