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문서 재조명 받고 있으나 비용 산적

[이투뉴스] 기후변화 대응과 더불어 배출권 가격 상승과 국가간 탄소세 부과 등에 대비해 세계 각국이 이산화탄소 포집과 저장 및 활용(CCUS) 기술에 주목하고 있다. 아직까지 매우 높은 비용이 기술 확산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지만, 최근 성장 조짐도 포착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석유와 가스, 철강, 시멘트 제조사 등 세계 최대 탄소 배출사들이 전 세계 배출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0%에 달한다. 세계 각국이 선언한 2050년까지 배출중립을 달성하려면 이들 산업에서 배출되는 탄소 제거가 시급하다. 

글로벌 에너지기업 엑손모빌은 CCUS시장이 2050년 4조 달러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최근 투자를 크게 늘리고 있다. 특히 기후변화에관한정부간협의체(IPCC) 등 국제기구가 이 기술을 온난화 저지 중요 수단으로 지목한 이후 관심이 한층 달궈지고 있다.

IPCC는 이달 발표한 보고서에서 "지구 기온 1.5도 상승을 막는 현실적인 방안은 석탄의 완전한 퇴출과 이산화탄소 제거기술 사용"이라고 재차 강조한 바 있다.  

◆CCUS, 넷제로 실현수단 될까

CCUS는 연료 연소 또는 산업 공정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포획해 선박이나 파이프라인을 통해 지하저장고에 보내거나, 포획한 이산화탄소를 제품 생산에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블룸버그NEF의 데이비드 마드리드 지속가능자원 전문가는 “CCUS는 시멘트, 철강, 천연가스 처리, 수소 생산 등의 산업과 석탄 및 가스화력발전소에 적용될 수 있다”며 “이산화탄소는 연소 후 뿐만이 아니라 비료 생산 과정에서 부산물로 배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호주 씽크탱크인 글로벌 CCS연구소에 의하면 현재 CCUS 기술은 29개의 상업화 및 실증사업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이 중 20개는 지난 2년간 추가됐다. 작년 1~9월 사이 전 세계적으로 새로 계획된 CCUS용량은 1억1100만톤으로 현재 운영용량의 3배에 달한다. 

IPCC는 2018년 보고서 발표를 통해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 제로를 위해 4가지 방법을 제시했으며, 이 가운데 3가지가 CCUS 기술을 담고 있다. CCUS는 배출을 완전히 피할 수 없는 산업군에서는 매우 중요한 기술이다. IEA는 넷제로를 달성하기 위해 CCUS 용량이 2030년까지 40배, 연간 50%씩 확대가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현재 포획된 탄소는 에너지 관련 이산화탄소 배출의 약 0.12%만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 수 십년간 CCS가 논의되어 왔지만 투자금이 너무 높아 지지부진했다. 경제적이고 정치적 인센티브 지원, 저장된 이산화탄소를 새롭게 사용해 이윤을 창출하는 방안, 탄소 오프셋 시장 확대 등으로 CCUS의 비용을 낮추는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산업 배출 포획 수단으로 재주목 

유럽은 화석연료 발전을 유지하는 방법으로 CCUS를 주목했으나 재생에너지 발전 가격 하락으로 그 관심이 시들해졌다. 그러나 세계 첫 기후 중립 대륙이 되기 위한 포부로 이 기술에 대한 관심이 재점화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세계적으로 CCUS는 온실가스 처리와 비료, 에탄올 생산 과정에서 가장 많이 적용되어 왔다. 이 산업군이 차지하는 탄소 포획 비율은 90~95%로 변동이 별로 없다. 제품 생산 과정에서 순수 이산화탄소를 발생시켜 파이프라인으로 보내기만 하면 돼 이산화탄소 포획 비용이 가장 낮기 때문이다. 최근 비교적 포획 비용이 높은 시멘트와 철강 제조, 전력생산과 같은 산업군에도 적용되기 시작했다.

캐나다 브리티시 콜롬비아 대학의 나오코 엘리스 화학공학과 교수는 “천연가스 발전소 연소 가스가 석탄 보다 더 깨끗해 CCUS를 적용하는게 더 쉽다”며 “석탄 발전소는 더 많은 불순물을 배출한다”고 설명했다. 

하이델버그시멘트사는 노르웨이에서 세계 첫 대규모 CCUS 시설을 시멘트 공장에 적용하기로 했다. 시멘트 대기업 라파지홀심은 슐럼버거 뉴에너지와 함께 CCUS 도입을 진행하고 있다. 이밖에 아르셀로미탈, 티센크루프, 일본 제철, 한국의 포스코 등 세계 최대 철강사들도 배출 제로를 추진하기 위해 수소사업과 CCUS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수소 산업은 CCUS와 결합해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시도를 하고 있다. 천연가스에서 추출한 그레이 수소는 다량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데 CCUS를 적용해 탄소 배출량을 줄여 ‘블루수소’라 불린다. 현재 생산되는 수소의 대부분은 그레이 수소다. 천연가스로 생산돼 저렴하지만 오염 물질을 배출해 청정 연료라 보기 어렵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수소 1톤 생산에 이산화탄소 10톤이 배출된다.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생산한 ‘그린수소’가 시장을 장악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나 수전해 비용이 많이 들고 방대한 양의 녹색 전력을 소비해야 하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그린수소 가격이 안정화 될 때까지 블루수소가 중간 다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까지 CCUS 산업에서 주요 참가자들은 석유와 가스 대기업들, LNG 수출사들이다. 탄소 중립 LNG에 대한 약속과 헌신에 대한 논란이 여전히 뜨겁긴 하지만, 현존 CCUS 용량의 대부분이 천연가스 공장에 집중돼 있다. 여기서 포획된 이산화탄소는 원유 회수(EOR)을 위해 사용된다. 원유 생산량이 낮아진 유정에서 더 많은 석유를 뽑아내기 위해 이산화탄소를 주입하는 방법이다. 

글로벌데이터에 따르면, CCUS 시설의 74%가 EOR에서 발생한 추가 이윤으로 운영을 하고 있다. 환경적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부분이다. 

◆CCUS 최강자는 미국

미국은 CCUS 산업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가동 중인 CCUS 사업 가운데 북미가 약 50%를 차지하고 있으며 대부분 미국에 있다. 천연가스 시장의 규모가 커서 대규모 CCUS 처리가 가능해서다. 아울러 미국 정부가 가장 적극적인 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어 CCUS기술이 다른 지역에 비해 비교적 경제적이다. 미국 정부는 지하에 저장되는 이산화탄소에 톤당 50달러의 세금 공제를 지원하고 있다. 

유럽과 영국, 일본에서도 CCUS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중동의 가스 수출국들과 인도, 중국의 블루 수소 시장과 대형 석탄화력발전소들이 CCUS 시설에 투자를 시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영국과 노르웨이를 선두로 북해가 블루 수소의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 영국은 수천만톤의 이산화탄소를 2030년까지 제거하기 위해 CCUS를 적극 도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5GW의 블루·그린 수소를 생산하고, 10억 파운드의 CCUS 기반 시설 자금을 2개의 허브와 클러스터를 조성하는데 2025년까지 투입할 예정이다. 2030년까지 추가적으로 2곳을 신설할 계획이다.

이산화탄소 배출 공장, 발전소와 연결, 파이프라인과 매장지를 공유해 규모의 경제를 갖춘다는 포부다. H2H솔튼드는 대규모 매장을 위해 접근성이 용이한 북해 지하 근방에서 블루 수소를 생산할 계획이다. 넷제로 티사이드사는 가스 화력발전소와 탄소 포획 사업을 통합한 시설이 될 예정이다. 하이넷도 북해 북서부에서 비슷한 사업을 개발 중이다. 

노르웨이의 롱쉽 탄소 포획 사업과 노던 라이츠는 40만 톤의 탄소를 포획하고 2024년까지 연간 150만 톤으로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다. 연간 500만 톤으로 용량을 확대해 유럽 전역에 걸쳐 배출되는 탄소를 포획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한편 이탈리아의 사이펨은 새로운 방법의 탄소포획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효소를 사용해 이산화탄소를 포획, 건물 자재와 연료 등 화학적 공급 원료로 사용하기 위해 순수 이산화탄소를 분리하는 방법을 개발하고 있다. 

◆높은 비용 장벽…정부 지원 의존 

CCUS는 기후 변화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논란 외에도 여러 장벽들에 부딪히고 있다. 이산화탄소 포획 장치를 추가 설치하는게 복잡하고 값비싸고 종종 에너지 집약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미국 텍사스 주에 있는 세계 최대 CCUS 페트라 노바 시설은 상업적으로 운영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2020년 문을 닫았다.

이 시설은 기술적으로 비교적 운영이 잘 됐지만 코로나19의 여파로 유가가 하락하자 EOR 수익에서 큰 타격을 입었다. EOR이 전통적 원유 회수법 보다 에너지 집약적이고 유가가 어느 정도 수준을 유지해야 상업적으로 운영이 가능했다. 쉐브론도 호주 고르곤 CCUS 사업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5년간 최소 고르곤 LNG 발전소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80%를 포획해야 했다.

이 사업은 연간 400만톤 주입 용량으로 계획됐으나, 셰브론은 작년 7월 "2019년 8월부터 약 500만 톤만을 주입했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들은 정부의 정책적이고 경제적인 지원이 CCUS 개발에 필수적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포획 기술 뿐만 아니라 수송과 저장 관련 시설을 개발하기 위한 투자가 절실한 상황이다. 현재 가동 중인 29개 상업용 CCUS 시설들은 포획 용량이 연간 4000만 톤이다. 이는 800만대 자동차를 없앤 효과와 같다. 현재 141개 CCUS 사업이 추가로 개발되고 있다. IEA는 2050년까지 넷 제로에 도달하려면 향후 30년 내에 현재 용량의 최소 100배가 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조민영 기자 myjo@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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