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믹스 등 조정 불가피, 변화시도 크지만 수준은 제한
탄소중립 계승 천명했지만 정책 전반에 걸쳐 대수정 예고

원전에 올인 움직임 확연, 관료사회 대응 주목

[이투뉴스] “현재까지 봤을 때 원전 되살리기에 올인하는 분위기다. 재생에너지 보급도 조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탄소중립 정책도 상당한 수준으로 손 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에너지믹스를 조정하고, 국제사회에 내놓은 온실가스 감축정책을 단시일 내에 바꾸는 것은 힘들다. 오랜 경험으로 봤을 때 관료사회 역시 초기에는 당선인 의중에 따르는 모습을 보이겠지만, 서서히 합리적인 의견을 제시하면서 조정안을 찾으려고 나설 것이라고 예상한다.”

산업통상자원부 고위직을 지내다 민간으로 자리를 옮긴 한 인사는 윤석열 정부의 기후에너지 정책방향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당선인과 주변인들이 나서 기후에너지 정책에 대해 새 판을 짜기 위해 시도하고 산업부도 함께 움직이겠지만, 기존 정책흐름을 완전 뒤바꿀 정도로 가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얘기다. 의회권력을 야당이 되는 민주당이 잡고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고 그는 덧붙였다.

물론 변화가 상당할 것으로 진단하는 전문가도 꽤 많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감원전) 정책의 경우 타격이 불가피한 것은 물론 재생에너지에 치우친 정책도 적잖게 수정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이 과정에서 미치는 여파를 간과할 수 없다는 게 주장의 핵심이다. 2050 탄소중립 역시 목표 자체를 철회하기 어렵겠지만 기업경쟁력 약화 및 국민부담 완화를 이유로 대대적인 수정이 이뤄질 개연성도 제기한다.

지금까지 드러난 윤석열 정부의 기후에너지 정책방향을 살펴보고 에너지원별 속내를 들여다 본다.

▲윤석열 당선인이 관료 출신의 이창양 카이스트 교수를 새정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는 등 1차 인선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윤석열 당선인이 관료 출신의 이창양 카이스트 교수를 새정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는 등 1차 인선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원전 띄우기 이미 시작, 신재생 속도조절론 관심  
윤석열 당선인은 선거운동 과정에서 정부의 전기요금 인상예고에 “내가 당선되면 전기요금 인상은 하지 않겠다”며 발끈했다. 현 정부가 탈원전 정책과정에서 발생한 인상요인을 차기정부에 떠넘기고 있다는 이유를 댔다. “탈원전 정책이 민주적 절차와 법적 정당성을 어겼으며, 신한울 3·4호기 공사 중단은 국가범죄”라는 이전 발언의 연장선상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도 이같은 기조는 이어졌다. 전기요금 총괄원가의 80%를 차지하는 한전의 전력구입비 증가 대부분이 탈원전에 기인한다고 공표한 것이다. 심지어 원전의 발전량 감소로 인해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13조원이 증가했다고 근거자료까지 제시했다. 물론 발전원가가 높은 재생에너지와 LNG발전 증가요인도 거론하기는 했지만 탈원전 정책에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간 셈이다. 

이러한 분위기와 공약을 감안할 때 새정부가 들어서면 원전 되살리기 정책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미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는 물론 노후원전 연장운전 등이 구체적으로 거명되고 있다. 또 그린 텍소노미에 원전을 포함하는 방안과 함께 SMR(소형모듈원전) 연구개발 투자도 늘릴 전망이다. 심지어 임기 내에 신한울 5·6호기 신설 논의에 나설 개연성이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윤 당선인은 현 정부의 석탄축소 정책에 대해선 반대하지 않고 있다. 김상협 상임기획위원은 “탈석탄은 세계적 추세이고 가지고 있으면 손해를 보는 방향으로 가고 있기에 적절한 조치가 계속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세먼지 문제가 국민의 최대 관심사가 되는 상황이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다. 문재인 정부는 석탄 감축 대신 재생에너지와 천연가스 비중을 늘리는 방향으로 믹스를 짰다면 윤 정부는 ‘재생에너지와 원전의 조화’를 강조한다. 재생에너지로 쏠린 전원믹스를 원자력으로 바꾸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결국 에너지믹스에 대한 조정이 필연적이다. 문제는 수위와 폭이 어느 정도냐 하는 점이다.

원전 비중이 대폭 늘어나리라는 예상은 쉽게 할 수 있다. 나머지 에너지원의 경우 석탄은 지속 축소, 재생에너지는 일부 축소, LNG는 현상유지 방향이 아니겠느냐는 시각이 많다. 이 중 가장 관심이 큰 분야는 재생에너지다. 이미 윤 당선인 측에서 ‘재생에너지 속도조절론’을 여러 차례 거론한 만큼 비중 축소를 점치는 전문가가 많다. 하지만 전 세계적인 RE100 등을 감안할 때 중장기적인 목표 미세조정은 있겠지만 재생에너지 대세론 자체를 막기 힘들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신에너지원 중 최근 가장 각광을 받고 있는 수소의 경우 이전 정부의 정책기조가 계속될 것이란 관측이다.

문제는 에너지원별 믹스라는 것이 머리로만 가능하지 않다는 데 있다. 일례로 원전을 대폭 늘리기 위해선 동해안에서 수도권으로 연결되는 대규모 송전선로가 필요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고압송전선 신설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이 대목에서 에너지를 담당하는 전문관료의 역할과 개입이 필요하고, 서서히 타협과 조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 후보자 역시 관료출신이다. 새정부가 들어선 후 에너지정책 변화는 불가피하지만 아예 판을 흔들 수준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석탄을넘어서 등 석탄발전 신설을 반대하는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인수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석탄을넘어서 등 석탄발전 신설을 반대하는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인수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탄소중립은 유지하되 기후정책 핀셋조정
윤석열 당선인과 인수위는 기후정책에 대해선 상당히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탄소중립 기조는 유지하지만 정책조정은 불가피’라는 반응이 바로 그것이다. 실제 원희룡 인수위 기획위원장은 “정권교체에도 불구하고 국격을 감안한다면 글로벌 목표인 탄소중립에 한국도 적극 동참한다는 기조에는 변함이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글로벌 탄소중립 추진에는 동참하지만 현 정부 정책을 그대로 따르지는 않겠다는 의지도 곳곳에 숨어 있다는 점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에 대해 “소요되는 비용과 부담주체를 제대로 밝히지 않은 채 산업계 및 이해당사자와 충분한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된 정책”으로 평가하는 등 보완이 필요하다는 점도 분명히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인수위는 지난달 기후에너지 브리핑을 통해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부정적인 경제적 파급효과와 민생 압박을 상쇄하기 위해 정책조합(policy mix)은 대대적으로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잠정 결론”이라고 정책수정 의사를 내비쳤다. 2050 신재생에너지 비중 70% 등 민주당 정권의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그대로 추진할 경우 2050년까지 매년 4∼6%의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탄소중립 추진에 따른 부담이 전력부문을 넘어 국가경제 전체로 가중될 것이란 분석도 내놨다 KDI가 2021년 비공개로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 온실가스 40% 감축, 2050년 탄소중립 달성’ 시 2030년까지 연평균 0.7%P의 GDP 감소를 불러오고, 2050년까지 연평균 0.5%P의 GDP 감소영향을 줄 것이란 보고서도 공개했다. 즉 탄소 가격과 생산비용 증가 등으로 국가경제 영향은 물론 물가상승 압박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란 의미다.

인수위 기후·에너지팀은 실현가능한 탄소중립을 위해 ‘수요관리 강화를 바탕으로 한 합리적 탄소중립’을 제시했다. 또 ▶녹색기술 R&D체계 고도화와 탄소중립형 신성장동력 창출 ▶탄소배출권 제3자 시장참여 확대 ▶ESG 경영의 연계 및 세제 보완 등 녹색금융 본격화 ▶미국 등 주요국과 기후에너지동맹을 주요과제로 꼽았다. 여기에 그린워싱을 방지하기 위한 엄격한 룰 세팅과 민간 주도의 검증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더 주목해야 할 요인은 ‘탄소중립-녹색성장 거버넌스의 전략적 재구성’을 가장 선행해야 할 추진과제로 정했다는 점이다. 심지어 지금까지 탄소중립을 이끌어온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는 위원 구성이 편향적이고, 효율성 결여 등의 문제가 있다는 점도 명시했다. 사실상 탄중위 전면개편을 포함해 문재인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의 대대적인 수정을 예고한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말하는 현실성 있고 책임 있는 계획은 원희룡 기획위원장의 발언을 보면 그 의미를 짐작할 수 있다. 그는 “탄소중립이 절대불변이 아니라 많은 상황과 변수가 있을 수 있다”며 “앞으로 모든 문제에 대해 폭넓은 시각을 갖고 접근할 것”이라고 말했다. 즉 모든 문제에 대해 언제든 조정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기후정책에 정통한 학계 관계자는 이와 관련 “원전을 필두로 대대적으로 바꾸겠다는 에너지의 경우 실제로는 어느정도 한계가 있는 반면 계속 이어가겠다는 기후정책은 목표와 전략만 놔둔 채 추진체계를 확 바꿀 수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라고 윤 정부의 기후에너지 정책방향을 내다봤다.


<전력‧원자력부문> 탈원전에서 탈탈원전으로 '유턴' 믹스재편 시사
신규원전보다 수명연장에 무게, 규제기관 신설 기대
 

▲원자력발전소 신고리 5, 6호기 건설 모습.
▲원자력발전소 신고리 5, 6호기 건설 모습.

“탈원전에 대한 탈탈원전을 하겠다는 것 말고 딱히 떠오르는 정책이 없네요."

출범을 코앞에 둔 윤석열정부의 전력‧원자력 정책방향 전망을 묻는 질문에 산업통상자원부 유관기관 관계자가 한 말이다. 실제 윤석열 당선인은 후보시절부터 기회가 될 때마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전면 폐기하고, 신한울 3·4호기 건설 공사를 즉각 재개하겠다”고 공언했다. 2017년 대선을 앞두고 문재인 캠프가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과 신한울 3,4호기 등 계획원전 백지화를 공약으로 내건 것과 정반대 행보다. 실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활동으로 예고되는 차기정부의 정책 향배는 ‘탈탈원전’으로 모든 초점이 모아져 있다.

이달 12일 인수위는 현 정부 정책에 대한 대대적 수정‧보완 의지를 내비쳤다. 인수위 기후‧에너지팀이 부처 업무보고를 분석한 결과 작년의 경우 온실가스 배출량은 되레 4.16% 늘고 올해는 그보다 1.3% 더 늘어날 전망인데, 그 원인이 원전감소와 석탄‧LNG 증가 때문이란 것이다. 그러면서 인수위는 2050년 재생에너지 비중 70% 목표 등을 그대로 추진하면 매년 4~6%의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대대적인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게 잠정 결론”이라고 강조했다.

차기 정부 정책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는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런 예고대로 윤석열정부의 1호 에너지정책은 전력믹스에서 원전비중을 당초 2030 NDC(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 상향안보다 높이면서 재생에너지는 그만큼 낮추는 방안이 될 공산이 크다. 이렇게 되면 원전 비중은 24%에서 10%P 가량, 재생에너지는 기존 30%에서 20% 내외로 감소할 수 있다. 

원전비중을 단기간에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는 신규원전 재추진과 운영허가 만기도래 원전의 수명연장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우선 신규원전의 경우 이미 윤 당선인이 여러차례 예고한 신한울 3, 4호기 즉각 건설재개는 물론 일부 영덕‧삼척 등의 백지화 원전 부활안까지 조심스럽게 논의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이들 계획원전은 재추진에 따른 지역사회 반발이 큰데다 새 정부가 강하게 드라이브를 건다해도 2030년까지 완공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현재는 후문이다. 현재 건설 중인 신고리 5, 6호기의 당초 준공 목표일은 각각 2024년, 2025년이지만 각종 안전규정 강화로 추가 지연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며, 신한울 3, 4호기 역시 전력수급계획 등 정책계획을 수정하는 절차를 거쳐야 하므로 2030년 1기 완공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노후 원전 수명연장은 차기 정부가 재생에너지 목표는 하향조정하면서 중‧단기 원전 비중을 제고할 수 있는 가장 유효한 수단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30년까지 설계수명(30년, 또는 40년)이 만료되는 원전은 2023년 고리2호기를 시작으로 이듬해 고리 3호기, 2025년 고리 4호기와 한빛 1호기, 2026년 한빛 2호기와 월성 2호기, 2027년 한울 1호기, 2028년 한울 2호기 2029년 월성 4호기 등 9기, 설비용량으로는 7.7GW에 달한다. 단순 계산으로 이들 원전만 10년씩 수명을 연장하면, 연중 가동하는 원전 특성상 전체 발전량에서의 비중을 크게 높일 수 있다. 물론 원전 수명연장은 충분한 안전성과 경제성 검토, 지역사회 동의가 필요하며, 그런 조건을 충족시킨다 해도 최근 한울 1, 2호기 건설원전처럼 잇단 안전설비 결함 등으로 적기 수명연장이 가능할지도 미지수다. 

익명을 원한 발전사 관계자는 “전기료를 현실화하지 않고도 재생에너지 목표를 높일 수 있다고 장담한 문재인정부처럼, 윤석열정부가 원전 비중만 높이면 온실가스 문제와 전기료 문제를 동시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면서 “가장 시급한 현안은 그런 믹스조합 재조정이 아니라 수요 및 원가변동에 연계한 요금체계와 중립적인 전력규제기관 신설”이라고 말했다. 

[가스부문] 탄소중립 이행과정의 역할 재평가 한목소리
가스공사·LNG직도입사 갈등조율 및 도매시장 개편 쟁점  

▲광양 LNG터미널 전경.
▲광양 LNG터미널 전경.

가스업계는 에너지 정책이 환경적인 측면 외에도 경제성 및 국가안보의 관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새 정부가 산업경쟁력을 고려한 합리적인 정책으로 방향을 정립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에너지 분야의 경우 정책의 실패가 곧바로 국가위기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중장기적 목적에 충실하면서도 현실에 기반한 정책 입안이 절실하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천연가스 부문의 경우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와 관련해 원전과 함께 환경성과 기동성을 모두 갖춘 LNG의 역할이 제고돼야 한다는 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단순히 탄소중립으로 가는 과정의 브릿지 연료가 아니라 이행 전원으로서의 활용도가 충분하고, 수소경제의 주도적 역할이 충분하다는 평가에서다. 기존 사업자인 한국가스공사와 민간 LNG직도입사 간 갈등조율 및 천연가스 도매시장 개편도 쟁점 사안이다. 

천연가스업계는 탄소중립 이행의 중요자원으로서 LNG 역할 재설정에 역량을 결집하고 있다.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가 재생에너지 설비를 2050년 520GW까지 보급해야 하는 등 사실상 물리적, 경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친환경적이고 신속한 기동·정지가 가능한 LNG의 역할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및 변동성을 보완하는 현실적인 수단으로서 LNG가 브릿지 에너지로서 상당 기간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해야 탄소중립이 좌초되지 않고 일관되게 이행될 수 있다는 것이다. 

탄소중립 이행과정의 현실적 대안 구축과 신에너지 산업 육성을 통한 지속가능한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단기적으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LNG 역할 제고와 함께 현실가능한 전원 믹스 및 LNG 브릿지 전원 역할 재설정이 요구되고, 장기적인 측면에서는 CCUS 기술개발과 LNG와의 접목을 통한 블루수소 시장 확대가 제시되고 있다.
 
수송부문에서는 내연기관자동차에서 무공해자동차 시대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CNG·LPG 등 가스차량이 일정 기간 친환경 자동차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과 제도가 최대 이슈다. 

정부가 수소·전기 등 무공해자동차에 초점을 맞춰 저공해자동차 분류체계 개편을 통해  CNG 및 LPG자동차를 제외시키겠다는 정책을 추진하면서 시장은 혼란스럽다. 가스업계는 그동안 구축해온 가스자동차 충전 인프라 시장의 붕괴가 결과적으로 이를 활용한 수소시대로의 전환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무공해차 보급 한계로 탄소중립 이행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무공해차로 가는 과정의 가교역할은 물론 수소경제 이행을 위한 인프라 활용도와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의 거시적 검토 등 가스 자동차에 대한 정책을 보다 긴 호흡으로 봐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배경이다.  

수소경제 활성화 일환으로 LPG충전소의 에너지 슈퍼스테이션 전환을 위한 제도개선 및 정책지원도 촉구하고 있다. LPG충전소가 넓은 사업부지와 고압가스 취급 노하우, 전문인력 활용 등 수소충전소 입지의 최적으로 평가받는 만큼 수소충전소가 자생력을 확보할 때까지는 LPG충전소 수익성을 유지시켜 수소·전기·LPG 융복합충전소로의 점진적 전환을 유도하는 정책이 타당하다고 강조한다.

[신재생부문] 재생에너지 역할 축소 가능성에 업계 촉각
태양광·풍력에 부정적 눈초리, 재생에너지 속도조절론까지 등장

▲두산중공업이 영광에서 벌이는 풍력터빈 실증단지를 인수위 관계자들이 둘러보고 있다.
▲두산중공업이 영광에서 벌이는 풍력터빈 실증단지를 인수위 관계자들이 둘러보고 있다.

재생에너지업계는 인수위가 차기 정부 출범에 앞서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했던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에 연일 제동을 걸자 불안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인수위가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재생에너지의 역할을 포함한 만큼 산업 확대를 위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2030년 국내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목표치를 20~25%로 수정하겠다고 공약하며 현 정부의 목표치인 30%보다 낮추고 에너지믹스 전반을 재조정하겠다고 밝혔다.

인수위는 태양광과 해상풍력 등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재생에너지사업을 전반적으로 따져보고 있다. 우선 전남 신안에 조성중인 해상풍력단지 설치 사업은 재검토하기로 했다. 장능인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회 대변인은 “신안 해상풍력발전단지 설치 시기와 수위를 재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인수위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회는 광주·전남 현장을 방문 후 신안 해상풍력발전단지에 대한 현안을 들었다. 

신안 해상풍력은 8.2GW 규모의 대규모 해상풍력단지다. 2030년까지 민간자금 등 48조5000억원이 투자될 예정이며, 450개 기업을 유치 및  육성하고 일자리 12만개를 창출할 계획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신안 해상풍력단지를 방문해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경우 2030년에는 우리나라를 해상풍력 세계 5대 강국으로 도약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반면 새 정부는 경제성을 신중하게 따져봐야 한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앞서 장 대변인은 “신안 해상풍력발전단지 관련 설비용량이 원전 8개와 맞먹는 규모”라며 “실제 설비 용량과 발전량은 다르기 때문에 경제성을 신중하게 따져봐야겠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즉 새 정부의 에너지믹스 기조 변화에 맞춰 재생에너지 보급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속내를 비친 셈이다.

태양광 역시 새 정부의 개편 도마에 올라있다. 태양광 시장은 현 정부의 지원 아래 시장이 확대됐지만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지 못하고,  소규모 사업자가 우후죽순으로 생기며 현물시장이 불안정해지는 등 부작용이 나오면서 칼질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업계는 불안감 속에서도 태양광 시장이 어느정도 안착됐고, 세계 시장이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수위 일부 참모 역시 새 정부가 문재인 정부의 탄소중립 목표를 계승하되 원전과 신재생에너지의 조화를 이뤄 재생에너지발전을 계속 확대하겠다고 밝혀 재생에너지시장에 대해 과도한 흔들기는 하지 않겠다는 의사도 내비쳤다.

김상협 인수위 상임기획위원은 “국내에선 원전과 신재생이 싸우는 것처럼 돼 있는데 외국에선 저탄소 협력체계로 불린다”며 “탄소중립은 정치적인 문제를 넘어 통합과 협치의 대상이며 새 정부도 현 정부와 뜻과 방향이 같다”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되 원전이 기저발전 역할을 해 조화를 이루겠다는 목표지만 같은 기저저원인 재생에너지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 골치다. 

재생에너지업계는 정책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선 에너지 분야를 맡고 있는 산업통상자원부와 인수위 경제2분과에 대한 설득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아울러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선 규제 완화도 필요하다고 요구한다.

기후솔루션과 태양광산업협회는 태양광발전소 이격거리 규제 완화를 담은 서신을 인수위에 전달했다. 재생에너지 확대에 큰 걸림돌이 되는 이격거리를 개선해 국내 재생에너지 확대를 제한하는 규제를 손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석유·자원부문] 전문가 없는 인수위, 불안한 자원업계
석유유통업계, 알뜰주유소 철수 및 민영화 요구

▲SK이노베이션의 울산컴플렉스.
▲SK이노베이션의 울산컴플렉스.

[이투뉴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을 배출한 국민의힘은 보수야당이다.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을 연속 배출했으나 자원개발비리로 많은 타격을 입었던 전력이 있다. 여기에 아직까지는 인수위는 물론 참모 중에서도 석유·자원부문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인사를 찾기 어렵다. 국제유가가 치솟자 자원공기업의 해외자산 처분을 늦춰야 한다는 발언이 일부 나오긴 했으나, 원자력 등의 관심 분야에 비해 아직까지는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당장 큰 영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인수위가 탄소배출권 시장확대 공약을 내놓자 정유업계가 우려를 표시하는 정도다. 윤 당선인의 금융기관 등 제3자의 탄소배출권 시장 참여를 확대하겠다는 공약으로 인해 탄소배출권 시장이 투기시장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탄소배출권시장 제3자 참여는 탄소배출권 거래량을 늘려 시장가격 안정화를 도모하는 정책이지만, 시장교란 우려가 있어 증권사의 보유한도가 20만톤으로 제한돼있으며 파생상품도 금지돼 있다. 하지만 인수위는 이를 파생상품과 더불어 선물시장으로의 확대까지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업계는 환영한다는 분위기지만 정작 많은 배출권을 살 수도 있는 정유업계는 가격급등이나 시장교란에 대한 안전장치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주유소, 석유일반판매소 등 석유유통업계는 최근 인수위에 알뜰주유소정책 개선안을 건의했다. 개선안에서 석유유통업계는 알뜰주유소가 2011년 도입된 이후 일반주유소의 경영난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 민간시장에 대한 직접적인 정부 개입이며 불공정경쟁과 시장교란이라고 비난했다.

개선안에서 눈여겨 볼 점은 석유공사가 관리하는 자영알뜰주유소사업 철수 및 민영화 요구다. 석유유통업계는 자영알뜰주유소를
석유공사에서 독립된 경영체로 분리시키고 민영화해 사실상 농협, 고속도로 알뜰주유소만을 남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장과 민간의 자율을 중시하는 보수정권으로 돌아가는 만큼 반시장적인 알뜰주유소를 어떻게든 손봐야 한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다만 주유소 사업자들의 반응이 그리 좋지만은 않다. 알뜰주유소는 10년이 넘게 국민의 관심 속에 지지 받은 정책이다보니 새 정부가 아무리 철저한 시장경제주의자라도 편을 들어줄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주유소 숫자가 매년 줄어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국내 주유소가 너무 많아 과당경쟁 상태라는 점도 개선안에 대한 지지의욕을 꺾는데 한몫하고 있다.

자원분야에서는 대통령 인수위원회가 지난달 6일 해외자원확보방안에 대해 민간기업 중심의 투자활성화를 지원하겠다고 밝힌 점이 눈에 띈다. 해외자원을 필요로 하는 수요기업의 공급망 안정화 노력을 지원하고, 공공은 조력하는 해외자원 확보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자원개발업계는 크게 환영하고 있다. 최근 기초자재인 니켈 뿐 아니라 에너지인 석탄, 가스, 석유 등의 가격도 어디까지 오를지 알 수 없는 고공행진 중인 만큼 해외자원개발이 시급하다는 분위기다. 

이명박 정권의 무리한 해외자원개발로 자원공기업들이 적자를 면치 못한 이후 우리나라 공기업의 해외자원개발 직접투자는 거의 바닥 수준까지 떨어졌다. 물론 때마침 세계적으로 에너지전환, CCU 등이 화두가 되면서 기업들이 ESG를 새로운 전략으로 내세운 점도 해외자원개발에서 손을 떼게 만드는 한 요인이 됐다.

여러 이유가 겹쳐 10여년 동안 해외자원개발을 놓다시피한 우리나라이기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해외자원개발 투자를 재개하고 무너져가는 자원개발 생태계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는 분위기다. 물론 기업에도 기업 나름의 의무를 지게 할 필요는 있다는 것이 여론이다. 한편으로는 인수위에 대한 불안감을 드러내는 자원업계인들도 있다. 인수위에 자원개발 전문가가 없다는 점을 들어 아예 관심조차 없는 것 아니냐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이투뉴스 특별취재팀  e2news@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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