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2030년까지 1GW 도입 목표, 온실가스 22만톤 저감 가능
‘물도 에너지’ 인식 확산…하천수, 상수도 원수 등 열원도 다양

[이투뉴스] 캐나다 토론토시는 물이 곧 에너지다. 오대호 중 하나인 온타리오호 심층수를 수열에너지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과 외기(外氣)의 온도차를 이용한 수열에너지로 토론토 시내에 있는 150여개의 건물에 냉난방을 공급한다. 설비용량 7만5000RT(냉동톤)로 세계 최대 규모다. 수열을 이용함에 따라 90%의 에너지를 절감하는 것은 물론 한 해 온실가스 7만9000톤도 감축한다.

청정에너지 시대에 물이 갈수록 중요한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물의 낙하차를 이용한 수력발전을 시작으로 밀물과 썰물을 이용한 조력발전, 파도를 이용한 파력발전 등은 이미 많은 곳에서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널리 이용되지 못하는 것이 바로 수열에너지. 바다, 호수, 하천은 물론 수돗물과 하수도까지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수열에너지는 이처럼 부존량이 무한하기 때문에 대규모 열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다. 냉난방시스템에 주로 쓰이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옥상에 냉각탑도 필요 없다. 여름에는 외기보다 차가운 물의 성질을 이용한다. 반대로 겨울은 외기보다 따뜻한 속성을 활용해 사시사철 활용이 가능하다. 물론 전기의 도움이 필요하다. 필요한 온도로 더 높이거나 낮추기 위해 히트펌프를 써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수열에너지 보급 상황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2004년 댐을 관리하는 사무소에서 수열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후 실질적적인 활용에 나서 2014년 준공한 롯데월드타워가 오랫동안 우리나라 수열에너지를 대표해 왔다. 명맥만 이어가던 수열에너지가 급부상한 것은 신재생에너지법 개정으로 종전 해수에서 하천수까지 범위가 확대되면서다. 이후 2020년 정부가 ‘친환경 수열에너지 활성화 방안’을 마련, 그린뉴딜의 대표사업으로 육성하겠다는 각오를 내보이면서 보급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최근들어선 2030년까지 1GW 규모의 수열에너지를 보급하겠다는 야심찬 계획도 내놨다. 이전 보급목표인 2030년 500MW보다 두 배를 키웠다. 수열에너지 보급을 위한 시범사업 공모에 민간 및 지자체 등 9개소가 참여해 2만4000RT 규모가 설계에 들어가기도 했다. 특히 제로건축물 인증 대상에 수열에너지를 포함시키는 등 제도개선에도 착수했다. 

▲한정애 환경부 장관(가운데)이 강원 수열에너지 클러스터 조성 예정지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한정애 환경부 장관(가운데)이 강원 수열에너지 클러스터 조성 예정지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강원 수열클러스터 성공여부 주목
그린뉴딜의 대표사업으로 수열에너지를 육성한다는 목표를 세운 뒤 환경부는 인천 종합환경연구단지 및 한강물환경연구소, 한강홍수통제소 등 내부 자원을 활용, 수열에너지 보급을 본격 시작했다. 특히 강원 수열에너지 융복합클러스터를 조성하는 사업에 착수, 수열에너지를 특정 건물에서의 사용이 아닌 지역단위로 확산하는 사업모델 개발에도 착수했다.

종합환경연구단지수열에너지(냉난방) 공급사업은 아라천을 이용한 2000RT 규모로, 국비 130억이 투입됐다. 한강물환경연구소는 북한강 하천수를 열원으로 6억2000만원을 투입해 연구소 건물의 냉난방을 해결한다. 한강홍수통제소는 상수도 광역원수를 활용해 역시 통제소 건물에서 사용되는 냉난방에너지를 충당하는 사업이다.

2020년부터 시작한 수열에너지 시범사업 중 지난 4월 한강홍수통제소 설비가 첫 준공돼 그 막을 열었다. 홍수통제소는 냉난방용량의 50%를 광역원수를 활용한 수열에너지로 대체, 35% 내외의 에너지절감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한강물환경연구소(올해 6월 예정) 종합환경연구단지(2023년)까지 모두 완공될 경우 1시간 동안 선풍기 22만대를 운영할 수 있는 규모의 2160RT의 수열에너지가 도입될 예정이다.

▲한강홍수통제소에 설치된 수열 냉난방시스템.
▲한강홍수통제소에 설치된 수열 냉난방시스템.

가장 관심이 큰 곳은 소양강댐에 조성되는 강원 수열에너지 클러스터다. 춘천시 동면 일대에 조성되는 소양강 수열클러스터는 연간 수온이 6∼13℃인 소양강댐 심층수 하루 24만톤을 활용한다. 설비규모가 1만6500RT로 국내 최대인 롯데월드타워의 5배가 넘는다.

총사업비 3040억원(국비 253억, 지방비 109억, 민자 2678억)이 소요되는 소양강 수열클러스터는 수자원공사 주도로 강원도와 춘천시가 참여하고 있다. 수열에너지공급시스템에만 362억원(국비 253억, 지방비 109억)이 투입될 예정이다. 지난해 설계를 완료하고 올해 기반공사에 착수했으며 오는 2027년 완공이 목표다.

탄소중립 클러스터로 조성되는 이곳에는 향후 전기를 많이 쓰는 데이터센터 집적단지를 비롯해 스마트 농업단지, 스마트 주거단지, 물에너지기업 특화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2020년 7월 진행된 예비타당성조사 결과 비용대비편익(B/C)이 1.49, 계층화분석(AHP)은 0.56으로 높은 사업성을 인정받았다.

전문가들은 춘천 수열클러스터의 성공여부가 국내 수열에너지 미래를 가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수열에너지가 존재하는 인근의 건물이나 특정업체 사용에 한정하지 않고 열에너지 수요층을 적극 끌어들여 특화단지를 만드는 대규모 프로젝트이기 때문이다. 현재 검토되고 있는 신도시에 수열에너지를 공급하는 ‘부산 에코델타 스마트시티(평강천 활용)’ 역시 춘천 사업이 이정표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공공 주도에서 민간서도 활용폭 키워
그동안 공공이 주도하던 수열에너지가 민간으로도 점차 확산되고 있다. 지난달 환경부와 한국수자원공사는 삼성서울병원, 더블유티씨서울, 미래에셋자산운용, 엔씨소프트와 수열에너지 보급 시범사업 협약을 체결했다. 시범사업에는 상주시와 충청북도, 경상남도교육청, 한국전력거래소 등 지자체 및 공기업도 가세했다. 병원과 업무용 건축물은 물론 스마트팜, 학교 상하수도사업소 등 수요군도 다양하다.

사업비 중 50%를 국비로 지원하는 이번 사업은 수열에너지 도입과 확산을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는 비즈니스모델을 만들기 위해서다. 환경부는 삼성서울병원 등 건축물 9곳에 수열에너지가 도입될 경우 전체 냉난방설비 전기사용량의 35.8%에 달하는 36.5GWh를 절감하는 것은 물론 온실가스도 연간 1만9000톤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수열에너지 보급목표도 대폭 늘렸다. 현재 진행되는 공공부문 시범사업과 함께 이번에 시작하는 민간·지자체 보급사업이 마무리되는 2025년부터 본격적으로 수열에너지 보급에 나서 물 분야 탄소중립의 선봉을 맡긴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2030년까지 수열에너지 1GW를 도입하는 한편 전기사용량 427GWh 및 온실가스 21만7000톤을 저감한다는 각오다.

▲수열에너지 공급 모식도.
▲수열에너지 공급 모식도.

정부 차원에서 벌이는 보급사업 외에 다양한 곳에서도 수열에너지 공급이 추진되고 있다. 광명시흥첨단산업단지의 경우 상수도 원수를 활용해 춘천 클러스터보다 설비용량이 큰 2만6000RT을 공급하는 대규모 프로젝트가 모색되고 있다. 사업이 성사될 경우 연간 3만여 가구가 사용 가능한 8만9000MWh의 에너지가 절감되고 초미세먼지 연간 48톤, 온실가스는 2만2000톤의 감축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수열에너지 활성화를 뒷받침하기 위한 제도개선에 대한 논의도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환경부는 하천수를 이용해 수열에너지를 생산하면 물이용부담금을 면제하는 등 사업자에게 다양한 혜택을 주는 하천법 시행령을 지난해 개정했다. 수열에너지 사업의 경제성 확보가 용이하도록 하천수를 사용해 수열에너지를 생산할 때 톤당 170원의 물이용부담금을 면제하는 내용이다.

여기에 수열에너지 설비기준 및 150RT 이상의 대용량 히트펌프에 대한 성능시험 기준이 마련된 것은 물론 도시계획단계부터 수열에너지 도입을 검토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도로, 지하시설물 등의 장애요인으로 인한 수요처 발굴 한계를 극복해 신규 신도시, 대규모 산업단지의 수열에너지 사용을 촉진하기 위해서다.

수열에너지 설치를 가로막던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제도’ 역시 연내 제도개선이 이뤄질 전망이다. 환경부는 산업부 및 국토부와 협의, 수열에너지도 제로에너지 건축물 인증범위에 포함시킨다는 방침이다. 이로써 그동안 대상에서 빠졌던 수열에너지도 태양광이나 지열과 같이 제로에너지 건축물에 적용 가능한 신재생에너지에 포함돼 보급이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정애 환경부 장관은 “수열에너지는 우리나라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고 건물 부문의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핵심 열쇠”라면서 “앞으로도 수열에너지 확대를 위한 제도개선과 기술개발 노력을 통해 ESG 확산과 제로에너지 건축물 확대에도 크게 기여하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