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물자원의 보고’ 북한

북한 광물자원을 노리는 세계 각국의 손길이 빨라지고 있다. ‘자원블랙홀’으로 불리는 중국은 이미 상당량의 철광석, 석탄, 구리 채굴권 확보하고 있다. 최근에는 몰리브덴과 같은 희귀금속 광산 채굴권까지 잇달아 따내고 있다.

 

북한의 부존자원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이들은 중국뿐이 아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독일, 스웨덴, 싱가포르까지 합세해 북한에 적극적인 자원개발 의사를 전하고 있다. 대북 자원개발 전문가의 말을 빌자면 “이러다가 우린 구경도 못하고 몽땅 딴 나라에 뺏길 판”이다.

 

그러나 남북의 자원교류는 정촌 흑연광산을 시작으로 이제 갓 걸음마를 뗐을 뿐이다. 지리적으론 어느 나라보다 가깝지만 분단의 현실은 자원교류에 있어 여전히 높은 문턱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렇다고 마냥 손을 놓고만 있을 수도 없는 형편이다. 국제 원자재 가격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고 세계는 경제성 있는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국경을 넘나드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자칫 지척거리에 있는 ‘자원의 보고’를 눈 뜨고 놓쳐버릴 수 있다는 얘기다. 

 

이처럼 전 세계가 북한 자원에 눈을 돌리고 있는 이유는 풍부한 매장량과 경제성 때문이다. 통일부가 제공한 ‘북한의 광물자원 현황’에 따르면 북한에는 총 360여종의 광물자원이 부존하고 있다.

 

이중 경제성이 있는 ‘유용광물’만도 140여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히 36억톤이 매장된 마그네사이트 전세계 1위의 부존량을 자랑하고 있다. 게다가 중석, 몰리브덴, 중정석, 형석 등 매장량 10위내에 드는 광물도 7종에 이른다.

 

이밖에도 석탄, 철광석, 아연, 석회석, 마그네사이트는 북한의 주요 광물로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 석탄의 경우 남한처럼 무연탄과 갈탄이 풍부한 반면 제철공업에 필수적인 역청탄의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통일부 관계자는 “북한지역은 금속광물과 에너지광물이 풍부해 공업원료나 연료의 70%를 국내에서 자급하고 있다” 며 “우리의 기술과 북측이 자원이 만나면 서로가 윈-윈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을 대표하는 광물중에는 철광석을 빼놓을 수 없다. 철광석은 북한의 무산광산을 비롯해 은률, 재령, 하성, 천동, 이원, 덕성, 용원, 풍산 등 20여개 광산에서 활발히 생산되고 있다. 이 중 매장량이 10억톤에 달하는 무산광산은 세계적인 노천광산으로 연간 800여만 톤의 철광석을 생산하고 있다.

 

무연탄과 갈탄도 비교적 풍부한 북한의 자원이다. 무연탄은 평안남도 순천, 덕천, 강동, 개천군 등과 평안북도 구장, 함남 고원 등지에 매장돼 있다. 또 갈탄은 함북 은덕(아오지) 일대를 비롯해 새별, 온성, 명천, 평남 안주 지역에 풍부하게 매장돼 있다.

 

북한은 이들 자원을 활용하기 위해 이른바 ‘제3차 7개년계획’ 기간 중에 석탄생산을 1억 2000만톤으로 늘린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그러나 안주지구탄광연합기업소를 비롯한 각지의 탄광 확장공사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석탄생산을 줄어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연도별 석탄생산량을 살펴보면 1989년 8500톤, 1993년은 급격히 감소해 2710만톤을 나타내고 있다. 대북전문가들은 신규 탄광개발 부진, 채굴의 심부화, 장비의 노후화로 인해 생산량이 지속적으로 감소했고 현재는 연간 2190만톤이 생산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통일부 관계자는 “북한의 석탄 생산 부진은 원유 도입량 감소와 함께 북한의 에너지 부족을 심화시키고 있다” 며 “이런 이유로 북한 당국은 지방산업공장의 에너지원으로 저열탄과 초무연탄을 권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아연과 납 등이 풍부하게 생산되고 있는 검덕광산은 북한에서도 가장 규모가 큰 비철금속광산으로 알려져 있다. 연간 5만 2000톤의 납과 12만 4000톤의 아연을 생산해 내고 있는 검덕광산은 연간 1000만 톤을 처리할 수 있는 대규모 선광장까지 갖추고 있다.

 

이외에도 만년, 경수, 전창광산에서 중석이 생산되고 있고 운산, 대유동, 홀동, 상농, 성흥 광산 등에서 금은동이 생산되고 있지만 국내에 알려진 생산현황은 없다. 또 마그네슘의 원료인 마그네사이트는 함경남북도와 양강도 지역에 집중 매장돼 있으며 채굴조건도 비교적 유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려운 경제상황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풍부한 지하자원이 부존된 나라다. 그러나 광산 개발기술이 낙후돼 있고 기본 설비를 가동하기 위한 전력공급 조차 원활하지 못한 점이 남한의 본격적인 진출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관계자들은 무엇보다 북한 특유의 ‘폐쇄성’을 대북 자원교류의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고 있다. 상대적으로 많은 자원이 분포된 것은 분명하지만 정확한 매장량이나 품위(품질), 인프라 등의 기본 데이터를 알 수 없어 선뜻 투자를 결정하기 어렵다는 호소다.

 

그러나 북측은 일관되게 ‘믿어달라’는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 관계자들은 광산지역이 군사지역이나 민생지역과 중첩되는 문제로 북측이 정보공개를 꺼리고 있다고 보고 있다. 결국 북측이 남한에 대해 얼마나 빗장을 열어놓느냐가 남북자원교류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민족경제협력연합회와 광업진흥공사가 지난 4월 26일 평양에서 주최한 투자협의회에서 민경련 김춘근 부회장은 “북측의 광물자원에 관한 자료는 보여줄 수 있으나 남측이 다시 탐사나 시추를 하는 것은 원치 않는다”고 발언한 바 있다.

 

그는 남측의 자원개발 투자자를 향해 개발의지에 상응한 자료를 제공할 수 있지만 사실상 사전 자원조사는 불허할 방침임을 분명히 한 셈이다. 자원교류를 위한 물리적 거리가 가까운 만큼 북한의 이념적 거리는 아직 멀게만 느껴지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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