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식용원료 한계서 벗어나 팜, 폐유 등 비식용 원료 활용
초임계공법으로 경제성 높여…2026년까지 투자 로드맵 제시

[이투뉴스] 현대오일뱅크(대표 강달호, 주영민)는 미래성장동력으로 차세대 화이트 바이오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11일 밝혔다. 화이트 바이오는 광합성에 의해 생성되는 다양한 식물자원을 원료로 에너지원과 화학소재를 생산하는 탄소저감 산업을 뜻한다.

현대오일뱅크는 석유를 원료로 하는 정유 및 석유화학 사업만으로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담보할 수 없다는 판단 아래 블루수소, 친환경 화학·소재와 함께 화이트 바이오 사업을 미래 신사업 중 하나로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오일뱅크가 추진하는 화이트 바이오 사업은 원료 조달부터 기존방식과는 차별성을 갖는다. 기존 바이오 산업은 대두, 옥수수, 팜 등 식용자원에서 에너지원을 추출해왔으나 산림파괴 등 부작용이 심해지면서 식용원료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이에 기름 찌꺼기, 폐식용유, 팜 낙과 등 비식용 자원을 원료로 활용할 계획이다. 비식용 원료는 식용에 비해 가격도 저렴하다.

제품 추출도 촉매를 사용하는 대신 초임계 공법을 적용할 예정이다. 초임계 공법은 유해물질이 거의 발생하지 않아 환경친화적이고 전처리 공정이 불필요해 투자비와 운전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정유 고도화 공정에서 활용하고 있어 운영 노하우도 갖췄다.

화이트 바이오 사업을 위해 구체적인 로드맵도 수립했다. 1단계로 2023년까지 대산공장 1만㎡ 부지에 연산 13만톤 규모 차세대 바이오디젤 제조공장을 건설키로 했다.

이후 2024년까지 대산공장 일부 설비를 연간 50만톤 규모의 수소화 식물성오일(HVO) 생산설비로 전환할 예정이다. 

HVO는 비식용 원료에 수소를 첨가해 생산하는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유럽에서는 주로 친환경 경유에 사용된다. 지난해 10월 2050탄소중립위원회가 현재 3.5%인 바이오디젤 의무혼합비율을 8%로 상향하는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 계획을 발표한 만큼 국내에서도 수요가 점차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오일뱅크 화이트 바이오 로드맵.
▲현대오일뱅크 화이트 바이오 로드맵.

2단계로는 HVO를 활용한 차세대 바이오 항공유를 생산해 글로벌 시장 개척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HVO를 HPC(Heavy feed Petrochemical Complex) 원료로 투입해 바이오 기반 석유화학 제품까지 활용도를 높일 계획이다.

국내뿐 아니라 원료 조달이 용이한 인도네시아 등 해외에 화이트 바이오 제조 공장을 직접 건설, 운영하는 방안도 검토할 예정이다. 현지 공장 운영을 통해 경제성 높은 비식용 원료의 안정적 수급부터 생산, 수출까지 일괄 수행하는 체제를 갖춰 유럽, 미주 등 수요가 많고 마진이 높은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포석이다.

마지막 3단계에서는 2026년까지 글리세린 등 화이트 바이오 부산물을 활용한 바이오 케미칼 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2030년까지 연간 100만톤에 달하는 화이트 바이오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앞서 EU는 수송부문 에너지 사용량 중 재생에너지 비율을 2020년 10%에서 2030년 28%로 상향했다. 국제해사기구는 선박유에 바이오 연료를 시범 도입하기 시작했고 국제민간항공기구도 바이오 항공유 보급 목표를 2025년 2%, 2040년 32%, 2050년 50%로 설정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30년 바이오 선박유와 항공유가 전체 시장에서 20%를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해외 정유사들 역시 수첨분해 등 경제성 높은 신기술을 도입해 HVO와 같은 차세대 바이오 연료 생산을 확대하고 있다. 핀란드 국영 정유사 NESTE OIL은 바이오 에너지 분야에서 연간 영업이익의 80%에 가까운 2조원 이상을 벌어들이고 있다.

BP는 2019년 저탄소에너지사업에 5억 달러를 투자한데 이어 2030년까지 매년 50억 달러 투자를 목표로 하고 있다. Shell도 연간 1~2조 원의 바이오에너지사업 투자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주영민 현대오일뱅크 대표는 “기존 정유 공정의 기술력과 원가경쟁력을 접목해 화이트 바이오 사업을 지속적으로 성장시켜 나갈 것”이라며 “2030년까지 화이트 바이오, 블루수소, 친환경 화학·소재 등 신사업 이익 비중을 70%수준으로 늘리겠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오일뱅크는 현재 중소기업으로부터 공급받고 있는 바이오 디젤의 물량은 일정 유지하면서 자체 생산제품은 자급·수출용으로 소화해 상생을 도모해 나가기로 했다.

김진오 기자 kj123@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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