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 1939.1원, 경유 1947.1원으로 경유가 8원 더 비싸
고유가·국제시세 반영 vs 정유사 과도한 마진 의견 엇갈려

[이투뉴스] 전국 평균 경유가격이 휘발유 가격을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14년만에 일어난 가격역전 현상에 대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여파, 이달부터 시행된 유류세 30% 인하 정책, 정유사의 과도한 마진 등 다양한 이유가 제시되고 있다. 주유소업계 일각에서는 경유가격이 앞으로 2~3주 동안 더 올라 휘발유와의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내놨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의하면 11일 기준 전국 주유소 평균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939.1원, 경유는 1947.1원으로 경유가 8원 더 비쌌다. 1년 전과 비교하면 휘발유는 407.3원, 경유는 612.9원 오른 것으로 나타나 경유가 205.7원 더 인상된 것. 경유 가격이 휘발유 가격을 넘어선 것은 중국·인도 등 신흥산업국의 산업용경유 수요가 급증했던 2008년 6월 이래 14년 만이다. 당시 휘발유 가격은 1819.0원, 경유는 1825.0원을 기록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휘발유-경유 간 가격 역전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과 유럽을 중심으로 한 경유 부족 사태에 따른 것이라고 진단했다. 전체 경유 수입의 60% 가량을 러시아에 의존할 만큼 러시아 의존도가 높은 EU 각국이 러시아산 석유제품에 대한 제재를 약속하면서 경유수급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하나금융투자의 윤재성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경유 부족이 해소되기 위해서는 유럽의 가스와 석탄 가격 하락이 필요하다”며 “경유 부족 사태가 등유의 일종인 항공유 부족 사태까지 유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이 악순환의 연결고리를 끊지 못하면 심각한 수준의 글로벌 에너지 대란이 올 수 있다”며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도 해답은 될 수 없다. 높은 가격으로 인한 수요파괴만이 유일한 답이 되지 않길 빈다”고 말했다.

정부가 기존 유류세 20% 인하에 더해 이달부터 물가안정을 위해 유류세 10%p 추가 인하에 들어간 점도 가격역전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인하 전 종래의 휘발유 유류세는 820원, 경유는 581원이었다. 이달부터 정부의 유류세 30% 인하 정책으로 휘발유는 247원, 경유는 174원 줄면서 유류세 차이가 당초 리터당 239원에서 166원으로 73원 더 내리면서 가격차가 줄었기 때문이다.

책임을 정유사에 묻는 목소리도 나온다. 석유시장감시단은 4월 국제 경유 가격과 국내 정유사 공장도 가격을 비교한 결과 정유사들은 국제 경유가격이 리터당 20.23원 상승할 때 공장도 가격을 75.80원 올렸다고 공개했다. 휘발유의 경우 6.06원 오를 때 공장도 가격을 19.25원 인상했다. 국제 경유가격이 1원 상승할 때 국내 경유 가격은 3.75원, 휘발유 가격은 3.18원 꼴로 올려 경유에서 더 많은 마진을 취했다는 것.

정유업계는 글로벌 경유부족에 따라 국내 경유가격이 함께 오르는 일은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유사가 손해를 보더라도 경유가격을 조정해야 한다는 논리는 2020년 정제마진이 마이너스를 기록했을 당시에 국내 가격을 높여서 수익을 보전했어야 한다는 뜻과 같다“며 “정유사들이 1분기에 고수익을 올린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수요와 관계없이 가격을 낮게 조정하는 것은 자본주의 논리에 배치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오히려 터키나 독일 등 다른 OECD 국가와 비교하면 국내 경유가격은 최저 수준“이라며 “정유사가 수익만을 따진다면 국내에 경유를 공급할 이유가 없다“고 꼬집었다.

한편 주유소업계 한 관계자는 “이 같은 가격역전 현상은 지난달부터 예고된 일”이라며 “지난달 경유의 정유사 출고가는 휘발유보다 40원 정도 비쌌지만 이달은 100원까지 차이 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에 더해 “오히려 현재는 경유가격 인상에 대비해 재고를 많이 쌓아뒀던 주유소들이 유류세 인하에 따른 담합 단속에 걸리지 않기 위해 경유를 싸게 풀고 있다”며 “2~3주 내로 가격이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진오 기자 kj123@e2news.com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