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전기협회, 문화재청과 전기등소 복원 전시키로

▲대한전기협회와 문화재청이 대한민국 전기발상지인 향원정에 전등을 밝혔다.
▲대한전기협회와 문화재청이 대한민국 전기발상지인 경복궁 향원정에 전등을 밝혔다.

[이투뉴스] 국내 전기역사의 뿌리를 찾아 고증 복원하는 뜻깊은 사업이 본격화 된다. 

대한전기협회와 문화재청은 17일 경복궁에서 서갑원 협회 상근부회장과 정성조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전기발상지 고증·재현과 복원, 활용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 자리에서 양측은 국내 첫 전기발상지인 경복궁 건청궁 일대에 전기에 대한 역사성과 정체성을 느낄 수 있는 전등을 재현하고 최초 발전터인 영훈당 권역에 전기등소 복원 및 전시유물을 전시하기로 했다.

아울러 협회는 130여년이 넘는 전기역사 확립과 객관적 사료 및 정책 판단 기초 자료 제공을 위해 전기역사서도 편찬할 예정이다.

국내 전기의 역사는 우리나라 경제발전과 재건의 역사이자, 개인과 기업 그리고 국가를 유지하는 힘의 원천이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2015년 경복궁 영훈당 권역 발굴조사 결과 1886년 완공돼 이듬해 처음 전등을 밝힌 전기등소(電氣燈所) 위치는 향원지 남쪽과 영훈당의 북쪽 사이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곳에서 발전원료인 석탄을 보관하던 탄고(炭庫)와 발전소터 등 1887년 우리나라 최초로 세워졌던 전기등소 유구가 확인됐다. 또 아크등(arc lamp)에 사용됐던 탄소봉과 연대(1870년)가 새겨진 유리 절연체 등 전기 유물도 출토됐다.

전기협회 관계자는 “경복궁의 점등은 기름 등불에서 산업혁명의 원동력인 전기를 사용한 전등으로 바뀌게 되는 우리나라 최초의 에너지전환 사건이었다"면서 “최초의 현대적이고 과학적인 혁신과 개혁의 역사적 상징”이라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나라 최초 전기등소의 발굴과 복원을 기점으로 대한민국 전력사의 과거를 돌아보고 정리해야 할 때가 왔다”며 “전기·에너지산업계 뜻을 모아 문화재청과의 협력을 통해 전문가들의 고증을 잘 다듬어 역사의 흔적이 충실히 채워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앞으로도 다양한 기관과의 협력과 협업 체계 구축을 통해 문화재 복원을 추진할 예정”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국민의 문화 향유권을 확대 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업무 협약식 이후 경복궁 건청궁과 향원정에서는 이현빈 한전 경영지원 부사장, 김호빈 중부발전 사장, 김영문 동서발전 사장, 박지현 전기안전공사 사장, 정동희 전력거래소 이사장, 김선복 전기기술인협회장, 백남길 전기공사공제조합 이사장, 곽기영 전기공업협동조합 이사장 등 전기계 인사 2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대한민국 최초 전기발상지 점등 행사’가 열렸다.

이날 참석자들은 행사용으로 제작된 전등을 밝히는 전등 제막식에 참석한 후 취향교를 넘어 전깃불로 환하게 빛나는 향원정을 거닐며 우리나라 전기의 역사성과 상징성을 되짚어보는 시간을 보냈다. 

일반 관람객은 이달 18일부터 29일까지 개최되는 ‘2022 경복궁 별빛야행’에 참석하면 건청궁에 관한 설명과 전기의 역사를 알기 쉽게 들을 수 있다. 

우리나라 최초 전기점등은 1887년 경복궁 건청궁에서 이뤄졌다. 대낮같이 밝은 불을 처음 본 사람들은 ‘도깨비불’, ‘물불’, ‘건달불’이라 불렀으며, 한자로는 묘화(妙火)라고 썼다. 일상의 등잔불과는 다른 새롭고도 요상한 불이라는 의미다. 에디슨이 탄소선전구를 발명한지 8년 만의 일이었다. 

전기도입은 조선후기 고종의 개화정책 중 하나였다. 아버지 흥선대원군의 섭정에서 벗어나 10년 만에 친정을 하게 된 그는 새로운 세계와 문명에 대해 많은 호기심과 수용력을 갖고 있었다.

개항을 통해 외국의 근대문물을 받아들이는 청나라와 미국 등 여러 나라와 연차적으로 통상조약을 체결하고 그들의 앞선 문물을 배워오도록 사절단을 파견했다.

특히 1882년 5월 조미수호통상조규(朝美修好通商條規;통상조약)가 맺어진 이후 이뤄진 보빙사(報聘使) 파견은 이후 조선의 제도, 사회체계 변화에 큰 영향을 줬다.

문벌 있는 20대의 개화파 청년들로 구성된 보빙사절단은 미국의 전기회사, 철도회사, 병원, 소방서 등 근대적 국가시설과 제도 등을 둘러볼 수 있는 기회를 갖고 조선에 우정국이나 경복궁 전등, 육영공원 등의 설치가 이뤄지는 계기를 마련했다.

건청궁의 전등소는 궁중 전기등 점등계획에 따라 조선정부가 1884년 9월 4일 미국 에디슨전등회사4에 발전설비와 전등기기를 발주해 1887년(고종 24년) 초에 설립한 우리나라 최초의 발전소(發電所)를 말한다.

조선은 1898년 1월 18일 본격적인 전기사업을 위해 한성전기주식회사(漢城電氣株式會社)를 설립하고 이듬해 4월 10일 종로에 거리조명용 첫 민간전등에 불을 밝혔다. 거리의 가로등과 형형색색 네온사인이 근대 문명사회의 신호탄이 됐다.

당대 사람들은 그 풍경을 ‘수만의 전등불이 사람 없는 거리(종로)를 비추면 어떤 몽환경 같이 아름답고 찬란’하다거나 ‘천만촉의 휘황 전등불과 아울러 불야성을 이룬 것을 볼 때 실로 별천지에 들어선 느낌’(별건곤(別乾坤), 1929년 9월호)이라고 기록했다.

하지만 첫 전깃불이 켜진 건청궁은 1909년 일제강점기에 훼손되는 수난을 겪는다. 한일합병 후 조선총독부의 시정오년(施政五年) 선물산공진회 개최와 1935년 박람회 개최를 위해 건청궁을 포함한 주변의 모든 건물들을 철거하고, 그 자리에 총독부미술관을 세웠다.

이상복 기자 lsb@e2ne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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