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전력거래가격 상한고시' 행정예고로 논란
3개월 SMP평균 과거10년 상위 10% 해당 시 적용
"임시방편으로 시장왜곡 더 키울 것" 전문가 우려

▲동해안 한 석탄발전소 하역부두에서 선박에 실린 유연탄을 발전소로 이동시키고 있다.
▲동해안 한 석탄발전소 하역부두에서 선박에 실린 유연탄을 발전소로 이동시키고 있다.

[이투뉴스] 정부가 전기 연료비(국제유가‧유연탄‧LNG) 급등에 대응해 전기요금을 올리는 대신 도매 전력시장의 시장가격(SMP) 상한을 일정 수준으로 묶는 땜질처방을 동원하기로 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전력시장 긴급정산상한가격 제도 적용근거와 시행조건, 상한수준, 적용대상 등을 담은 ‘전력시장가격 상한에 관한 고시’ 일부개정안을 24일 행정예고했다.

신설 고시 개정안을 보면, 산업부 장관은 석탄‧LNG‧석유 수입가격 불안으로 전력거래가격이 특별히 급등할 때 국민생활이나 경제불안정성을 해소하기 위해 긴급정산상한가를 정할 수 있다. ‘전력가격이 특별히 급등하는 때’란 직전 3개월간의 SMP 평균이 과거 10년간(직전 4개월~123개월)의 월별 SMP 평균값의 상위 10%에 해당할 경우를 말한다.

이때 긴급상한가격은 상한가를 시행하려고 하는 달의 직전 4개월~123개월까지의 가중평균 SMP에 1.25를 곱한 값으로 소수점 이하 둘째자리까지 계산해 책정한다. 적용대상은 한전 6개 발전자회사와 10개 구역전기사업자, 27개 집단에너지사업자, 24개 자가용전기설비설치자, 56개 기타 민간기업, 4698개 신재생에너지발전사업자 등 모두 4821개사로 SMP로 정산받는 모든 발전사업자가 이해당사자다.

이 제도를 이달부터 바로 적용한다고 가정하면 발전사들의 한달 SMP 정산수익은 약 1422억원 감소한다.(SMP 14.25원, 상한가 132.1원 기준) 산업부는 행정예고에서 “SMP가 높은 수준으로 급격히 상승하는 비상 상황 시 한시적으로 평시 수준 SMP를 적용하는 긴급정산상한가격을 신설해 전기소비자를 보호하려는 것”이라며 내달 13일까지 찬‧반 여부와 그 사유를 적시한 의견서를 받겠다고 밝혔다.

산업부 "SMP 급상승 시 전기소비자 보호"
정부가 SMP 상한가 카드를 돌연 꺼내든 명분은 요금 인상에 따른 ‘전기소비자 보호’다. 전기사업법 제4조(전기사용자의 보호)는 전기사업자와 전기신사업자가 전기사용자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도록 하고 있고, 동법 제33조는 산업부 장관이 전기사용자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SMP 상한을 고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행 SMP는 각 발전기의 실제 연료비와 무관하게 거래시간대별 수요와 공급을 충족하는 한계발전기 가격으로 가격을 정한다. 그런데 코로나19 이후 경기회복으로 에너지수급이 불안한 상황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까지 발발하면서 국제 연료가격이 폭등하고 있다. 이달 20일 기준 각 에너지원 가격은 2020년 가격과 대비해 각각 유가는 156%, 유연탄은 622%, LNG는 398% 뛰었다.

이 영향으로 작년 하반기부터 SMP가 급등해 지난달 월평균 SMP는 kWh당 202.1원까지 올랐다. 이는 2001년 전력시장 개설이후 역대 최고값으로, 발전사로부터 전력을 사들여야 하는 한전은 부담이 크게 증가하는 반면 과거 저렴하게 연료 도입계약을 체결한 저원가발전기의 경우 마진이 크게 늘고 있다.

정부는 고시 규제영향분석서에서 "규제로 발전사업자의 과도한 초과이익을 제한해 전기판매사업자(한전) 및 일반 전기소비자의 비용부담을 완화하는 것으로, 추가비용 없이 전기소비자 보호라는 규제목적 달성이 가능하다"며 "발전사업자가 지불해야 하는 실제 연료비는 별도 보상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 "시장왜곡 키우는 땜질 처방" 지적
정부의 이같은 행보에 전문가들은 땜질식 처방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각종 정부위원회에 관여하고 있는 수도권 소재 한 대학  A교수는 "근본적인 전력시장의 제도개선을 통해 문제를 풀어야지, 후진적인 CBP(변동비반영) 전력시장을 그대로 둔 채 자꾸 정부가 인위적으로 개입할 경우 시장왜곡은 심화될 것"이라며 "단기적 극약처방으로 임시방편식 효과는 보겠지만 근본적 해결책은 결코 아니다"라고 말했다. 

A 교수는 "2년전 9차 전력수급계획 수립당시 수많은 전문가들이 시장개선방안을 제안했으나 이후로 하나도 진행된 것이 없다"면서 "국제유가 상승몫은 당연히 소비자 전기료로 부담시켜야 하며, 실제 산유국을 제외한 거의 모든 나라가 전기요금을 올렸다. 이전 정부나 현 정부나 결국 정치적 고려 때문에 시장왜곡을 키우고 있는데, 이런 임시조치는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소비자 보호'를 명분으로 내걸었지만, 제도시행에 관한 법적 정당성 논란도 불거질 전망이다. 

박진표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원가급등으로 인한 상한제 설정의) 불가피성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업자 변동비나 적정투자보수에 관한 보상이 충분치 않을 경우 재산권 침해 소지가 있다"면서 "하루 이틀 갈 문제면 모르지만, 사태가 장기화 될 경우 사업자 피해가 커질 것이고, 그에 대한 보상이 제대로 안될 경우 법적 논란이 제기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아무리 급해도 상한제 가격 설정에 관한 적정성 공론화 작업을 통해 정당성을 확보해야 하며, 손실 사업자에 대한 비용보전 방안도 충분히 협의해야 한다"며 "장기적으로는 이번 기회에 계약시장을 활성화해 더이상 임기응변식 대응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풍문으로만 나돌던 SMP상한제 적용을 놓고 직접 이해당사자인 사업자들은 당혹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는 "SMP와 REC가 동시에 떨어져 모두 허덕일 땐 나몰라라 하더니, 이제와 SMP가 많이 올랐다며 REC(신재생공급인증서) 가격을 '0'으로 만들고 이제는 상한까지 씌우겠다는 게 산업부 생각인 것이냐"고 반문하면서 "재생에너지가 도대체 몇 %나 된다고 이렇게 사업자를 괴롭히는지 모르겠다. 새 정부에 대한 기대는 커녕 용산으로 몰려가 시위부터 해야할 판"이라고 반발했다. 

LNG발전사 한 관계자는 "갑작스런 발표에 당황스럽다"면서 "정부 등쌀에 한전이 전기요금을 제대로 못받아 생긴일을 발전사업자들에게 돌리는 행태로 밖에 이해되지 않는다. 법적인 검토와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연도별, 월별 SMP 변동 추이 ⓒ산업부
▲연도별, 월별 SMP 변동 추이 ⓒ산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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