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2236곳서 현재 1721곳…연평균 103개소 감소
“농협알뜰 저가공세가 경영난 원인, 가짜석유 늘수도”

[이투뉴스] 국내 석유일반판매소가 매년 100개소 이상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급격한 도시화와 재개발 등에 따른 가스난방 공급으로 기름보일러가 감소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지만, 정작 일반판매소업계는 경쟁자인 농협알뜰주유소(NH-OIL)를 가장 큰 요인으로 꼽아 눈길을 끈다.

한국석유일반판매소협회에 의하면 5월말 현재 국내 석유일반판매소는 1721개소인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5년 간 석유일반판매소 숫자는 2017년 2236개소, 2018년 2068개소, 2019년 1925개소, 2020년 1805개소, 2021년 1721개소로 연평균 100곳 안팎씩 감소하는 추이를 이어가고 있다.

석유일반판매소 업종의 불황은 주력 판매상품인 등유 판매량에서도 드러난다. 석유일반판매소가 판매한 등유는 2017년 6억6644만리터, 2018년 6억3189만리터, 2019년 5억3904만리터, 2020년 5억2200만리터, 지난해 5억262만리터로 매년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일반판매소사업자들은 경영난의 원인으로 신도시 조성, 구도심 재개발 등 도시화에 따른 기름보일러 감소를 들었다. 도시가스 개별난방이나 지역난방이 주류를 이루면서 기름보일러용 등유를 판매하는 일반판매소 수익이 줄어들고 있다는 주장이다. 여기에 전기장판, 온수매트 등 보조난방기구의 증가도 등유 소비감소를 거들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농협알뜰주유소(NH-OIL)를 범인으로 지목했다. 에너지전환에 따른 등유소비 감소는 견딜 수 있지만 농협알뜰주유소의 저가공세까지 겹치면서 경영난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기존 주유소를 알뜰주유소로 전환하는 자영알뜰과 달리 농협알뜰은 1농협 1주유소 정책에 따라 공격적으로 숫자를 불려나가고 있다. 특히 농협알뜰이 등유사용이 많은 농어민 가구를 공략함으로써 석유판매소에 타격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전국에서 영업중인 농협알뜰주유소는 663개소로 전체 주유소 1만1039개소 가운데 6%에 달한다. 2017년 주유소 1만1779개소 중 570개소로 4.8%를 차지했던 점을 감안하면 꾸준히 비중을 늘려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17년 444개소에서 현재 463개소로 불어난 자영알뜰주유소와 비교해도 빠른 증가세다.

석유일반판매소업계 관계자는 “지방 일반판매소는 인근 농협알뜰주유소의 석유제품 저가공세로 경영난에 봉착한 상태”라며 “석유제품 가격이 싸면 결국 국민들이 이득을 보는 구조다 보니 어디가서 호소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특히 면 단위 지역의 일반판매소는 휘발유, 경유까지 취급하는 농협알뜰주유소야 말로 가장 강력한 경쟁자”라며 “아직까지는 석유일반판매소협회의 자체단속으로 인해 가짜석유 판매가 자제되고 있지만 경영난이 계속되면 언제까지 질서가 유지될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농협은 이 같은 일반주유소 숫자 감소가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농협 관계자는 “석유일반판매소는 주유소보다 시장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다 농협알뜰주유소는 면세유에서 적정마진만 취하고 있어 벌어진 현상”이라며 “상대적으로 고가정책을 유지하는 석유일반판매소가 도태되는 건 어찌보면 시장정의에 맞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또 “알뜰주유소를 이루는 3개 주체인 자영알뜰, 고속도로알뜰, 농협알뜰 주유소 가운데 가장 비싼 것이 우리 농협”이라며 “석유일반판매소 불황의 원인을 전부 농협으로 돌리는 것은 억울한 처사”라고 항변했다.

김진오 기자 kj123@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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