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헌법상 환경권,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서 생활할 권리
[칼럼] 헌법상 환경권,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서 생활할 권리
  • 하정림
  • 승인 2022.05.3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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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림 변호사(법무법인 태림)
▲하정림 변호사(법무법인 태림)
하정림
변호사
(법무법인 태림)

[이투뉴스 칼럼 / 하정림] ‘층간소음, 미세먼지, 코로나19 없는 삶’.

최근 주변 지인들, 특히 자녀를 키우는 부모인 주변인들이 공통적으로 원하는 ‘좋은 삶’의 요건이다. 층간소음 때문에 카펫을 깔고, 공기가 좋지 않아 공기청정기를 매일 돌리고, 코로나19를 막기 위해 마스크를 쓴다. 이러한 삶의 공통점은, 그 모든 것이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헌법도 이러한 삶의 권리를 명시하고 있다.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와 국민은 환경보전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헌법 제35조 제1항)’. 보통 환경권으로 불린다. 이러한 환경권은 기후변화가 가속화되면서 그 중요성에 대하여 개개인의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을 위한 소음, 진동, 공기, 기후 등을 모두 포괄하는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환경권은 추상적인 권리성을 넘어, 이른바 구체적인 권리성은 판례상 인정되지 않고 있다. 사실 법조인이라면 ‘환경권’에 대하여 공통적으로 가지는 인상이 있다. ‘잘 인정되지 않는 권리’. 헌법 제35조 제2항에서 ‘환경권의 내용과 행사에 관하여는 법률로 정한다’고 정하고 있기에, 구체적 입법 없이 환경권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 확립된 법원의 태도이기 때문이다. 위 헌법조항을 근거로 깨끗한 공기를 마실 권리, 건강권 등이 주장되고 있으나, 판례상 구체적 권리성으로 인정되지 않고 있다. 환경 공익소송들도 이루어지고 있지만, 환경권 보호에 적극적인 해석은 나오지 않고 있는 추세이다.

이제는 좀 더 선진적인 태도가 필요하다. 법은 사회적 합의이기도 하며, 한편으로 당시의 시대상, 상황, 국민적 합의, 가치관 등에 따라 그 시점에서 가장 적절한 방향으로 해석되는 ‘가치판단’의 대상이다. 군사독재 시절을 거치면서, 과거에는 헌법상 기본권 중에서 국민의 신체의 자유와 적법절차가 가장 중요하게 여겨졌다. 민주화 이후 대한민국이 높은 국민소득, 문화수준을 바탕으로 선진국 대열에 들게 되었다. 이제는 헌법적 권리로서 환경권, 즉 ‘건강하고 깨끗한 환경에서 살 자유’의 요청이 높아지고 있다. 생활수준이 진보하고 평균수명도 길어지면서 ‘건강하고, 쾌적하게’ 살 수 있는 권리는 단순히 사회적 배려라기보다 개인의 ‘자유’의 문제와 더 가깝다고 보인다.

기후위기가 심각해지면서 단순히 ‘환경보호가 권고된다’의 수준을 넘어, 환경을 고려하지 않으면 해외에 물건이나 서비스를 팔 수 없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최근 EU 집행위원회는 환경, 인권 관련 기업 공급망 실사 지침을 발표하였고, EU 권역 내 국가들이 국내법으로 법제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적·사회적 차원에서 보더라도 환경권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는 것이다. 

‘환경’하면 보통 ‘규제’나 ‘의무’를 떠올리는 것 같다. 생각의 전환을 제안해 본다. ‘환경’이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 즉 개인을 위한 ‘권리’이다. 즉 건강과 보건의 차원에서도 필요한 것이 환경권이다. 국내에서는 아직 기후변화를 먼 일처럼 여기는 경향이 있다. 환경을 보호하면 좋지만, 비싸고 어려운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도 있는 것 같다. 이를 조금만 바꿔 생각해 보면 어떨까. 즉 실제 내 일상과 관련된 사항, 즉 깨끗한 공기, 오염되지 않은 식량, 쾌적한 생활을 위한 기본 권리인 것이다. 이를 지키기 위해 일정한 의무를 지키기로 서로 약속하는 것이 환경 ‘규제’가 된다.

헌법이 국민의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보장하고 있음에도, 실제로 이를 보장하는 구체적인 입법은 매우 미비한 편이다. 예컨대 ‘깨끗한 공기’와 관련해서는 대기환경보전법 등 일부 법에서 선언적, 정책적 규정이 있을 뿐 구체적인 소구력이나 규범력을 가진 조항을 찾기 어렵다. 정부 차원에서도 여러 환경규제를 만들고, K-택소노미를 제시하고는 있지만, 실제 생활하는 국민들의 실질적 환경권을 위한 적극행정은 다소 미비하지 않나 싶다. 법원 역시 시대상황의 변화를 고려하여, 기존 선례를 답습하기보다는 적법하게 해석 가능한 범위에서 선진적이고 적극적인 해석과 판단을 내려주길 기대한다.

향후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의 시대 변화에 맞는 적극적 역할 확대가 있어야,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실질적으로 지킬 수 있을 것이다.

하정림 법무법인 태림 변호사 hajr@t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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