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분쟁조정委, 영광풍력 인근주민에 정신적 피해배상 첫 결정
건설 및 상업운전 과정에 지급한 마을발전기금은 배상금서 감액

[이투뉴스] 풍력발전기가 가동될 때 발생하는 저주파 소음으로 주변 주민들이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면 원인제공자인 발전사업자가 배상해야 한다는 결정이 내려졌다. 환경피해조정제도에 따른 첫 번째 사례로 향후 풍력발전 관련 소음분쟁의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

환경부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위원장 신진수)는 최근 풍력발전기 저주파 소음으로 인한 ‘정신적 피해 배상 신청’ 사건에 대해 그 피해를 인정해 분쟁을 신청한 주민들에게 1억3800만원을 배상하도록 결정했다. 이번 결정은 환경분쟁조정법에 따른 것으로, 당사자가 불복할 경우 결정문을 받은 날부터 60일 이내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조정안을 수락하면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과가 있다. 

▲저주파 소음으로 피해배상이 결정된 풍력발전 주변지도.
▲저주파 소음으로 피해배상이 결정된 풍력발전 주변지도.

이 사건은 전남 영광군 염산면에 소재한 마을 2곳 주민들(163명)이 인근 풍력발전기에서 발생하는 저주파 소음으로 정신적인 피해를 입었다며, 모두 2억4450만원의 피해배상을 요구하면서 비롯됐다. 해당 풍력발전 운영주체는 영광풍력발전(주)로, 환경피해분쟁조정제도를 통해 풍력발전 소음피해 배상이 결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청인들은 대부분 마을에서 30∼40년간 살고 있었고, 두 마을은 풍력발전기가 들어오기 전까지 조용한 곳이었다. 그런데 2017년 풍력발전기 건설공사(35기)가 시작되고 2018년 9월 시운전을 하면서부터 저주파 소음 민원을 제기했다.

특히 2019년 1월에 상업운전이 시작돼 풍력발전기가 본격 가동되면서 신청인들의 저주파 소음피해 민원이 폭증했다. 마을주민들은 풍력발전기 상업운전이 시작된 2019년 1월부터 2020년 말까지 풍력발전기의 저주파 소음으로 인한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신청인들의 주장에 대해 영광해상풍력 측은 풍력발전기 건설공사 전과 상업운전 초기에 주민대표들에게 지역발전기금을 지급했기 때문에 별도의 배상 책임이 없다고 맞섰다.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는 소음전문가 용역을 통해 신청인들의 마을에서 지난해 12월, 7일 동안 풍력발전기의 저주파 소음도를 실측했다. 그 결과 기준 주파수인 80Hz에서 한 마을은 최대 85dB(Z), 또 다른 마을은 최대 87dB(Z)로 나타나, 저주파 소음피해 수인한도인 45dB(Z)을 초과했다.

이 외에 주파수 12.5∼63Hz에서도 실측값이 주파수별 수인한도를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주파 소음은 일정한 속력으로 회전하는 모터류 또는 대형 기계에서 잘 발생한다. 사람의 귀에는 대개 ‘웅~’하는 소리로 들리며, 풍력발전기의 경우 모터뿐만 아니라 블레이드가 바람을 가르면서 나는 ‘쇅~쇅~’ 같은 소리도 저주파 소음이다.

환경분쟁조정위원회는 이러한 수인한도를 벗어나는 실측 결과에 따라 풍력발전기의 저주파 소음이 주변 마을주민들에게 정신적 피해를 주었을 것으로 판단, 이번에 피해배상 결정을 내렸다.

아울러 피신청인이 환경부의 환경영향평가 협의의견(2016년 6월)으로 제시된 “주거지역에서 1.5km 이상으로 최대한 이격해 풍력발전기를 설치해야 한다”라는 권고기준을 수용하지 않은 점도 반영됐다. 일부 풍력발전기는 신청인들의 마을주민 주택에서 최소 300∼500m 떨어진 곳에 건설, 배상 결정에 영향을 끼친 셈이다.

환경분쟁조정위는 다만 피신청인이 풍력발전기 건설공사 전과 상업운전을 시작하면서 주민들에게 지역발전기금을 지급한 점을 고려해 주민이 요구한 배상액에서 40∼50%를 감액, 1억3800만원만 지급하도록 최종 결정했다.

신진수 위원장은 “풍력발전기는 청정에너지 중의 하나로 점차 확대해야 할 에너지원이지만 가동 중에 저주파 소음이 발생해 주변 주민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으므로 민가에서 충분한 이격거리를 확보해 피해를 최소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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