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찬종 한국석유판매업협동조합 이사장
정유사는 주유소의 뿌리, 대립보단 순리로 해결 강조
“과열경쟁으로 주유소 내몰지 말아야” 석유공사 비판

▲정찬종 석유판매업협동조합 이사장.
▲정찬종 석유판매업협동조합 이사장.

[이투뉴스] 최근 국내 석유시장 유통선진화를 목표로 한국석유판매업협동조합이 출범했다. 석유판매업협동조합은 과점적이고 후진적인 석유유통시장의 선진화를 통해 국민이 투명하고 공정한 가격에 유류를 공급받을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겠다는 포부다. 또 국제원유가와 대응하는 새 가격체계를 만들고, 축소되는 에너지시장에서 중소기업인 자영업자의 권익을 보호하겠다고 밝혔다.

석유판매업협동조합 설립을 주도해 초대 이사장 맡은 정찬종 태오에너지 대표는 1년 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도 “영세 석유판매업자가 뭉쳐 구매력을 높여야 한다”고 밝히는 등 유통구조 개편을 외쳐왔다는 점에서 행보가 주목된다. 정 이사장을 만나 현재 석유유통시장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협동조합을 통해 어떤 사업을 펼쳐나갈지 들어봤다.

◆주유소업계에 쌓인 한, 풀려면 몸부터 키워야
정 이사장은 협동조합 운영에 있어서 정유사와의 상생을 강조했다. 그는 “정유사는 우리나라 석유업계의 뿌리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60년에 이르는 우리나라 석유산업 발전과정에서 쌓인 잘못된 관행으로 인해 주유소는 정유사를 애증섞인 시선으로 볼 수밖에 없었다”며 “게다가 주유소가 조직화되지 못했기 때문에 정유사가 일선주유소의 목소리를 충분히 들을 수 없어 불통은 심화돼 왔다”고 정유사와 주유소 간 구도를 설명했다. 또 “현재 주유소업계에는 오랫동안 ‘을(乙)’의 한이 적체된 상태”라며 “이 한을 정유사 경영진과 업계가 순리적으로 올올이 풀어나가는 과정이 필요한데 우리 협동조합이 그 역할을 맡고 싶다”는 심경을 밝혔다.

그는 주유소업계의 한을 풀어나가기 위한 첫 걸음으로 조합의 몸집부터 불려나가야 한다고 봤다. 이른바 보디빌딩에서 말하는 ‘벌크업’이다. 몸에 양질의 영양소를 충분히 공급해 근육을 키워나가듯 협동조합 규모를 키워 정유사와 같은 눈높이에서 협상할 수 있게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협동조합이 충분히 성장한다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해 석유제품 공동 구매 및 판매, 공동저장시설 확보, 요소수 자체 브랜드 론칭 등에서 충분한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정 이사장은 “서울·경기·인천 주유소 하나당 한 해 매출액이 100억원 수준이다. 하지만 영업이익률은 우리나라 도·소매업 평균인 4%의 절반인 2%에 불과하다”며 “지역주유소 30개소 정도가 모이면 정유사로서도 무시할 수 없는 발언력을 갖게 돼 석유제품 공동구매를 통해 영업이익률도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정 이사장은 협동조합에 참여하는 사업자 수가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계속 강조했다. 일례로 석유판매업협동조합은 출범을 위한 법적요건을 채우기 위해 회원사로부터 출자금을 받긴 했지만 조합을 탈퇴할 경우 출자금을 반환할 계획이다. 입회비, 연회비도 일절 받지 않고 추후 사업을 통해 운영자금을 충당하기로 했다. 협동조합의 벌크업이 끝나면 수익이 날 것이라는 자신감을 드러낸 셈이다.

▲▲지난달 26일 석유판매업협동조합이 출범식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달 26일 석유판매업협동조합 출범식이 진행되고 있다.

◆“석유공사가 인센티브로 시장과열 조장해”
정 이사장은 석유공사가 자영알뜰주유소에 지급하는 인센티브가 시장과열 현상을 조장한다고 진단했다. 현재 자영알뜰주유소를 운영하는 경험이 담긴 발언이다. 그는 “자영알뜰주유소 인센티브는 비싸게 파는 주유소 몫을 떼서 저렴하게 파는 주유소를 할인해주는 방식”이라며 “이는 주유소 간 과당경쟁을 유도하는 만큼 전면폐지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자영알뜰주유소의 석유제품 의무구매제도에 대해서도 비판을 이어나갔다. 자영알뜰주유소는 분기마다 전체 석유제품 판매량의 50% 이상을 석유공사로부터 구매해야 한다. 이는 석유공사가 정유사 석유제품을 대량으로 사입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한 방안이라는 게 세간의 인식이다. 하지만 정 이사장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규모가 큰 일반주유소 가운데는 알뜰주유소보다 싼 값에 석유제품을 공급받는 곳도 있다“며 “의무구매제도가 폐지되더라도 규모의 경제가 사라져 공급가가 더 높아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가격과는 무관하게 공기업이 석유유통시장 선진화를 역행하며 자영업자의 기본권인 매입처 선택권을 강제하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정찬종 이사장은 “항상 싸우는 관계보다는 협력하는 관계를 모색해야 한다“며  “자신만의 이익을 추구하는 자세는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자신의 인생철학을 설명했다. 그는 “사업가로서 가장 중요한 마음가짐은 ‘손님에게 뭘 보답할 수 있을까’를 항상 고민하는 것”이라며 “다른 주유소에서 기름을 사는 것보다 내게서 기름을 살 때 더 큰 만족감을 줄 수 있도록 사업의 포커스를 맞춰야 방향성과 만족스러운 답이 나온다”고 말했다.

김진오 기자 kj123@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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