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에너지 정책을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가
[칼럼] 에너지 정책을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가
  • 권효재
  • 승인 2022.06.1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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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효재 COR Energy Insight 페이스북 지식그룹 대표
▲권효재 COR Energy Insight 페이스북 지식그룹 대표
권효재
COR Energy Insight
페이스북 지식그룹 대표

[이투뉴스 칼럼 / 권효재] 정부 에너지 정책의 공과를 평가할 때는 현재 상황만으로 결론을 내려서는 안 됩니다. 정책 결정 후 집행되어 효과를 보기까지 시간이 걸리고, 그 사이 정부에서 통제할 수 없는 외부요인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지난 2년간의 에너지 시장 상황은 정책 당국자들이 겪는 어려움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2020년 여름 COVID-19 대유행과 수요감소는 국제유가와 천연가스 가격의 폭락으로 이어졌습니다. 이후 2021년부터 공급 차질, 수요 회복, 전쟁 등의 이유로 에너지 시장 상황은 반전되었습니다. 2021년 가을 이후 국제 천연가스/LNG 시세는 사상 최고가 수준까지 치솟았고, 국내 가스발전소의 연료비도 크게 올랐습니다. 이로 인해 가스발전소들의 발전원가로 결정되는 국내 전력시장의 SMP 역시 2000년 이후 최고가를 갱신했습니다. 2021년 4월 통합 가중평균 SMP는 kWh당 76.35원이었으나, 2022년 4월에는 202.11원으로 1년만에 265% 상승했습니다. 전력시장 가격인 가중평균 송배전 비용 kWh당 11원을 더하면 전력공급원가는 최소 213원까지 올라간 것입니다. 그러나 동기간 전력 소매 단가는 거의 변동이 없었으며, 계약 방식과 전력 사용량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kWh당 100~130원 정도로 억제되었습니다.

원가와 판매가의 역전은 한전의 기록적인 적자(2022년 1분기 7.8조원)의 주원인입니다. 원가의 60%로 물건을 팔아서 지속가능한 경영을 할 수는 없으므로, 이런 상황을 초래한 전 정부의 에너지 정책의 공과를 따질 필요가 있습니다. 탈원전 정책, 석탄발전소 가동 감소 정책, 신재생전원 적극 보급 정책 등이 발전믹스와 REC 구매비용 등 전력공급 원가에 영향을 주었습니다. 하지만 국내에서 통제하기 힘든 국제유가와 천연가스의 예측을 넘어선 폭등이 원가 상승의 결정적인 이유입니다. 그럼 왜 정부는 과거 석탄발전소를 점진적으로 폐쇄화고 가스발전소를 늘리자는 결정을 내렸을까요?

석탄발전소를 폐쇄하고 가스발전소를 대신 짓는 정책은 2010년을 기점으로 전세계적으로 여러 나라에서 채택한 정책입니다. 천연가스발전소는 석탄발전소에 비해 장점이 많습니다. 석탄발전소 대비 가스발전소는 온실가스 배출량 3분의 2 수준, 미세먼지 배출량 10분의 1 이하이며 건설비는 동일 용량 기준 3분의 1 수준입니다. 게다가 2010년 이후 본격화된 셰일가스 혁명은 가스발전소의 연료비 부담을 크게 낮추었으며,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가스발전소는 우후죽순 증설되었습니다. 가스발전소를 증설한 국가들 모두가 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고통받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만 전력원가가 3배 가까이 오른 것이 아닙니다. 유럽과 미국의 일부 발전소들은 1년 사이 4배에서 심한 경우 10배까지도 발전원가가 상승한 경우도 있습니다. 

그럼 지난 10년간 가스발전소를 지속적으로 늘린 유럽, 미국, 동아시아(한국 포함) 모두 잘못된 에너지 정책을 적용했다고 봐야 할까요? 가스발전소 확대 정책은 타당성이 결여된 정책이었다고 과거의 의사결정자들을 비판하기는 무리가 있습니다. 석탄발전소 대비 가스발전소의 약점인 높은 가스 가격에 대해서도, 2014년 이후 국제 천연가스 가격이 낮게 유지되었고, 셰일가스 혁명으로 국제 LNG 시장에서 수요자 위주 상황이 지속되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가스발전소를 증설하는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면 오히려 불합리한 정책이었다고 비판을 받았을 것입니다. 과거 시점에 내려진 에너지 정책은 그 시기의 주된 에너지 이슈와 예상할 수 있는 미래의 상황을 전제로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코로나 대유행과 급격한 경기침체, 그 후의 수요 확대와 인플레이션, 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외부요인은 에너지 정책 수립 시 고려한 리스크의 범위를 넘어서는 불가항력에 가까운 일이었습니다. 코로나 대유행으로 인한 경기후퇴와 GDP 감소폭은 지난 70년 동안의 그 어떤 경기변동과 사건보다 컸습니다. 지금 2년간의 불황을 한꺼번에 회복하는 과정에서의 수요 폭증, 물가 부족은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다소간 진통이 있겠으나 2~3년이 지나면 전세계 물류체계와 생산망은 정상을 회복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2022년 현재 가스비가 비싸고, 전기요금이 비싸다고 해서 과거에 수립된 장기 에너지 정책을 비난하는 것은 온당하지 못합니다.

누구도 미래를 정확히 예측할 수 없습니다. 미래 예측이 적중하지 못했고, 리스크 판단이 안이했다고 해서 의사결정자를 비난하는 것은 온당하지 못합니다. 우리 모두는 제한된 지성과 합리성으로 판단하고 행동하기 때문입니다. 에너지 정책의 공과를 판단할 때 중요한 것은 외부요인에 의한 현재의 결과가 아니라, 정책을 내리는 시기의 핵심 에너지 이슈에 대해 과연 원칙에 입각해서 합리적인 판단을 내렸는지 여부입니다. 가스발전소를 늘린다는 과거의 정책 결정은 5년전의 주요 에너지 이슈를 풀기 위해 도입되었으며, 그 시기의 상황을 반추해 보면 경제적 원칙에 입각한 합리적인 결정에 가까웠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이 시점에서 에너지 정책에 대한 평가에서 중요한 사안은, 오늘의 정부가 이 시대의 핵심 에너지 이슈에 대해서 과연 원칙에 입각하여 합리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리고 있는지 여부입니다. 결과는 불확실성을 감안하여 평가하더라도, 의사 결정의 과정은 냉철하게 평가해야 합니다. 원칙에 입각하여 합리적으로 진행되는 의사 결정 과정은 그 자체로 중요하며,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반대로 그저 운이 좋아 결과가 좋더라도 의사 결정 과정이 불합리하고 원칙을 저버린 것이라면 비판을 받아야 합니다. 

전력시장 개편은 요즘 시대에 가장 중요한 에너지 정책 현안입니다. 과거 정부가 가스발전소를 늘리는 정책을 내렸듯이 지금 정부는 전력시장을 어떻게 꾸려갈지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 시점입니다. 5년 후의 결과는 외부 요인으로 예상에서 벗어날 수 있겠지만, 정부가 과연 경제 원칙에 입각해서 공정하고 합리적인 결정을 내렸는지는 2022년의 에너지 정책에 대한 평가에서 빠질 수 없는 항목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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