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혐의 다툼의 여지 있고, 증거인멸 우려 없어"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는 백운규 전 장관이 15일 밤 구속영장 기각으로 서울동부구치소에서 나와 차량을 타고 귀가하고 있다.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는 백운규 전 장관이 15일 밤 구속영장 기각으로 서울동부구치소에서 나와 차량을 타고 귀가하고 있다.

[이투뉴스] 문재인 정부의 초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향한 검찰의 두번째 구속영장 청구가 또다시 무위로 돌아갔다. 문정부 청와대 윗선을 겨냥하던 검찰의 수사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신용무 서울동부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5일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벌여 오후 9시 40분경 검찰의 영장청구를 기각했다. 신 부장판사는 "범죄 혐의에 대한 대체적 소명은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나 일부 혐의는 다툼의 여지가 있고, 피의자가 현재 별건으로 형사재판을 받는 점이나 피의자의 지위, 태도 등에 비춰 도망염려나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사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의자에 대한 추가 수사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피의자가 구속된다면, 피의자의 방어권 행사에 심대한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13일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는 문재인정부 집권 초인 2017~2018년 당시 백 장관이 산업부 산하 13개 기관장에 대한 사직서를 요구하는 등 직권을 남용해 인사에 개입한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지난달 19일 백 전 장관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이달 9일 그를 소환해 14시간 가량 고강도 조사를 벌인 뒤다. 백 전 장관은 2018년 한명숙 전 총리 비서실 정무수석을 지낸 황창화씨가 지역난방공사 사장으로 임명되도록 면접 질의서와 답변서를 건넨 혐의도 받고 있다.

하지만 이날 법원은 일부 혐의가 다툼의 여지가 있는데다 증거인멸과 도주우려가 없는 만큼 그가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와 재판을 받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백 전 장관은 월성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으로 대전지검이 청구한 구속영장 기각에 이어 두번이나 위기를 피했다.

이른바 '산업부 블랙리스트'는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이 2019년 백 전 장관과 이인호 전 차관 등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사건이다. 한전 자회사 4사(중부발전, 남동발전, 남부발전, 서부발전) 사장 등에게 일괄 사표를 내도록 압박했다는 주장이다.

백 전 장관은 이날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법원에 출석해 취재진에게 "장관 재임 시 법이 정한 규정에 따라 했다"며 사실상 혐의를 부인했다. 한편 백 전 장관의 이번 구속영장 청구 기각으로 문재인정부 청와대를 겨냥한 검찰수사도 동력이 크게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당시 청와대 행정관을 지낸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청와대와 산업부 사이 연결고리였을 것으로 보고 참고인 조사 일정을 조율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날 영장 기각으로 검찰 수사에도 제동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캠프에서 에너지전문가로 활동한 백 전 장관은 한양대 제3공과대학장 시절 문재인정부 초대 산업부 장관후보로 지명돼 에너지전환정책과 원전감축 계획을 주도했다. 하지만 당시 야당의 '탈원전 전기료 폭등' 공세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고, 산업부 관료들을 장악하는데도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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