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公 관행적 계약으로 민간보다 비싸게 구매” 비난
채희봉 사장 SNS 통해 작심 반박…“팩트 의도적 왜곡”

▲민간 직수입사와 가스공사의 LNG수입가격 차이가 논쟁의 이슈로 떠오르면서 팩트에 대한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사진은 가스공사 제주LNG기지.
▲민간 직수입사와 가스공사의 LNG수입가격 차이가 논쟁의 이슈로 떠오르면서 팩트에 대한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사진은 가스공사 제주LNG기지.

[이투뉴스] 한전의 최악 적자에 한국가스공사의 수요예측 실패가 책임이 있다는 비난과 반박에 이어 민간 직수입사와 가스공사의 LNG수입가격 차이가 논쟁의 이슈로 떠올랐다. 팩트와 왜곡에 대한 공방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특히 이번 이슈에 대해 그동안 말을 아끼며 조심스러운 입장이었던 채희봉 가스공사 사장이 직접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사안별로 조목조목 설명하며 “실상을 의도적으로 왜곡하는 게 아니냐“고 반박하고 나서 이목을 끈다. 
       
SK E&S, GS에너지, 포스코에너지 등 민간 LNG직수입사와 가스공사의 LNG수입가격 차이 논쟁은 지난 수년간 가스공사가 민간 발전사보다 비싼 가격에 LNG를 수입해온 것으로 나타난데 따른 지적에서 불거졌다. 

국민의힘 한무경 의원실에 따르면 올해 1월 가스공사는 mmbtu(열량 단위)당 평균 24.46달러에 LNG를 수입한 반면 민간 직수입사는 평균 11.93달러로 두 배 이상 차이가 난다. 2019년 1월부터 올 4월까지의 가격을 비교해도 추세는 다르지 않다. 스팟 가격이 30달러에 육박했던 올해 1월과 달리 2달러대까지 크게 떨어졌던 2020년 2월에도 가스공사는 민간보다 30% 이상 비싼 가격에 가스를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결과가 세계 최대 LNG 수입사업자인 가스공사가 가격 협상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고, 관행적인 계약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을 다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비난이다.

이에 대해 채희봉 가스공사 사장은 SNS를 통해 이는 사실관계에 대한 분석이 잘못되어있거나 또 다른 의도가 숨겨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이에 따르면 해외에서 천연가스를 수입하는 방법은 수십년짜리 장기도입계약을 하거나 해마다 국제시장에서 수시로 현물로 사는 방법이 있는데, 메이저기업들이 가스공사에 장기계약이든 현물가격이든 오퍼를 할 때에는 다른 기업들보다 유리한 조건을 제시한다. 메이저기업들이 현물가격오퍼를 할 때 가스공사에는 JKM(한국·일본에 수입되는 평균가격) 보다 낮은 가격으로 오퍼를 하지만 다른 한국의 발전사에 대해서는 JKM보다 높은 가격으로 오퍼를 내린다. 즉 가스공사가 동일한 시점에서 장기계약이든 현물계약이든 오퍼를 받는다면 더 유리한 조건으로 받는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가스공사의 평균 도입단가가 민간 보다 높은 것은 민간 직수입사의 체리피킹이 가능한 구조와 가스공사의 천연가스 수급관리의무 때문이라는 게 채 사장의 설명이다. 

글로벌 천연가스시장이 셀러 마켓일 때에는 민간 직수입자들은 장기도입계약을 체결하지 않는 대신 가스공사로부터 공급을 받기를 원하고, 가스공사는 공급의무가 있어 비싼 가격에도 이를 도입해야 한다. 반대로 국제시장이 바이어 마켓일 때, 즉 국제시세가 낮게 형성될 때에는 민간발전사들 또는 발전자회사들은 자신들이 직수입하길 선호한다. 

채 사장은 “이는 가스공사의 장기도입계약의 평균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들여올 수 있다는 점, 즉 선택적으로 유리할 때만 자신들이 직접 도입을 하는 소위 ‘체리피킹’을 하는 것”이라며 “국제시세가 저렴하게 형성되었을 때에도 이를 민간이나 발전자회사가 아니라 가스공사가 대신 들여온다면 오히려 그보다 더 싼 가격으로 들여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급 안정’ 게임규칙이 다르다
채희봉 사장은 민간 직수입사의 체리 피킹과 가스공사의 수급관리의무가 도입단가에 미치는 영향을 게임 시뮬레이션으로 설명해 눈길을 끌었다. 

가스공사와 A기업에게 게임을 시킨다. 가스공사한테는 구슬을 매달 1개씩 1년 동안 해외에서 사오라고 조건을 부여한다. 가격이 싸든 비싸든 매달 사와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A 기업에게는 구슬의 개수뿐만 아니라 사는 시기도 알아서 선택하라고 한다. 그리고 A 기업이 사려고 맘먹었다가 안사면 가스공사가 사야 한다는 조건도 더해진다. 한 해에 필요한 구슬은 총 24개이다. 이 게임에서 가스공사와 A기업을 합쳐 구슬 24개를 확보해야 하고, 24개에 미달할 때에는 최종적으로 확보의무를 지는 측은 가스공사이다. 가스공사는 A기업과는 달리 구슬의 구입가격과는 상관없이 단 1원만 최소한의 마진을 가지는 조건도 붙는다.

구슬을 파는 국제거래상이 가스공사에 제시한 가격은 1~3월이 100원이었고, 4~9월은 50원, 10~12월은 200원이다. 구슬을 파는 국제거래상은 A기업에게는 가스공사에 오퍼한 가격보다 매달 20원이 더 비싼 가격을 요구했다.

A기업은 원래는 가격이 싼 여름철에 6개를 사기로 하고 겨울철인 12월에 가격이 좋으면 6개를 더 사려고 마음을 먹었다. 그래서 여름철에 70원짜리 구슬 6개를 샀다. 이후 12월에 6개를 추가로 사려고 마음을 먹었다가 값이 비싸지자 포기했다. 이제 A 기업은 총 6개를 구입했고 구슬의 평균단가는 70원이다. 만일 예정대로 6개를 겨울에 더 샀다고 가정하면 A기업의 평균단가는 145원이다. 

가스공사는 매달 1개씩 총 12개를 사서 총 1200원이 들었다. 그런데 A기업이 12월에 6개 구입을 포기하자 게임규칙에 따라 12월에 급하게 6개를 개당 200원씩을 주고 총 1200원을 들여서 더 사야 했다. 그래서 총 18개를 사는데 2400원이 들었다. 가스공사가 구입한 구슬의 평균단가는 133.3원이다. 만일 A기업이 예정대로 12월에 6개를 샀다고 가정하면 가스공사의 도입단가는 100원으로 낮아진다. 

사실이 이런데도 게임을 평가하는 과정에서 황당한 일이 벌어진다. 이러한 사정을 잘 아는 평가자가 A기업은 개당 70원에 구슬을 샀는데, 가스공사는 2배나 비싼 가격인 개당 133.3원에 샀다고 면박을 준다. A기업은 한 푼이라도 싸게 사려고 애쓰는데, 가스공사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계약을 하고 있고 전혀 개선이 되지 않는다고 힐난한다. 가스공사가 구슬을 비싸게 사기 때문에 더 마진을 많이 챙겨간다는 비난도 이어진다. 

채희봉 사장은 “이런 상황에서 가스공사와 A기업이 12개를 나누어 샀다면, 즉 A기업에도 가스공사와 동등하게 수급관리의무를 부여했다면 가스공사와 A기업의 평균단가는 100대 145로 A기업이 45% 비싸다”면서 “역으로 이야기하면 A기업에게도 수급관리의무가 있었다면 가스공사에 비해 도입단가가 45% 높아질 것이었는데, 수급관리의무가 없음으로 인해 체리피킹을 한 결과 A기업의 도입단가가 가스공사의 절반수준으로 떨어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채제용 기자 top27@e2news.com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