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휘발유·경유 값 200원 낮추고 정유사 고통분담 시킬 것"
정유업계 “해외와 상황 달라, 에너지전환 추진 동력 상실할 수도”

[이투뉴스] 휘발유·경유 전국평균 가격이 2100원을 넘어서는 등 국내 유류가격이 급격한 상승세를 보이자 정치권에서는 정유업계의 초과이익을 환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에 당사자인 정유업계에서는 일시적인 고유가 상황에서 얻은 수익을 초과이익으로 보고 세금을 더 매기는 것은 조세형평에 어긋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물가안정대책팀은 21일 대한석유협회를 방문해 유가폭등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간담회를 개최했다. 민주당은 올해 1월 1440원이었던 경유가가 2100원을 돌파하는 등 물류비 상승이 물가상승으로 이어져 국민생계에 위협이 되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평가했다. 또 실질소득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유류비 지출은 늘어나고 있어 민관 공동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휘발유, 경유가를 200원 이상 떨어뜨릴 수 있도록 관련법 개정을 추진하고, 역대 최대 실적을 올리고 있는 정유업계에 고통분담을 요구하겠다고 약속했다.

같은 당 김성환 의원 역시 “서민들은 리터당 2000원이 넘는 기름값을 감당하지 못해 고통을 받는 사이에 대기업 정유사들은 최대 호황을 누리고 있다”며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을 합하면 4조7668억원에 달한다”고 정유사에 날을 세웠다. 이어 “유류세 탄력세율 추가 인하 등 입법과 정유사의 초과이익을 최소화하거나 기금출연을 통해 환수하는 방안을 마련토록 하겠다”며 “유가부담을 최소화해 서민의 어깨가 조금이라도 가벼워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반면 정유업계의 분위기는 싸늘하다. 산유국 간 저유가 경쟁으로 국제유가가 폭락해 2조원 손실을 낸 2014년,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돼 5조원대 적자를 기록한 2020년에는 제대로 된 지원이 없다가 이제와서 추가세수를 논하는 것은 너무하지 않느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일시적인 고유가 상황에서 올린 수익에 대해 횡재세를 과세하는 것은 조세형평성에 위배되는 것 아니냐”며 “초과이익이란 어떤 기준을 넘어섰다는 의미인데 기업 입장에서는 실제 기준도 없이 초과이익을 논하는 상황 자체가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여기에 상·하류 부문을 모두 장악하고 있는 글로벌 석유업체들과의 차이도 횡재세 반대 이유로 꼽힌다. 영국 BP, 미국 엑손모빌 등은 원유를 직접 개발하고 정제하는 만큼 고유가 수혜를 더 직접적으로 받고 있다는 것. 미국 셰일오일 생산단가만 하더라도 50~60달러에 불과해 현재 110달러를 넘어선 국제유가에서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는 비싼 원유를 도입해서 정제만 해 되팔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이익률이 낮을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국제유가가 급락할 경우 재고자산이익이 그대로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유사가 정유부문으로 얻은 수익은 결국 ESG경영 기조에 맞춰 탄소중립 등에 재투자하게 된다”며 “횡재세가 도입될 경우 에너지 전환을 위한 동력도 상실하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우리나라 석유제품 가격은 OECD 평균 가격의 80%에 불과하다”며 “국내에서 소비하는 물량을 충분히 공급하고 남는 물량을 수출하는 등 국내 정유사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는 만큼 횡재세 논의를 신중하게 검토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진오 기자 kj123@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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