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리아 감염 세포 추적 및 치료제 효능 검증에 활용

▲원자력연구원이 지르코늄-89를 남아공원자력공사에 첫 수출했다. (왼쪽부터) 포장내부 납용기와 포장외장 용기, 지르코늄-89 용액
▲원자력연구원이 지르코늄-89를 남아공원자력공사에 첫 수출했다. (왼쪽부터) 포장내부 납용기와 포장외장 용기, 지르코늄-89 용액

[이투뉴스] 국산 의료용 방사성동위원소가 남아프리카공화국 신약개발을 위한 첫 수출길에 올랐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첨단방사선연구소(소장 이남호)는 자체 생산한 ‘지르코늄-89(Zr-89)’를 남아공원자력공사(NECSA, 이하 '넥사')에 수출했다고 28일 밝혔다. 아프리카에 국산 방사성동위원소가 수출된 것은 처음이다.

앞서 연구원은 작년 10월 넥사와 ‘방사성동위원소 생산 및 이용연구에 대한 MOU’를 체결하고 이번 수출을 준비해 왔다. 박정훈 가속기동위원소개발실 박사팀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원자력연구개발사업의 지원을 받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연계해 결실을 맺었다.

국내서 자체 생산된 지르코늄-89는 현지 풍토병인 말라리아 퇴치에 활용될 예정이다.

말라리아는 매년 2억명 이상의 환자가 발생하는 세계적인 전염병으로, 감염자와 사망자의 95%가 아프리카에 집중돼 있다. 넥사는 말라리아 기생충에 감염된 세포만 선택적으로 찾아내 제거하는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이번에 수출한 지르코늄-89를 활용해 몸속 감염세포 위치를 실시간으로 추적, 치료에 필요한 영상정보를 얻을 계획이다. 

방사성동위원소는 지속해 방사선을 방출함으로써 휴대폰의 GPS상 위치처럼 동위원소와 결합한 물질의 위치와 이동경로, 양 등을 쉽게 측정할 수 있다. 같은 원리로 향후 넥사에서 개발한 치료제 효능 검증에도 활용될 전망이다.

지르코늄-89는 반감기가 3.3일이어서 다른 동위원소보다 질병을 정확하게 진단하는 의료용으로 주목받고 있다. 

원자력연구원은 지난해 지르코늄-89를 대량 생산하는 자동화장치를 최초로 개발해 99.9%의 고순도 동위원소를 하루에 200 mCi(밀리퀴리) 이상 공급하고 있다. 이는 세계 최대 수출국인 네덜란드와 동등한 수준이다.

이번 수출한 물량은 실험 1주기 분량인 10 mCi로 말라리아 감염세포 추적실험에 바로 쓰인다. 향후 국제원자력기구의 국제공동연구 프로그램(CRP, Cooperative Research Program) 지원을 받아 정기 공급할 예정이다.

박원석 원자력연구원장은 “이제 방사성동위원소의 국산화를 넘어 국제시장 진출을 논의할 때”라며 “연구원의 방사성동위원소 생산 기술로 세계인의 건강 복지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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