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통부족탓 재생에너지 대규모 증설 차질
"알박기 해소 않으면 2030년 20%도 불가"

▲전력거래소 중앙전력관제센터
▲전력거래소 중앙전력관제센터

[이투뉴스] 전력망 부족과 설비 수용성 저하로 전원을 가리지 않고 신규 발전소 건설이 어려워지면서 공급력이 수요를 감당하고도 남는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특히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달성을 위해 매년 수GW씩 늘려야 할 재생에너지 건설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조만간 공급력 부족이 가시화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10일 전력업계에 따르면 지난 7일 오후 5시 기록된 역대 최대 전력수요는 92.9GW이지만 당국이 추계한 이날 정오 태양광출력(전력시장 2.8GW+한전PPA 6.6GW+자가용 2.0GW)은 11.5GW에 달했고, 피크당시 출력도 3.8GW이었음을 감안하면 실제 순수요는 97.0GW를 넘어서 사실상 100GW(1억kW) 턱밑까지 차올랐다. 5년 전 피크값(2018년, 85.3GW)과 비교해도 상승세가 가파르다. 

반면 실질 공급력은 정체 상태다. 전체 설비용량은 2018년 119.0GW, 2020년 129.1GW, 올해 현재 134GW 순으로 증가했으나 하계피크 공급력은 2018년 99.5GW, 2020년 97.9GW, 이달 현재 99.5GW로 별 차이가 없다. 발전사 관계자는 “태양광처럼 자급자족형 설비위주로 늘어난 영향도 있지만, 8차 전력계획부터 에너지전환정책이 추진되면서 신규설비를 전력계획에 반영하지 않은 것도 한 이유”라고 말했다.

실제 신규설비는 빠르게 늘어나는 수요와 폐지설비 공백을 제때 메우지 못하는 모양새다. 2024년까지 예정된 건설계획은 올해 신한울 1호기(1.4GW)와 강릉안인 1호기(1GW)를 시작으로 내년에 신한울 2호기(1.4GW), 강릉안인 2호기(1GW), 여주복합(1GW), 삼척화력 1호기(1GW) 등이며, 2024년 신고리 5호기(1.4GW), 삼척화력 2호기(1GW), 통영에코파워(1GW), 울산지피에스(1.2GW) 등으로 물량자체가 적지는 않다.

하지만 이 기간에 기존 화력인 울산 4,5,6호기(1.2GW)를 비롯해 평택 1,2,3,4호기(1.4GW), 삼천포 3,4호기(1GW) 등이 폐지되는데다 한해 최대 5GW가까이 늘어나던 재생에너지(태양광·풍력) 설비 준공물량마저 기존의 절반수준으로 급감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설비 '공급과잉'이 상황이 머잖아 '공급부족' 상태로 전환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재생에너지 분야에는 이미 찬바람이 불고 있다. 연도별 태양광·풍력 신설량은 2018년 2.8GW, 2019년 4.1GW, 2020년 4.9GW 순으로 정점을 찍고 지난해 4.5GW를 기록하며 감소세로 돌아섰다. 이 추세라면 올해는 3.0GW도 넘기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특히 지난해 단 35MW만 늘어난 풍력은 올해도 준공예정 물량이 200MW 안팎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국이 집계한 20MW이상 연도별 재생에너지 건설 예정물량은 올해 519MW, 내년 1.4GW, 2024년 1.8GW, 2025년 4.3GW 등으로 당분간 신규 설비 정체를 예측하고 있다. 발전사업 허가를 받아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20MW이상 물량은 태양광 2.0GW, 육상풍력 3.9GW, 해상풍력 7.6GW에 이르지만, 실제 적기 전력계통 접속 가능여부와는 별개여서 계획대로 설비가 가동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업계는 특단의 전력망 확충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한 재생에너지 비중목표 달성이 요원하다는 판단이다. 

중견 재생에너지기업 한 임원은 "태양광도 MW는 고사하고 수백kW급까지 모두 계통에 막혀 있다. 계통을 선점한 뒤 사업을 추진하지 않거나 못하는 20~30GW의 알박기 물량을 풀지 않으면 연간 GW단위 보급은 어렵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임원은 "해상풍력도 대부분 2025년 이후 계통 확보를 전제로 도박 수준의 투자를 하고 있다"면서 "독일처럼 정부가 미리 전력망을 확충해야 한다. 이대로는 2030년 재생에너지 20%도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대기업 사업개발 담당 임원은 "건설단가와 민원비용은 계속 상승하는데 정부는 전기요금을 쥐어짜고 한전은 전력계통을 증설하는데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송전사업을 독립해 분리하지 않겠다면 차라리 망사업도 민간에 개방해 민자고속도로처럼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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