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봉 숭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조성봉 숭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조성봉
숭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이투뉴스 칼럼 / 조성봉] 천연가스 도입에 대한 수요예측 실패로 한전 적자가 커졌다는 주장이 제기되어 가스공사가 해명하는 해프닝이 있었다. 맞는 부분도 있고 다소 과장된 내용도 있다. 그렇지만 이번 사건은 우리 에너지 정책의 문제점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장기계약 대신 현물시장에서 비싸게 LNG를 도입했다는 것은 맞다. LNG 수요예측 오차율이 무려 18.7%에 달하고 그 결과 비싼 단기 현물매매로 구입하여 LNG 구입비용이 올라갔다는 것도 큰 틀에서 틀린 말은 아니다. 문제는 이러한 수요예측이 가스공사의 잘못이냐는 것이다. 이 부분은 다소 과장되었다고 판단된다. 왜냐하면 수요예측은 가스공사 혼자 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논의를 거슬러 올라가면 전력수급기본계획이 자리 잡고 있다. 이 계획은 2년마다 한 번씩 향후 15년의 발전설비의 건설과 폐지를 포함해 원전, 석탄발전소, 가스발전소, 양수발전소, 신재생발전설비 등 발전설비 포트폴리오를 나타내는 전원믹스(fuel mix)를 펼쳐 보여준다. 

여기서 필요한 연료 구입량이 향후 15년의 발전설비와 발전량의 조합에 따라 자연스럽게 도출되고 이에 따라 연료를 구입하면 된다. 원전과 석탄발전소는 사실 큰 문제가 없다. 우라늄은 비축하는 것이 거의 문제가 되지 않는다. 쌀 때 대량으로 구입해서 몇 년씩 쌓아도 된다. 석탄의 수입도 큰 문제가 없다. 원전과 마찬가지로 석탄은 기저부하이기 때문에 가동률이 75%를 넘는다. 예상된 석탄발전소 발전량에 필요한 유연탄 물량을 장기 계약으로 구입하면 되는 일이다. 

문제는 LNG다. LNG 발전소는 가동률이 들쑥날쑥 종잡을 수 없다. LNG 발전소가 얼마나 있느냐에 따라 LNG 발전소의 발전량이 좌우되지만 원전과 석탄발전소 다음으로 급전순위가 낮기 때문에 전력수요에 따라 또한 원전과 석탄발전소의 상대적 비중에 따라 가동할 수 있는 LNG 발전량이 큰 편차를 보이기 때문이다.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향후 15년의 LNG 발전량이 계산되면 발전용 LNG 도입량이 정해진 셈이므로 여기에다 산업용과 가정용 도시가스 수요를 합하여 가스공사는 장기계약 물량을 정하면 된다. 그런데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계산된 LNG 발전량은 구조적으로 과소 예측되고 있다. 그 결과 실제 LNG 발전소에서 필요한 LNG 도입물량은 장기계약 물량보다 부족하므로 가스공사는 현물시장에서 추가로 들여와야만 하는 것이다. 가스공사가 충분히 장기계약 물량을 들여오고 싶어도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정해진 LNG 발전량 이상을 들여올 수 없는 것이다. 더 들여온다고 하더라도 정부가 무슨 근거로 그렇게 많이 들여오냐고 할 것이며 이를 정당화할 다른 근거를 제시할 수도 없다. 

지난 2020년에 발표된 14차 장기천연가스수급계획에서 과거(1987년∼2020년)의 발전용 LNG 물량의 연평균 증가율이 8.1%였으나 향후 14년의 발전용 LNG 연평균 증가율은 0.48%로 잡혀 있었다. 과거의 성장률에 비하여 미래의 도입물량은 비대칭적으로 지나치게 작게 잡은 셈이다. 이런 식으로 발전용 LNG 물량을 계산한다면 나중에 모자랄 것은 너무도 명백한 것이고 결국 현물시장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런 구조적인 문제점 때문에 민간의 직도입 물량이 파고들게 된다. 

발전량을 중심으로 보아야 할 전력수급기본계획이 발전설비 중심으로 입안된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첨두부하 발전량은 기저부하 발전기가 완공될 것을 고려하여 자리를 내줘야하기 때문에 항상 출렁일 수밖에 없다. 또한 입지문제로 기저설비의 완공이 늦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첨두부하 발전량은 구조적으로 과소예측의 문제에서 헤어나올 수 없다.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설비건설과 분리시켜 순수한 발전량 전망으로 제시하고 이를 기초로 다시 설비건설을 계획하면 이와 같은 구조적 문제점이 사라질 것이다. 수급계획은 수급조절 잘 하자는 것이지, 설비건설의 근거를 마련하자는 것이 아니다. 수급 안정성 해치는 수급계획은 이제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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