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호 한국가스공사 신성장사업본부장(한국LNG벙커링산업협회장)
국제경쟁력 차원서 적정 시장규모·수요 위한 정책적 마중물 필요
우리나라가 동북아 LNG 허브로 비약적으로 성장하는 초석 기대
[이투뉴스] LNG는 선박용 디젤과 비교할 때 황산화물(SOx) 및 분진이 100%, 질소산화물(NOx)이 80%, 이산화탄소(CO2)가 23%까지 저감 가능한 친환경 선박연료로 평가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제적으로 LNG추진선이 늘고 있고, 아울러 선박용 LNG연료를 공급하는 LNG벙커링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그동안 선박연료로 유황성분은 많지만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벙커C유가 주로 사용되어 왔다. 그런데 제동이 걸렸다. 역사상 가장 강력한 해운규제로 평가받는 국제해사기구(IMO)의 ‘선박연료 황산화물 함유량 감축 규제’가 2020년 1월부터 발효됐기 때문이다. 선박 연료 내 황 함유량 상한선을 종전 3.5%에서 0.5% 이하로 대폭 강화하면서 친환경 선박 운항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IMO의 선박 연료 규제에 대해 세계 해사업계는 다양한 방법으로 대응하고 있다. 비용이 비싼 저유황유를 사용하거나, 탈황설비인 스크러버의 장착 또는 친환경 연료선으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노르웨이선급(DNV)의 최근 통계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선박 중 총 6378척이 환경규제에 대응하고 있다. <표1>에서 보는 것처럼 스크러버 장착에 의한 대응이 4702척으로 가장 많다. 다음으로 LNG 추진선과 LNG 레디(Ready)선에 의한 대응이 928척으로 두 번째다. 스크러버 장착이 많은 이유는 기존 선박들이 대체 연료로의 엔진 개조가 불가능하거나 비용 부담이 커 탈황 설비를 선택하기 때문이다. 스크러버를 제외하면 LNG연료에 의한 대응이 숫자와 증가율 측면에서 대세를 이루고 있다.
미래 선박용 무탄소 에너지로 메탄올, 수소, 암모니아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환경·기술·경제 측면에서 실제 상용화까지 오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여 앞으로 LNG연료 추진선 건조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DNV는 <그래프1>과 같이 LNG연료 추진선이 2022년 545척에서 2028년 928척으로 70% 증가한다고 예측하고 있다.
◆LNG벙커링에 대한 각국의 활발한 움직임
조사기관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2030년이 되면 전 세계적인 LNG 벙커링 수요가 약 3000만톤에 이를 전망이다. 우리나라의 LNG벙커링 수요는 2025년 70만여톤, 2030년에는 약 140만 여톤까지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LNG벙커링은 그동안 소규모 탱크로리를 이용한 TTS(Truck to Truck)방식이 주로 사용되어 왔지만 LNG 수요 규모가 커짐에 따라 벙커링 선박을 활용한 STS(Ship to Ship) 방식이 큰 폭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표2>에서와 같이 LNG벙커링선의 빠른 증가가 이를 뒷받침한다. LNG벙커링선은 2021년 말 현재 35척이 운항 중이지만 2024년까지 62척 내지 74척으로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LNG벙커링은 유럽, 북미, 동아시아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유럽은 LNG벙커링 선박 중 운항 비중이 63%, 건조 비중이 40%를 각각 차지하여 전통적으로 벙커링 강세 지역이다. 유럽 외에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지역이 있다. 동북아 벙커링 거점 선점을 둘러싸고 예사롭지 않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중국과 일본이다.
중국의 상하이국제항그룹(SIPG)은 탱크 2만㎥급 신형 벙커링선 ‘Avenir Allegiance’호를 매입하고, LNG벙커링의 정기 선사를 유치하여 올 3월 하역·벙커링 동시작업(SIMOPS, Simultaneous Operation)의 STS를 개시했다. 프랑스 CMA CGM사가 운영하는 중국 상하이와 미국 LA간 정기 항로의 1만5000TEU급 컨테이너선에 10년간 협약의 LNG벙커링을 시작한 것이다.
“세계 최대 LNG벙커링 선박이, 세계 최대 LNG벙커링 고객에게, 세계 최대 컨테이너 항구에서 LNG벙커링을 시작함으로써 상하이항이 벙커링 중심지로 부상했다”는 중국의 자랑을 우리로서는 그냥 흘려듣기 어렵다.
일본은 국토교통성에서 총 경비의 3분의 1을 보조하는 ‘LNG벙커링 거점 형성 사업’을 3단계로 계획하고 현재 2단계를 진행 중이다. 2019년에 시작된 1단계에서 ‘이세만·미카와만’과 ‘도쿄만’을 대상으로 한 사업을 마무리했다. 그 결과 현재 LNG 벙커링선 1척(탱크 3500㎥ 전용)을 운용 중이고, 올해 안으로 LNG 벙커링선 1척(탱크 LNG 2500㎥+ 초저황유 1500㎥ 겸용)을 추가 투입할 예정이다.
2단계로 규슈·세토우치 LNG벙커링 구축 사업을 올해 2월부터 새로이 시작했다. 3단계는 LNG벙커링 수요가 30만~40만 톤에 도달할 즈음에 도쿄만에서 시작한다. 도쿄만 내 제2의 벙커링 선박 도입과 신규 벙커링 시설 구축에 100억엔이 투입될 예정이다.
◆우리나라도 LNG벙커링 야심차게 추진 중
우리나라도 한국가스공사를 주축으로 LNG벙커링 산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가스공사는 세계의 에너지 트랜드 전환에 발 빠른 대응을 위해 벙커링 사업을 전략 육성과제로 선정하고, 2020년 12월 가스공사 100% 지분의 한국엘엔지벙커링(주)를 설립하여 벙커링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엘엔지벙커링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STS(Ship to Ship), PTS(Port to Ship) 및 TTS(Truck to Ship)의 세 가지 방식의 LNG벙커링 공급이 가능한 사업자이자, 국내유일 STS(Ship to Ship) 방식 LNG벙커링 공급이 가능한 사업자로서, 기술적인 공급 안정성을 갖추어 벙커링 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한국엘엔지벙커링은 아시아 최초 LNG벙커링 겸용 선박인 ‘SM JEJU LNG 2호’를 이용한 STS 방식 벙커링을 2021년 5월 그리스 LNG 수송선을 대상으로 개시했다. 또한 현재 <그림1>의 7500㎥급 벙커링 전용선인 블루웨일호를 건조 중이다. 이 벙커링선은 2023년부터 운영에 들어간다.
가스공사는 전용선 투입으로 LNG벙커링 사업이 본격화되어 국내 해양 대기환경 개선, LNG 추진선 발주 증가에 따른 국내 조선업 발전에 크게 기여하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가스공사는 국내에서 뿐만 아니라, 글로벌 벙커링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해외 진출도 시도했다. 지난 3월 세계 최대 규모인 1만8000㎥급 벙커링선인 케이로터스호(그림2)를 인도받아 글로벌 에너지 기업 쉘에 용선했다. 케이로터스호는 네덜란드 로테르담 인근에서 선박 대 선박 방식으로 컨테이너선 및 탱크선 등 대형 선박에 친환경 연료 LNG를 공급하게 된다.
지난 2019년에는 벙커링 산업에 대한 유망성을 예측해 대한해운과 함께 쉘社의 벙커링 선박 용선계약을 수주하고, 2020년 합작법인(KLBV 1)을 설립해 현대미포조선과 선박 건조계약(SBC)을 체결했다. 합작법인 ‘KLBV 1’은 가스공사(지분 40%)가 법인 운영, 대한해운(지분 60%)이 선박 운영관리를 주관한다.
가스공사는 글로벌 LNG 벙커링 사업 지분 참여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 창출과 유럽의 벙커링 사업 운영 노하우를 확보해 국내 벙커링 사업 활성화에 기여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향후 쉘社와의 용선계약이 종료될 경우 선박에 대한 우선사용권을 행사해 벙커링 사업에 안정성이 검증된 선박을 국내 사업에 투입할 수도 있다.
지난 6월 15일에는 한국엘엔지벙커링이 H-Line해운과 국내 최초로 STS방식에 의한 벙커링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으로 한국엘엔지벙커링은 벙커링 겸용 선박인 ‘SM JEJU LNG 2호’를 이용해 목포 신항에서 H-Line의 호주 철광석 수입 운반선에 회당 약 2200㎥(약 1000톤) 규모의 LNG를 공급하게 된다.
한국엘엔지벙커링은 이번 STS 벙커링 계약을 통해 우리나라 벙커링 산업에 대한 국내외 선사의 관심이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으로 친환경 선박 연료 대안으로 증가하고 있는 LNG 추진선의 수요를 조기 확보해 싱가포르, 로테르담 등에 이어 세계 LNG 시장을 선도하는 벙커링 플레이어로 성장해 나간다는 포부다.
가스공사는 해양수산부, 부산지방해양수산청, 한국선급과 함께 ‘하역-LNG벙커링 동시작업(SIMOPS)’ 규정 마련에 힘을 쏟고 있으며, 이르면 연내에 부산항에서 실증 테스트를 거쳐 시행할 예정이다. 이미 유럽, 중국, 싱가포르에서 시행되고 있는 SIMOPS는 항구에서 화물 하역과 벙커링을 동시에 시행하는 것으로, 컨테이너 선사들이 시간을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도와 글로벌 LNG벙커링 수요 확보를 위한 필수적 선행 요인으로 꼽힌다. SIMOPS가 시행되면 국내 LNG벙커링 수요도 한층 더 탄력을 받고, 우리나라가 동북아 LNG 허브로 비약적으로 성장하는 초석이 될 것이라는 기대다.
◆정부 차원의 벙커링 산업육성 행보도 활발
정부도 제도적인 측면과 산업육성에 발 벗고 나섰다. 외항선 운항용 LNG에 대한 수입부담금 면제, 도시가스사업법 개정을 통한 ‘선박용 천연가스사업자’등록제 신설 등 벙커링 산업육성에 적극적이다.
산업부는 ‘그린쉽 K시범건조사업’으로 LNG벙커링 전용선 건조비의 30%인 150억원을 보조하고, LNG화물창 국산화 등 R&D를 지원하며, 부산과 경남을 중심으로 LNG선 시험 인증센터 및 벙커링 클러스터 구축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해수부는 노후 선박을 친환경선으로 대체하면 신조 선가의 10%를 지원해주고 있다. 이를 통해 2025년까지 140여척의 민간 LNG 추진선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정부는 부산, 울산 등의 주요항만에 LNG벙커링 터미널 등의 인프라를 구축하고, 민간 투자도 적극적으로 유치할 계획이다.
◆국제경쟁력 확보 위한 해결과제도 산적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국내 벙커링 산업이 유럽·싱가포르 등 선진국과의 국제경쟁을 위해서는 사업의 토대가 되는 부두건설, 사업승인, 선박 건조보조 및 운영보조 등 LNG벙커링 인프라의 적극적 투자와 지원이 필요하다.
LNG벙커링 인프라 구축에는 초기에 막대한 자본이 든다. 따라서 아직 수요가 미진하여 상당 기간 손실이 불가피한 상태에서 선투자를 단순히 민간에게만 맡기는 것은 무리이다. 적정 시장규모와 수요가 창출되기 위해서는 정부의 통 큰 마중물이 필요하다. LNG벙커링 설비 운영손실 보조금 도입, 대형 LNG벙커링 선박의 추가 건조 지원 등 선투자자들의 금융비 부담을 경감시키려는 의지가 요구된다.
해외 LNG벙커링 사업자들과의 경쟁에서 결정적인 부분이 벙커링용 LNG가격이다. 가격경쟁력 확보를 위해 LNG벙커링 사업자가 탄력성 있게 벙커링용 LNG를 도입할 수 있도록 저장공간 지원 및 재고관리의 자율성 등 정부차원의 육성정책이 전향적으로 검토돼야 한다.
제도적인 측면에서는 선박연료공급업 관련 규정 및 하역-LNG벙커링 동시작업 등 벙커링 관련 허가 및 절차 규정이 사업시행을 원활하고 속도감 있게 진행시킬 수 있도록 조속한 정비가 필요하다.
이 같이 정부와 민간이 힘을 모아 LNG벙커링 산업을 조기에 정착시켜 나간다면 우리나라는 저탄소·친환경 에너지 시대를 이끌어 나가는 국제경쟁력을 해상연료 분야에서도 한 발 앞서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