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물은 금방 끓지 않고, 바로 식지도 않는다. 펄펄 끓는 물은 불을 절반 이하로 줄이거나 꺼도 한참을 더 끓는다. 빨갛게 달아 오른 지구도 마찬가지다. 적당한 불조절로는 어렵다. 화상이나 화재를 피하려면 불에 해당하는 온실가스를 제거해야 한다. 조건은 나중에가 아니라 당장, 조금이 아니라 거의 전량이다. “같이 대응하든가, 아니면 다 같이 죽거나”(안토니우 구테흐스 UN사무총장) 선택지는 둘 뿐이다.

그럼에도 냄비 속 개구리는 부동자세다. 살갗이 익어 가는데 가장 시급하고 중한 일을 가장 뒷전에서 사소하게 다룬다. 정부든, 국회든, 언론이든 별 차이가 없다. 이들이 기후문제를 정치, 경제, 코로나19 수준으로 다룬 적 있던가. 대통령 부인의 브로치가격보다 관심을 끌지 못하는 이슈가 기후변화 얘기다.

에너지 현안의 무게는 오죽할까. 국가의 존망이 걸려 있지만 정쟁소재가 된지 오래다. 공적영역의 업무해태는 어쩌면 당연지사. 이 분야 산업계는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전환의 가장 큰 걸림돌로 산업부와 환경부, 수많은 유관기관들을 지목하고 있다.

공짜점심이 없듯, 공짜기후대응도 없다. 싸고 안정적이며 환경에도 무해한 에너지 시대는 아직 오지 않았다. 당장 올겨울엔 화석연료가 바닥나지 않을까 걱정해야 할 처지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면서 에너지소비를 지속하는 현실적 대안은 하나다. 자급자족이 가능한 재생에너지 비중과 에너지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 전제는 그에 상응한 비용지불이다. 유기농 매장을 찾는 이유는 대량생산 작물대비 비싸고 품질은 떨어지더라도 몸에 좋아서다. 소비자 수요가 늘어야 산지가 늘고, 그래야 직거래도 활성화 된다.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기후·에너지위기가 닥쳐오는데, 새 정부는 태평하다. 가격정상화, 유통구조혁신, 산업경쟁력 제고에는 관심이 없고 원전이 만능인냥 연일 허풍선만 띄운다. 원전을 레고블럭처럼 단숨에 조립해 쓰고, 거기서 생산된 대량의 전력을 무선송전할 수 있을까. 답없는 핵폐기물 처리는 차치하더라도 뻔한 결론을 외면하고 있다. 오클라호마대 빅터 허친슨 교수는 2002년 '냄비 속 개구리' 가설을 반박하는 실험결과를 내놨다. 분당 1.1℃씩 온도를 높였더니 개구리가 더 활발하게 움직이다 탈출을 시도했다는 것이다. 가만히 있다가 다같이 죽느니 펄쩍 뛰어오르고 볼 일이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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